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은 마에스트로들과의 작별 타임이다. LA뮤직센터 내 두 공연장에서 구스타보 두다멜과 제임스 콘론의 고별 무대가 잇달고 있다.
지난 7일 두다멜이 월트 디즈니콘서트홀에서 LA필하모닉과의 마지막 연주회를 마친 데 이어,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온에서는 콘론이 LA오페라 음악감독으로서의 마지막 공연인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를 연주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두 거장이 LA를 떠남에 대해 음악계는 황금기와도 같았던 ‘한 시대의 종료’를 체감하는 분위기다.
제임스 콘론(James Conlon, 76)은 2006년 켄트 나가노에게서 바톤을 이어받아 2대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후, 20년 동안 LA오페라를 이끌어왔다. 오페라단이 올해 40주년을 맞았으니 그 절반을 감독해온 셈. 그동안 70편의 오페라, 522회 공연을 지휘한 그는 취임무대에서 연주했던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와 이번 은퇴무대 작품인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를 가장 사랑했고, 가장 많이 무대에 올렸다.
이와 함께 베르디, 푸치니, 모차르트, 도니제티, 벨리니, 비제, 바그너, 필립 글래스 등 고전부터 현대까지의 주요 레퍼토리들을 모두 섭렵한 그는 언제나 오페라 전체를 꿰뚫는 엄청난 열정과 섬세한 파워로 무대를 호령했다. 그의 음악은 생기 넘치고 정밀하며 과장 없는 해석으로 완성도 높은 공연을 빚어냈고, 그 결과 LA오페라를 세계 수준의 오페라단으로 성장시켰다.
콘론의 업적으로는 2009-10년에 대대적으로 진행됐던 바그너의 ‘링 페스티벌’이 가장 많이 회자된다. 독일 감독 아힘 프라이어 연출의 무대였던 이 축제는 4부작 오페라를 3회에 걸쳐 12회 공연하는 사이클로 화제를 모았으며, LA 전역에서 한 달 동안 관련 전시회, 세미나, 심포지엄 등이 이어지는 거대한 문화예술축제로 치러졌다.
그보다 더 중요한 업적은 콘론이 독창적으로 주도한 ‘복원된 목소리’(Recovered Voices) 프로젝트다. 콘론은 나치에 의해 탄압받고 사라진 작곡가들의 레퍼토리를 찾아내 무대에 올림으로써 오페라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렇게 복원된 명작들은 쳄린스키의 ‘난쟁이’, 코른골트의 ‘죽음의 도시’, 바인베르크의 ‘승객’, 슈레커의 ‘낙인찍힌 자들’, 쇤베르크의 ‘모세와 아론’ 등이다.
콘론 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의 모습은 매 공연 한 시간 전 빼놓지 않았던 오페라 해설이다. 그는 언제나 직접 마이크를 잡고 공연작의 음악과 역사, 문학과 컬처를 아우르는 열정적인 설명으로 관객들이 공연을 깊이 즐기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제임스 콘론의 후임으로는 베네수엘라 출신의 지휘자 도밍고 힌도얀(Domingo Hindoyan)이 선임됐고, 콘론은 명예감독으로서 매 시즌 한 작품을 지휘하며 LA오페라와의 인연을 이어간다. 그는 2027 5월, ‘피가로의 결혼’에서 다시 지휘봉을 잡을 예정이다.
한편 콘론의 마지막시즌 피날레 ‘마술피리’(The Magic Flute)가 현재 절찬리에 공연되고 있다. LA오페라 역사상 최고 히트작인 이 프로덕션은 독일 연출가 배리 코스키와 영국 극단 ‘1927’(공동감독 수잔 안드라데, 폴 배릿)이 함께 만든 무대로, LA오페라는 2013년 초연한 이래 2016년과 2019년에 이어 이번에 네 번째로 무대에 올릴 만큼 장기공연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그 네 번의 공연을 모두 제임스 콘론이 지휘했다.
오페라와 애니메이션과 무성영화를 섞어서 만든 이 퓨전 프로덕션은 톡톡 튀는 연출, 유머 넘치는 표현, 코믹한 장면들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 작품이다. 특별한 세트 없이 무대는 하나의 거대한 스크린이고, 이를 배경으로 음악과 애니메이션 영상과 가수들의 라이브 퍼포먼스가 실시간 조화를 이루며 웃음을 자아낸다.
등장인물들이 하늘에서 내려오고, 벽에서 튀어나오고, 지하에서 솟아오르는 무대연출이 신선하고, 가수들은 움직이는 애니메이션과 완벽한 호흡으로 노래함으로써 오페라라는 형식의 틀을 깬 한 편의 매혹적인 공연예술을 만들어냈다.
밤의 여왕(소프라노 아이굴 키스마툴리나)은 단검처럼 날카롭게 꽂히는 고음으로 관객을 압도하고, 주인공 연인인 타미노 왕자(테너 마일스 미카넨)와 파미나 공주(소프라노 시드니 맨카솔라)는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하며, 익살스러운 새잡이 파파게노(바리톤 카일 밀러)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캐릭터로 인기를 독차지한다. 특별히 절대 권력자 자라스트로 역에 베이스 연광철이 출연해 심오한 영적 메시지를 선포하는 위엄 있는 사제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마술피리’는 모차르트가 죽기 두 달 전에 완성한 징슈필(독일의 민속음악연극)이다. 원래는 노래만큼이나 연극적 대사가 많은 작품인데, 배리 코스키 프로덕션은 지루할 수 있는 대사들을 과감하게 없애고 이를 단순하게 자막처리 해버림으로써 동화 같고 만화 같고 무성영화 같은 무대와 아름다운 음악만을 선사해준다. 그리고 콘론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는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음악, 간결하고 매혹적인 선율, 긴장감 넘치는 극적 장면들을 기막히게 연주한다.
‘마술피리’ 공연은 오늘 17일과 20, 21일 세 차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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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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