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시 급락…전문가 긴급진단
▶ “경기둔화 반영” 매물출회 지속 전망
▶ “펀더멘털보다는 수급 영향” 분석도
▶ “AI투자 수익성 확인돼야 불안 해소”
▶ 위험자산 비중 줄이며 현금 확보 강조
코스피가 하루 만에 11% 가까이 급락하며 6000선을 간신히 지키자 이번 장세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렸다. 일부는 수급과 투자심리가 만든 ‘급격한 조정’으로 평가한 반면 경기 둔화를 반영하기 시작한 ‘하락장의 초입’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코스피 하방 지지선을 숫자로 제시하기 어렵다는 의견 또한 적지 않았다. 반도체 실적과 미국 빅테크의 투자 계획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28일 서울경제신문이 증시 전문가 5인을 통해 긴급 진단한 바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현재 상황이 조정장인지 하락장인지에 대한 해석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락장의 조건은 기업 실적 방향 자체가 꺾인다는 것이지만 아직은 그런 숫자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현재 주가는 실적 악화 우려를 상당 부분 선반영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코스피 9000선을 이번 사이클의 고점으로 보고 있으며 현재는 하락장의 초입”이라며 “올해 경기 모멘텀이 정점을 통과했고 내년 성장률 둔화 가능성을 고려하면 반등이 나오더라도 차익 실현 매물이 계속 출회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과거 7000, 6000 등 코스피의 하방 지지선을 제시했던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장세에서는 숫자로 단정하기 어려워했다. 반도체 펀더멘털보다 외국인 수급과 투자심리가 시장을 좌우하고 있어 기술적 하방 지지선의 의미가 희석됐다는 설명이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은 시장이 비이성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금융위기나 코로나19 때와 비교해도 단기간 낙폭이 너무 커 저점을 숫자로 논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다”고 말했다. 이영곤 토스증권 센터장 역시 “펀더멘털 우려도 있지만 수급적인 요인으로 인한 하락이 같이 진행되고 있다”며 “하방 지지선을 숫자로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하락 요인으로는 중국 메모리 업체의 생산 확대 가능성과 엔비디아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 소식이 맞물리면서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진 점을 들었다. 황 센터장은 “시장이 걱정하는 것은 결국 AI 투자가 실제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인지 여부”라며 “구글은 어느 정도 해답을 내놓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등이 AI를 통해 클라우드 사업에서 얼마나 수익을 내고 있는지가 확인돼야 시장의 불안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하락장을 펀더멘털 훼손보다 기대감 조정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 또한 나왔다. 이영곤 센터장은 “창신메모리 상장이 투자심리와 수급에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최근 급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시간이 지나면 시장은 다시 기업 펀더멘털에 수렴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중국 기업의 기술 추격이나 미국 하이퍼스케일러의 투자 재원 문제는 시장이 몰랐던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라며 “피지컬 AI가 본격화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시장이 미래 성장성보다 투자비와 자금 조달 문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충분한 가격 조정이 이뤄진 만큼 저점 매수 기회라는 의견도 나왔다. 고 센터장은 “코스피가 9300선에서 6000선까지 내려온 만큼 가격 조정은 상당 부분 진행됐다”며 “6000선 안팎은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5배에도 미치지 않는 저평가 구간으로 장기 투자자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가격대”라고 평가했다.
향후 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변수로는 이번 주로 예정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발표와 뒤이은 미국 빅테크의 콘퍼런스콜이 꼽혔다. 이영곤 센터장은 “반도체가 다시 상승하려면 빅테크들이 AI 투자를 지속할 충분한 투자 여력을 갖고 있는지가 확인돼야 한다”며 “이번 실적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고 다음 분기까지 투자 지속성이 확인돼야 의미 있는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진우 센터장도 “현재 주가는 상당한 비관론을 반영한 수준이지만 실적의 유효성을 확인하는 과정은 필요하다”며 “AI 투자 사이클을 검증하는 이벤트를 순차적으로 소화해야 시장도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 전략으로는 무리한 대응보다 변동성 관리가 우선이라는 조언이 이어졌다. 정 연구위원은 “당분간은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고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황 센터장은 “지금처럼 비이성적인 장세에서는 현금 비중을 일률적으로 제시하기도 어렵다”며 “장기 투자자라면 주도주를 중심으로 분할 매수하는 전략은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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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원·장문항·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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