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포스트 특약 건강 의학 리포트
▶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 60%가 45~64세에 진단
▶ 기억력보다 무관심·공감 상실·충동적 행동 먼저
▶ 우울증·중년 위기로 오인… 진단까지 평균 3~4년
▶ 알츠하이머보다 진행 2배… 조기 발견·관리 중요

[클립아트 코리아]
전두측두엽 치매(frontotemporal dementia·FTD)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면, 아마도 브루스 윌리스나 웬디 윌리엄스 때문일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이 두 유명인의 진단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동안 좀처럼 논의되지 않았던 이 신경퇴행성 질환에 관심이 쏠렸다. FTD는 전체 치매 사례의 약 5~10%를 차지하고 미국에서 약 5만~6만 명이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될 만큼 비교적 드물지만, 조기 발병 치매 가운데서는 가장 흔한 형태다.
실제로 FTD 진단을 받는 사람의 60%가 45~64세로,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는 평균 연령보다 수십 년이나 젊다. 알츠하이머병은 대부분의 치매 사례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그런데도 전문가들은 실제 FTD 환자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매스 제너럴 브리검 신경과학연구소 신경과 전문의이자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전두측두엽 장애 유닛 책임자인 브래드 디커슨은 FTD가 “대부분의 의료진은 물론 전문의조차 경험해보지 못했을 정도로 드문 질환이기 때문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FTD의 초기 증상은 뇌에서 공격받는 부위가 다르기 때문에 보다 흔한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증상과도 크게 다르다. UC 샌프란시스코 신경학 교수이자 에드워드 앤 펄 파인 기억·노화센터 소장인 브루스 밀러는 FTD가 흔히 “행동, 사회적 상호작용 조절, 중독, 의욕, 조직화 및 계획 수립에 매우 중요한 뇌 앞부분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FTD는 일반적으로 알츠하이머병에서 나타나는 기억력 상실이나 사고력 문제보다는 행동이나 기분의 변화로 먼저 나타난다. 알츠하이머병은 일반적으로 해마를 비롯해 이러한 기능을 담당하는 뇌 영역에 먼저 영향을 미친다. 밀러는 바로 이 때문에 FTD가 정신과적 문제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두측두엽퇴행협회에 따르면 FTD 환자가 진단을 받기까지는 평균 약 3~4년이 걸린다.
아래에서 전문가들은 FTD가 다른 치매보다 이른 나이에 발병하는 이유와 흔히 간과하기 쉬운 징후들, 그리고 이 질환을 앓는 사람들을 위한 치료와 돌봄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설명한다.
■FTD가 다른 형태의 치매보다 일찍 시작되는 이유
알츠하이머병과 달리 FTD 환자 대부분은 65세 이전에 진단을 받는다. 왜 그런지는 아직 연구 중이지만, 전문가들은 그 해답이 근본적인 발병 원인과 관련돼 있다고 생각한다.
전체 사례의 약 20%는 여러 유전자 돌연변이 가운데 하나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두 가지 돌연변이는 뇌세포에 독성 영향을 미치는 비정상적인 단백질을 생성하며, 또 하나는 신경세포에 필요한 단백질의 결핍을 초래한다고 디커슨은 설명했다. 이러한 돌연변이는 쉽게 유전된다. 디커슨은 이들 유전자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문제가 있는 복제본 하나만 물려받으면 FTD가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는 돌연변이를 가진 사람의 자녀가 이를 물려받을 확률이 50%라는 의미다.
밀러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어린 나이부터 FTD의 “생물학적 진행을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 40세나 50세에 이르렀을 때는 이미 그 유전적 원인이 수년에 걸쳐 뇌에 엄청난 손상을 일으켜 왔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유전자들이 나머지 80%의 일부 사례에서도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FTD 환자의 최대 40%는 가족력이 있다.
현재 연구의 한 분야는 개별적으로는 질병을 일으키는 이상 유전자가 아니지만, 여러 변이가 함께 나타날 경우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유전자 변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디커슨은 말했다. 특정한 유전자 조합을 물려받으면 비슷한 유전적 패턴을 갖지 않은 사람보다 다른 위험 요인, 어쩌면 환경적 요인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이 무엇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디커슨은 대기오염과 알츠하이머병 발병 가능성 증가 사이에 알려진 연관성을 예로 들면서, 오염된 지역에 산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과 비교했다.
결국 밀러는 “유전적 기반을 가진 FTD 사례의 비율이 상당히 높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발병 연령을 낮추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뚜렷한 유전적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는 사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여전히 원인을 규명하고 있지만, 생활습관이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FTD와 관련된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사람이라도 인지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증상 발현을 늦출 수 있다고 밀러는 말했다. 그는 두부 외상 역시 연구자들이 조사하고 있는 위험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놓치기 쉬운 FTD의 주요 초기 징후
FTD의 증상은 뇌의 정확히 어느 부위에서 질환이 시작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처음 측두엽, 특히 왼쪽 측두엽을 침범하면 말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비롯한 언어 능력에 영향을 미쳐 ‘원발성 진행성 실어증(primary progressive aphasia)’으로 알려진 상태를 유발한다. 이런 유형의 FTD 환자들은 신경과 전문의에게 의뢰돼 비교적 빨리 진단받는 경향이 있다고 디커슨은 말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FTD는 대부분 전두엽에서 시작되며, 가장 초기 증상은 일반적으로 행동이나 성격의 변화로 나타난다. 이를 ‘행동변이형 FTD’라고 한다. 가장 흔한 증상들은 우울증이나 양극성 장애와 같은 정신과 질환의 징후로 쉽게 오인되거나 스트레스, 번아웃, 심지어 중년의 위기에서 오는 영향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증상이 포함된다.
▲무관심: 밀러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하려는 데 흥미를 잃고, 움직임이 줄어들며,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한 관심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중독성 행동: 밀러는 환자가 강박적인 음주나 약물, 성행위 또는 이 가운데 여러 가지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감 능력 상실: FTD 환자는 배우자와 자녀, 친구, 직장 동료들과 멀어지는 경향이 있다. 밀러는 그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다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함께 느끼는 능력을 잃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계획 수립, 조직화 및 금전 관리의 어려움: FTD는 흔히 집행기능을 저해한다. 집행기능은 문제 해결, 추상적 사고, 감각 정보 조절, 의사결정 등을 포함하는 고차원적 인지 능력을 말한다. 이러한 문제가 나타나는 한 가지 사례로, 디커슨은 FTD가 없는 사람이라면 명백히 수상하다고 여겼을 사기에 속아 피해를 본 환자들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탈억제: 디커슨은 FTD로 인해 사람들이 말이나 행동을 걸러내는 능력을 잃거나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방식으로 행동하기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예로 공중화장실에서 뒤에 있는 문을 닫지 않은 채 소변을 보는 사람을 들었다.
이러한 변화는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다. 디커슨은 FTD 환자는 일반적으로 자신의 증상을 인식하는 능력이 부족해 자신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사에게 가족이 관찰한 것과 다른 이야기를 할 수도 있으며, 이로 인해 진단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치매와 정신과 질환을 둘러싼 사회적 낙인 역시 FTD 환자와 가족들이 진료를 받는 것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진료를 받더라도 신경과 전문의가 아니라 정신과 전문의에게 의뢰되는 경우가 많다고 디커슨은 말했다.
진단을 받을 즈음이면 질환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밀러는 “FTD는 일반적인 알츠하이머병보다 약 두 배 빠르게 진행된다”며 평균 기대수명은 약 7~13년이라고 말했다. 그는 “질환이 진행되면서 무관심이 더욱 심해지고, 결국 환자들은 완전히 움직이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일부 환자는 떨림과 같은 운동기능 문제를 겪는다. FTD 환자의 최대 30%는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과 일치하는 증상을 보이게 된다. ALS는 근력 약화와 근육 소모, 삼킴 장애 등을 일으키는 운동신경세포 질환이다.
밀러가 “행동이나 성격에 극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모든 경우에는 뇌, 특히 전두엽의 문제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기억해둘 만한 중요한 점이 있다. 치매는 흔히 기억력이나 추론 능력 등을 ‘잃는 것’으로 이해되며, FTD에서도 분명 조직화 능력의 상실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디커슨은 FTD의 많은 초기 증상이 이전에는 없었던 성격적 특성이 새롭게 ‘생겨나는 것’을 반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부적절하거나 평소 그 사람답지 않다고 느껴지는 행동이 새롭게 나타날 경우 특히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가야 한다. 밀러는 “우리가 일찍 개입한다면 가족들이 이를 관리하도록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전두측두엽 치매의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현재 FTD를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없다. 밀러는 의사와 간호사, 심리학자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과 함께 증상과 행동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치료와 돌봄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흔히 ‘이러한 증상 가운데 어떤 것을 관리해야 하고, 어떤 것은 무시해도 되는가’를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증상은 FTD 환자 본인과 주변 사람들에게 해로울 수 있지만, 다른 증상들은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정도로 경미할 수 있다.
밀러는 일부 FTD 환자에게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로 알려진 항우울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약물은 과민성과 강박적 행동을 줄이고 기분을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언어 능력에 문제가 있는 환자의 경우 적어도 초기 단계에서는 언어치료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두 전문가는 높아진 사회적 인식에 힘입어 치료법 연구가 활기를 띠고 있다는 점에 희망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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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ca Slo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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