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액션 영화 ‘클레멘타인’(2004)은 졸작이다. 만듦새가 총체적 난국이란 평을 들었다. 당대의 할리우드 액션 스타 스티븐 시걸을 캐스팅하고도 망했다. 개봉 당시 관객은 6만7,000명에 그쳤다. 그러나 반전. 네티즌들이 매기는 네이버 누적 평점은 10점 만점에 무려 9.39점이다. “이 영화를 보고 암이 나았다” 같은 리뷰가 달렸다. 장난이란 걸 알기에 화내는 사람은 없다.
■ 문화예술 평론가는 이름과 업을 걸고 작품을 평가하는 사람이다. 자기 이름과 업을 걸고 장난 칠 사람이 있을까. 이동진은 약 30년 경력의 꽤 신뢰받는 영화평론가다. 그가 평론집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2019)를 냈을 때 박찬욱 감독은 “일관되게 소신을 지키고 스스로 정한 높은 기준을 유지해 왔기에 이동진은 하나의 매체 또는 기관이 되었다”는 추천사를 썼다. 호불호가 살벌하게 충돌하는 영화 ‘호프’에 대해 이 평론가는 별 다섯 개 만점에 별 네 개를 줬다.
■ 나홍진 감독의 ‘호프’가 어마어마한 기대를 모으며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을 때 세계 영화 매체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평론이란 그런 것이다. 직업평론가로 한정할 것도 없이, 취향과 경험에 따라 문화예술 작품에 대한 감상과 평가는 사람마다 다른 게 당연하다. ‘모나리자’를 보고도 누군가는 별로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호프’를 보고 실망한 어떤 사람들은 이 평론가를 비방하고 모욕했다. 돈 받고 평가했냐고 욕보이는가 하면, 이 평론가 가족까지 공격했다.
■ “의견은 사실이 아니다. ‘호프’가 훌륭하다는 것은 제 의견이고, 형편없는 영화라는 것은 당신의 의견이다.” 급기야 이 평론가가 입장문을 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어느 문화비평가는 “공짜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극장까지 찾아갔는데 만족하지 못한 것이 억울한 사람들의 집단 화풀이”라고 했다. 딱하다. 나와 다른 생각을 점점 더 참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 간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매장시켜야 직성이 풀리는 세상이 되어 간다. 요즘 시대정신은 누가 뭐래도 ‘입틀막’. 어디서 ‘호프(Hope)’를 찾아야 하나.
<최문선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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