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서울미술관 ‘지나가는 자리’전
▶ 조각가 조숙진의 40년 여정 담아

조숙진 작 ‘아트 하우스 채플-기도의 집’(2018, 니카라과)

조숙진 작 ‘노바디’(2014·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이 오는 29일부터 11월15일까지 한국 대표 조각가 조숙진의 개인전 ‘지나가는 자리’(Sook Jin Jo: That‘s How the Light Gets In)를 연다. 2층 전시실과 야외 정원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남서울미술관이 기획한 ’한국 대표 조각가‘ 시리즈의 두 번째 순서로, 뉴욕을 기반으로 40여 년간 활동해온 조숙진의 예술 세계를 총망라하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1960년 전라남도 광주에서 태어난 조숙진씨는 1982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에 진학하며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캔버스나 정형화된 조각 재료 대신 합판, 장판, 보드지 등 비전형적 재료를 적극적으로 실험하며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해왔다. 1983년 제10회 앙데팡당을 시작으로 1985년 관훈미술관에서의 첫 개인전 ‘저 너머’, 1986년 ‘제11회 에콜 드 서울’ 등에 참여하며 국내 미술계와 밀접히 교류했다. 1988년 뉴욕으로 이주한 뒤 아시아계 작가라는 틀을 넘어 현지 미술계에서 비평적·제도적 인정을 받으며 국제적 입지를 다져왔다.
이번 전시 제목인 ‘지나가는 자리’는 캐나다 싱어송라이터 레너드 코헨의 노래 가사에서 영감을 받았다. 영문 부제 ’That‘s How the Light Gets In’이 시사하듯, 전시는 삶의 틈과 상처를 통해 들어오는 빛, 그리고 그 빛이 만들어내는 치유와 아름다움에 대한 작가의 오랜 철학을 조명한다. 조숙진씨는 버려진 나무와 사물을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인간보다 오랜 시간을 지나오며 고유한 기억을 품은 존재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 내재한 생명의 가능성을 예술로 길어 올려왔다. 만물을 동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의 태도에는 도덕경, 채근담, 선문답, 성경 등을 통해 길러온 사유가 스며 있으며, 이는 인간과 자연, 존재와 비존재, 삶과 죽음처럼 이분법적으로 나뉘어온 경계를 허무는 작업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1986년 작가노트에서 “자신이 지향하는 삶의 태도는 작품의 근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시는 프롤로그 ‘목격자’를 시작으로 파트 1 ‘존재와 비존재’, 파트 2 ‘공간 사이’, 파트 3 ‘만물의 이치’를 거쳐 에필로그 ‘하나를 이루는 세계’로 마무리되는 구성을 갖췄다. 주요작과 신작은 물론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드로잉과 아카이브 자료를 포함해 약 100여 점이 소개되며, 회화·조각·설치·사진·퍼포먼스·공공 프로젝트·건축에 이르는 다채로운 매체를 통해 초기작부터 최근 프로젝트까지 아우른다. 이를 통해 한국에서 시작된 재료 실험과 공간 감각, 존재에 대한 사유가 뉴욕 이주 이후에도 단절되지 않고 버려진 사물과 장소, 공동체를 향한 관심으로 확장되어 온 궤적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개막식은 전시 첫날인 29일 오후 5시 30분 야외 정원에서 열린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 시간은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토·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자세한 사항은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홈페이지(https://sema.seoul.go.kr/kr/visit/namseoul)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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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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