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건국 250주년을 맞은 7월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이 들어간 100달러짜리 지폐가 공개됐다. 미국 지폐에 현직 대통령 서명이 인쇄된 것은 역사상 처음으로, 연방법은 미국화폐에 생존 인물과 관련된 것을 넣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재무부는 “건국 250주년 기념과 같은 특별한 경우에는 이를 우회할 수 있다”며 강행했다.
재무부는 또한 트럼프의 초상이 들어간 건국 250주년 기념 순금주화와 1달러동전의 발행도 추진 중이다. 금화는 유통화폐가 아닌 수집용 기념동전으로, 크기가 최대 7.6cm, 가격은 1,000달러를 웃돌 전망이다.
1달러 기념주화는 작년 10월 트럼프가 임명한 인사들로 구성된 미국 미술위원회가 만장일치로 승인했는데, 민주당과 언론들은 “현직 대통령이나 생존 인물의 초상을 동전에 넣는 것은 법에 위배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는 재집권 후 여기저기에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새겨 넣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그의 초상을 넣은 여권과 국립공원 연간패스가 나왔고, 미국 평화연구소는 ‘트럼프 평화연구소’로 이름이 바뀌었으며, 미 해군이 건조하는 초대형 전함들은 ‘트럼프급 전함’으로 명명됐다.
워싱턴의 케네디센터를 ‘트럼프·케네디센터’로 개명했다가 얼마 전 연방법원의 위법 판결로 그의 이름이 철거된 일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플로리다주에서는 최근 마러라고 리조트로 가는 도로명이 ‘트럼프 블러버드’로 바뀌었고, ‘트럼프 내셔널 도럴’ 골프장에는 높이 22피트(6.7미터)의 황금빛 트럼프 동상이 세워졌다.
트럼프는 작년 79세 생일에 미 육군 창설 250주년을 기념한다며 3,000만 달러가 소요된 대규모 군사퍼레이드를 개최했고, 올해 팔순 생일에는 백악관 잔디밭에 대형 철제구조물과 UFC 전용경기장 ‘옥타곤’을 설치하고 종합격투기 대회를 열었다. 6,000만 달러의 막대한 비용은 UFC 측이 부담했다지만, 백악관 경내에서 사적 목적의 프로 스포츠대회가 열린 것은 역사상 처음인데다 비밀경호국, 국무부, 국토안보부 등 7개 이상의 정부기관 인력이 동원되어 개인 생일잔치를 치렀다는 사실에 정치적 논란과 비판이 들끓었다.
트럼프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추진 중인 또 다른 대형 프로젝트는 개선문 건립과 연회장 건축이다. 알링턴국립묘지 인근에 세워질 ‘트럼프 개선문’(Arc de Trump)은 파리 개선문보다 높은 세계최대 규모가 목표다. 250피트(76m) 꼭대기에 화려한 금박의 자유의 여신상을 올리고, 양옆에는 날개를 펼친 대형 독수리 조각상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백악관의 이스트윙을 뜯어낸 자리에 짓고 있는 1,000명 수용 규모의 ‘트럼프 볼룸’은 세금 한푼 안 쓰고 전액 기부금으로 충당한다며 시작했지만, 실제로는 ‘백악관 보안조치’ 명목으로 비밀경호국 예산 3억5,200만 달러를 전용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대통령 취임 1년 반만에 이렇게나 많은 ‘셀프 우상화’ 작업을 이뤄낸 것이 놀랍기만 하다. 그 추진력으로 국정을 돌봤으면 얼마나 살기 좋은 미국이 되었을까?
그런데 이 모든 행태에서 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것은 고대 로마와 황제들의 모습이다. 거대한 개선문 건축계획이 대표적이다. 로마는 특별한 승리를 기념할 때마다 개선문을 세웠고, 이후 서구세계는 이를 모방한 자랑스러운 석조 기념물을 세웠다.
하지만 트럼프는 자신을 위한 개선문을 건립하려한다. 개선문 모형을 보고 기자들이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묻자 트럼프는 “나를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백악관에서 벌어진 격투기대회는 로마시대 검투사 대결을 연상시킨다. 대중에게 대단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황제들이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는 중요한 일이었다. 트럼프는 잔인한 무규칙 격투기를 통해 자신의 ‘파이터’ 이미지를 시각화하고, 젊은 남성들에게 강인함을 보여주며, 백악관에 대한 완벽한 통제력을 과시하는 이벤트로 사용했다.
초상이 새겨진 주화 역시 로마 황제의 권력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자신의 초상을 주화에 새긴 사람은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최초였다. 당시에는 과도한 권력의 징표라고 비난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당연한 관행으로 자리 잡았고, 로마 국민들은 자연스럽게 황제의 초상이 담긴 동전을 몸에 지니고 다니게 되었다.
트럼프가 보여주는 또 다른 ‘황제의 전략’은 수시로 마음을 바꾸는 변덕이다. 관세 문제에서, 이란과의 합의에서, 푸틴과 젤렌스키에 대해 수시로 왔다갔다하고, 즉흥적으로 말을 바꾸는 태도는 독재자들의 전형적인 통제방식이다. 자기 참모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끊임없이 자신에게 귀 기울이고, 자신의 새로운 견해에 맞춰 계속 태도를 바꾸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가 로마 황제를 따라하지 않는 것이 딱 한 가지 있다. 고대 로마는 대단히 포용적인 사회였고, 타국인들을 너그럽게 받아들였다. 누구나 로마인이 될 수 있다는 열린 시민권 정책에 따라 타민족을 차별없이 수용했고, 그것이 제국 확장의 핵심 원동력 되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민자들에게 갈수록 더 포악해지고 있다. 지금도 매일 국경에서, 일터에서, 법정에서 서류미비자들과 망명신청자들을 무자비하게 쫓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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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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