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011년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치료제 상용화에 성공했다. 파미셀의 심근경색 치료제 ‘하티셀그램-AMI’가 그 주인공이다. 2014년까지 메디포스트 ‘카티스템’, 안트로젠 ‘큐피스템’, 코아스템 ‘뉴로나타-알’까지 총 4건의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 허가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후 10년 넘게 신규 허가는 나오지 않았다. 식약처의 엄격해진 임상 규제 탓이다. 규제 강화의 배경에는 2005~2006년 한국 사회를 강타한 배아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 일명 황우석 사태의 트라우마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는 식약처의 보수적 규제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네이처셀의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조인트스템’ 반려 사태를 꼽는다. 세 차례에 걸쳐 품목 허가가 반려됐는데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같은 임상 데이터로 가속 승인 절차를 열어줬다. 국내 법원도 최근 1심에서 식약처의 반려 처분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사이 한국내 난치병 환자들은 줄기세포 해외원정치료에 나섰다. 2023년 복지부 국정감사에 따르면 줄기세포 치료를 받으려고 일본·대만 등으로 향하는 한국인이 연간 1만~2만 명에 이르고 1회당 치료비는 수천만 원에서 최대 1억 원에 달한다. 반면 일본은 승인 치료와 비승인 자비 치료로 나눠 관리하는 이원화 체계로 세계 최대 재생의료시장을 키웠다.
■늦은 감이 있지만 한국정부가 2025년 2월 첨단재생의료법 개정안을 시행해 중증·희귀·난치 질환자는 연구 목적이 아니어도 치료받을 수 있게 길을 열었다. 이달 21일에는 무릎 골관절염 등 해외원정치료 수요가 많은 4대 질환의 정부 주도 임상을 추진하고 저위험군은 선행 임상 없이 치료 심의를 신청할 수 있는 첨단재생의료 5개년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4대 질환 국내 치료는 이르면 2028년 하반기에나 결정되고 건강보험 적용 계획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해외원정치료를 떠나는 환자들의 발길을 돌리려면 정책 속도를 더 높이고 비용 부담을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지도 깊이 고민해야 한다.
<김정곤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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