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톨릭 부흥’(Catholic Revival)이라는 말이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교회를 찾는 미국 청년들의 숫자가 작년부터 부쩍 늘기 시작하더니, 올 들어서 뉴욕, 워싱턴, 시카고 등 대도시 지역 본당들이 Z세대 청년들로 크게 붐비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부활절 기간 동안 미국 여러 교구의 가톨릭 사제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대규모의 성인 개종자와 입교자들을 맞이했는데, 거의가 20~30대 젊은 남성들이었다. 2025 갤럽조사에서도 18~29세 남성의 종교 활동 참여가 증가했고, “종교가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현상은 젊은이들이 갑자기 신앙을 갖게 되었다기보다는 팬데믹 이후 삶의 의미와 소속감을 교회에서 찾는 것으로 풀이된다. 고립감과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 유대감, 공동체에 대한 갈망이 이들을 신앙공동체로 이끄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젊은 가톨릭 인플루언서들이 인스타그램과 틱톡을 통해 교회를 다시 ‘멋진 곳’으로 만들기 시작했고, 신부와 수도사, 철학자들이 운영하는 채널도 많아지면서 가톨릭 신앙이 지적이고 세련된 것(chic)으로 여겨진다는 해석도 있다.
아울러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출신의 교황(레오 14세)이 나온 것과 보수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의 살해사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이 두 사건 이후 여러 교구에서 입교 문의와 미사 참석이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다.
생각해보면 오늘의 젊은이들은 우리가 성장했던 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가족과 친구보다 더 가까운 존재가 되었고, 순식간에 AI가 삶을 점령하면서 인간성과 교육이 무너지고 있다.
여기에 해소되지 않는 정치 양극화, 천국과 지옥만큼 벌어진 빈부격차,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극단적 개인주의의 시대에 젊은이들은 무엇이 옳은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찾지 못하고 있다. SNS에는 하루에도 수백 개의 가치관, 정치적 주장, 라이프스타일이 올라오지만, 그 많은 선택 앞에서 피로감을 느끼는 청년들이 ‘변하지 않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그리고 가톨릭은 바로 그 요구를 가장 강하게 충족시키는 종교로 인식되고 있다. 모든 것이 계속 바뀌는 현대사회에서 가톨릭은 2천년 역사 동안 변하지 않는 교리와 성사 중심 신앙을 유지해왔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특히 미사의 경건함과 아름다움에 감동받아 성당을 찾는다는 사람이 많다. 파이프오르간, 그레고리오 성가, 스테인드글라스, 향 촛불, 침묵 등이 현대사회에서는 접해보기 어려운 경험이기에 젊은 세대에게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또한 매주 만남, 식사, 봉사, 청년모임 등을 통해 맺는 ‘실제’ 인간관계를 접하면서 신앙보다 ‘공동체’ 때문에 남는 사람도 많다.
흥미로운 것은 이 흐름이 최근 미국에서 부상하고 있는 남성성(Masculinity)과 맞물려있다는 것이다. ‘강한 남자’를 지향하는 일부 젊은 남성들이 헬스장에서 자기훈련과 절제, 금주와 금욕을 실천하다가 가톨릭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체육관에서 가톨릭으로’(Gym Bro to Catholic) 현상이라고 소개했다.
문제는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이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보수기독교단체 ‘신앙과 자유연합’(Faith & Freedom Coalition) 행사에 참석해 “민주당은 무신론자인 공산주의자들이고, 미국에 대한 가장 심각한 위협”이라고 주장하면서 중간선거의 승리를 위해 핵심 지지층인 보수 기독교인의 결집을 호소했다.
그런가 하면 JD 밴스 부통령은 최근 출간한 종교적 회고록 “성찬: 신앙으로 돌아가는 길 찾기”(Communion: Finding My Way Back to Faith)를 통해 미국 보수주의와 가톨릭 사회교리를 연결하는 억지 논리를 전개해 보수와 진보 언론 모두로부터 혹평을 받았다.
밴스는 이 책에서 2019년 가톨릭으로 개종하기까지의 신앙여정과 함께 자신의 정치적·도덕적 세계관을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비평가들은 가톨릭 사회교리가 노동자와 빈곤층을 보호하고, 공동선과 연대를 강조하는 반면, 밴스는 강력한 국경통제와 경제적 민족주의, 남성적 이념적 우월감을 내세우는 등 책의 내용과 현실정치에서의 부통령이 서로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가톨릭 신자는 약 20%에 불과하다. 이들은 오랫동안 민주당 지지성향을 보였으나 백인들이 점차 돌아서면서 2009년 이후 공화당 성향이 강해졌다. 현재 연방대법관 9명 중 보수성향 대법관 6명이 모두 가톨릭 신자다.
대체로 ‘모태신자’들은 자유주의 성향이 높은 반면, 성인이 되어 신앙을 갖게 된 사람들은 거의 예외 없이 보수적 성향을 보인다. 그러잖아도 트럼프 집권 이후 다양성과 성 평등이 무너져가는 지금, 새로운 ‘가톨릭 부흥’이 남성성을 원동력 삼는 또 다른 우파운동으로 변질될까 우려된다. 역사적으로 남성, 보수주의, 신앙의 조합은 여성과 소수자의 권리를 제한하고 배척하는 사회체제를 강화시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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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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