▶ 스타 아닌 ‘시스템’으로 이루어낸 세계 정상
▶ 성인·연령별 대표팀 같은 축구 철학 공유
▶ 연령별 대회 우승 멤버가 월드컵 주역으로

2026 북중미 월드컵 시상식에서 선수들이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
“스페인이 구축한 전체 시스템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그들은 모든 레벨에서 이긴다.”
스페인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에서 프랑스를 꺾은 뒤 티에리 앙리가 한 말이다. 스페인 축구의 독주가 이번 월드컵만의 얘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 스페인 여자 축구대표팀은 2023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했고, 남자 올림픽 대표팀은 2024 파리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연령과 성별이 다른 팀들이 잇달아 세계 정상에 오른 건 소수 스타 플레이어의 재능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스페인축구협회가 만든 시스템의 힘이다. 월드컵 이후 ‘K축구 혁신’을 고민하고 있는 한국 축구계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협회가 만든 시스템의 뼈대는 통일된 경기 모델이다. 짧은 패스와 점유에 기반한 스페인 특유의 축구가 그 원형이다. 연령별 대표팀 감독들은 이 확립된 모델을 공유한다. 앙리는 스페인 여자축구 대표팀, 유소년팀, 올림픽 대표팀을 거론하며 “그들은 모든 레벨에서 같은 방식으로 뛴다”고 말했다.
감독도 협회가 육성한다. 월드컵 우승을 이끈 루이스 데 라 푸엔테(65) 감독이 성공 사례다. 선수로는 A매치 경력도 없고 클럽 감독으로도 실패했지만, 협회는 그에게 2013년 연령별 대표팀 감독을 맡겼다. 그는 19세 이하(U-19)와 U-21 유럽선수권 우승, 도쿄올림픽 은메달로 화답했다. 협회는 2022년 그를 성인 대표팀 감독으로 승격시켰다. ‘무명 감독’이란 비판에도 협회는 흔들리지 않았고, 그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에 이어 월드컵까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런 감독 선임 기조는 선수 선발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번 월드컵 주축이었던 파비안 루이스(30·파리 생제르맹), 다니 올모(28·FC바르셀로나), 미켈 오야르사발(29·레알 소시에다드), 우나이 시몬(29·아틀레틱 빌바오) 등은 데 라 푸엔테 감독과 연령별 대회 우승을 함께했던 멤버다. 성인 대표팀 이전부터 감독과 선수의 신뢰가 쌓여있는 것.
그렇다고 ‘써 본 선수’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라민 야말(19)과 파우 쿠바르시(19·이상 FC바르셀로나)는 데 라 푸엔테 감독의 지도를 받지 않고 연령별 대표팀에서 성장한 선수들. 하지만 감독이 누구든 어차피 같은 철학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성인 대표팀에 무리 없이 녹아들었다. 데 라 푸엔테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우리 시스템에 가장 잘 맞는다고 믿는 선수들을 뽑았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스페인과 유사한 모델을 채택했다. 일본 대표팀을 강호로 키워낸 모리야스 하지메(58) 감독은 2017년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먼저 맡은 뒤, 성인 대표팀 감독을 겸임하며 세대교체를 이끌었다. 일본축구협회는 내년 아시안컵을 마지막으로 물러나는 그의 후임으로 오이와 고(54)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선임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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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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