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주 조정에도 나홀로 신고가
▶ AI 수익성 의문 커지며 재평가
▶ 아이폰 등 기기 생태계 경쟁력↑
▶ 가격 인상에도 판매량 방어 기대
인공지능(AI) 모델 경쟁에서 다소 뒤진다는 평가에도 애플이 밀어붙인 ‘디바이스 전략’이 월가에서 새삼 주목받고 있다.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초거대 AI 모델보다 아이폰과 자체 칩, 운영체제(OS)를 앞세운 애플의 전략이 강점으로 재평가되면서다.
미국 기술주들의 주가가 큰 폭의 조정을 받고 있는 가운데 애플은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고 메모리칩 가격 급등으로 아이폰 가격 인상을 예고했지만 판매량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야후파이낸스 등에 따르면 애플은 이날 뉴욕증시에서 전 거래일보다 0.63% 오른 317.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미국 기술주들이 전반적인 조정을 받는 가운데 애플은 이날 신고가를 다시 쓴 것이다. 애플 주가는 올해 들어 약 17% 상승해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메타플랫폼스·테슬라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 종목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월가 투자은행(IB)들은 목표주가를 높이는 등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이날 씨티그룹은 애플의 목표주가를 315달러에서 365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에버코어·KGI·뱅크오브아메리카 3사 평균 목표주가도 353달러로 현재보다 13%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보고서에서 애플이 에이전틱(비서형) AI의 승자가 될 수 있다며 2030회계연도까지 AI 관련 매출이 150억~300억달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이 다시 주목받는 것은 역설적으로 AI 모델에 돈을 쏟아 붓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아이폰 등 기기(디바이스)를 중심으로 AI를 결합하는 온디바이스 전략을 통해 수익화를 입증했다.
애플은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는 초거대 AI 모델 개발 경쟁에 뛰어들기보다 하드웨어와 OS, 기기 생태계를 중심으로 AI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아이폰과 자체 칩, OS, 앱스토어를 중심으로 구축한 경쟁력을 AI 서비스와 결합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구글의 제미나이 등 외부 AI 모델을 적극 활용해 비용 부담을 줄이고 최신 AI 기술을 빠르게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댄아이브스 웨드부시 애널리스트는 월가 최고치인 400달러를 목표가로 제시하면서 “세계 인구의 20%가 애플 기기를 통해 AI에 접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덕분에 애플의 재무적 부담은 경쟁사보다 덜하다. 실제 블룸버그 컨센서스에 따르면 2026회계연도 기준 애플의 자본지출(CAPEX)은 122억달러로 구글과 아마존·메타 등에 비해 10분의 1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잉여현금흐름(FCF)은 전년보다 40% 이상 증가한 1,397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는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경쟁사보다 훨씬 적은 투자로 막대한 수익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짚었다.
AI 경쟁의 축이 모델 성능에서 하드웨어로 옮겨가며 애플이 축적해온 하드웨어 설계와 제조 역량은 돋보이고 있다. 최근 애플이 오픈AI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이점을 더욱 부각시켰다. 오픈AI 측이 바란 것은 애플의 미공개 제품 설계였기 때문이다. 특히 여러 기기에서 개인의 사용 맥락을 파악해 가장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돕는 조율 능력인 ‘오케스트레이션’ 측면에서는 50년간 개인용 기기를 개발해온 애플만한 강자가 없다는 평가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 존 손힐은 “AI 모델의 효율성이 높아질수록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에서 실행되는 비중이 커질 것”이라며 “현재 전 세계에서 약 25억 대의 애플 기기가 사용되고 있는 만큼 애플은 다양한 앱과 AI 에이전트를 통합해 제공하는 데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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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이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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