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는 가을을 맞아 고향하늘 푸른 창공을 나른다. 예나 지금이나 공중에 떠오르면 일망무제, 거칠 게 없다. 인간들이 그려놓은 휴전선이니 삼중 철조망이니 모두가 시답지 않고 가소롭다. 두루미가 나는 허공은 평화, 자유, 화해, 행복 가득한 청량, 무오류 경지이다.
김대중(DJ)의 ‘연방제 통일방안’을 기리는 ‘통일기 게양의 날’을 제정하자고 제안하는 필자의 칼럼이 보도되자 지지 응원과 반발, 비난의 엇갈린 반응이 이어졌다. 호응, 격려는 용기를 얻지만 불만, 비아냥에는 측은지심이 따른다.
그토록 한 민족이 갈라져 철천지 원수처럼 지내오던 우리가 외세 불간섭 보장받고 서로 인정하는 상대 존중(체제 보장)하며 한 단계씩 공동이익을 추구하고 평화통일하자는 제안에 무슨 잘못된 점이라도 있다는 건가.
남북 연방제 채택은 최대 현안인 핵 문제, 분국론 망발, 주한미군 철수문제, 평화 협정문제, 이산가족 왕래 등 중차대한 과제들이 일거에 자동 해소하는 최고의 명답일 터인데 어찌해서 이 답안지에 토를 달고 입에 게거품을 무는 건지 답답하기 그지없다. 우리 한반도가 갈라져 통일을 못하고 저마다 패권 쟁투로 나라를 아비규환으로 만들어 내는 좀비들을 질책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헌법을 짓밟고 정치 반대자들을 마구 탄압하고 부정선거로 학생들에 의해 쫓겨났다. 그러나 우리는 이 같은 허물을 모두 덮어주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수호 공로를 기려 ‘건국의 아버지’로 그 분을 추모하고 있다.
쿠데타로 집권한 대통령 박정희는 친일, 친공, 불결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민주 인사들, 언론인들을 마구 탄압한 독재자로 결국 측근인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총탄에 피살되었다. 그런데도 우리 민족 천년의 포한이던 굶주림, 빈곤 극복 과제를 완수하여 오히려 존경을 받고 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일생을 초지일관 불굴의 신념으로 우리 대한민국에 진정한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선구자로 추앙하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군부 정치세력 ‘하나회’를 해체하는 과단성을 보였고 금융실명제를 실시하는 용단을 내려 부정부패 근절에 신호탄을 쏘아 올리기도 했다.
사실상 DJ가 김정일과의 정상회담을 성공하기 이전에 이미 YS와 김일성과의 막후교섭이 활발히 진행되었던 실화를 기록해 놓지 않을 수 없다. YS-김일성 회담이 성사되지 못한 것은 김의 갑작스런 사망 때문이었다.
우리가 역대 대통령들이 적어놓은 과오를 덮어주고 공적만을 추앙하는 것은 그들의 업적이 우리 민족의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DJ의 햇볕정책 통일론도 마땅히 추앙하고 기려야 한다. DJ의 평화통일 고려연방제 햇볕정책은 국제적 인정을 받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DJ가 받은 영광은 우리 민족 모두의 영광이다. 여기에 토를 달고 폄훼, 깎아내리려는 언행, 짓거리에 일침을 가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지도자들의 일탈은 덮어주며 DJ의 공적은 오히려 트집 잡고 비하하려는 수작은 분명 편견이다.
DJ는 독재정권의 가장 혹독한 탄압을 받았던 지도자다. 그런데도 집권 즉시 모두를 용서하고 화해하고 등용, 참여시켰다. 박정희 기념관 건립기금에 거금을 쾌척하기도 했다. 남아공 흑인지도자 넬슨 만델라가 28년간 옥살이를 마치고 나와 첫마디는 “모두 다 용서하겠다. 그러나 잊지는 않겠다….”였다. DJ도 확실히 높이 평가받을 업적을 기록한 정치지도자이다.
북한이 DJ가 제공한 자금으로 핵무기를 제조했다, 라는 주장은 한마디로 정세판단에 우둔한 일부의 일방적 모략이다. 그물망처럼 짜여있는 한미동맹 관계에서 양측 합의 없이 50억 달러의 거금을 DJ가 일방적으로 핵 제조 비용을 북에 제공했다는 것은 아주 무리한 상상이다. DJ가 미측과 협의 하에 공작 차원의 원조를 한 것을 북한이 어떻게 활용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북은 김일성 때부터 이미 핵 보유 정책을 계속 고집해 왔다.
백범 김구 선생이나 DJ 같은 중도민주 평화통일 지도자들을 좌우 양측에서 몰아세우는 한국 정치풍토와 민중의식 수준에 두루미는 야속하기 그지없다.
두루미는 오늘도 하늘 높이 올라 사색에 잠겨본다. DJ 정신을 기리기 위해 통일기 게양의 날을 제정, 선포할 것을 촉구한다. 통일 얘기 꺼내면 진보이고 한미동맹 주장하면 수구꼴통 보수라는 병적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만 우리나라에 평화와 통일이 온다고 두루미는 외치고 싶다.
(571)326-6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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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두루미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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