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뉴이티 사상 최대 판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

이정원 블루앵커 재정보험 전문 에이전트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 수준을 오가고 있다. 그런데 미국인들의 돈은 주식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LIMR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 어뉴이티 판매액은 2,313억 달러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분기 판매액만 1,239억 달러였고, 분기 판매액이 1,000억 달러를 넘어선 것도 열한 분기째다.
시장이 좋은데도 은퇴자산의 일부가 원금보호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다. 은퇴를 앞둔 사람들이 돈에 던지는 질문 자체가 달라졌다. 얼마나 더 벌 수 있는가에서, 시장이 흔들려도 얼마나 지킬 수 있는가로 무게가 옮겨간 것이다.
그런데 상담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그 보험회사 이름을 못 들어봤다는 것이다.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반응이다. 하지만 이름이 낯설다는 것과 회사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미국 어뉴이티 시장에서 규모 있게 영업하는 회사 가운데는 한인 사회를 상대로 광고하지 않아 우리에게만 생소한 곳이 적지 않다. 반대로 우리가 익숙하게 아는 이름은 한국에서 접했거나 자동차·주택보험 광고로 알게 된 경우가 많다. 익숙함과 재무적 안정성은 별개의 문제다.
그렇다면 이름 대신 무엇을 봐야 할까. 첫째는 재무건전성이다. 어뉴이티는 장기간 유지되는 계약인 만큼 AM Best와 같은 독립 평가기관의 재무등급을 확인하고, 일반적으로 높은 등급을 가진 보험사를 우선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는 업력이다. 내가 계약을 맺고 있는 회사 가운데에는 뿌리가 1877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곳이 있다. 150년 가까운 세월이다. 대공황과 두 차례 세계대전, 2008년 금융위기를 모두 지나오면서 계약을 이어왔고, 재무등급도 A+다. 그런데 이 회사의 이름을 아는 한인 고객은 거의 없다. 낯선 이름이 곧 작은 회사를 뜻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보다 잘 보여주는 예도 드물다.
셋째는 감독과 인가다. 캘리포니아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회사는 주 보험당국의 감독을 받으며 자본과 준비금, 지급여력에 관한 규제를 적용 받는다. 처음 들어본 회사라는 이유로 판단을 끝내기보다 이 세 가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훨씬 객관적인 접근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 이렇게 많은 돈이 보험회사로 향하고 있을까. 숫자 두 개만 보자. 대표적인 기술주 지수는 2022년 한 해 32.97% 하락했고, 이듬해 53.81% 상승했다. 길게 보면 결국 회복한 셈이다. 그러나 은퇴자에게는 하락한 시점이 언제였느냐가 중요하다. 시장이 크게 떨어진 해에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자산까지 꺼내 써야 했다면, 회복을 기다릴 여유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인덱스 어뉴이티는 이런 필요에서 나온 선택지 가운데 하나다. 지수가 오르면 그에 연동해 이자가 적립되고, 지수가 내려도 시장 하락 때문에 원금이 줄지는 않는다. 다만 지수가 오른 만큼 그대로 이자가 붙는다는 뜻은 아니다. 상품별 적립 방식과 조건에 따라 실제 이자는 달라진다.
확정금리 상품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캘리포니아에서는 5년 만기 고정금리 어뉴이티(MYGA)의 이자율이 6%에 육박하는 사례가 있다. 같은 기간 은행 CD 최고 금리가 4% 중반대인 점을 감안하면 관심이 커지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다만 둘은 구조가 다르다. CD는 은행 예금으로 연방예금보험의 적용을 받고, 어뉴이티는 보험회사의 계약상 의무에 기반한다. 금리 숫자만 비교할 것이 아니라 재무건전성과 계약기간, 중도인출 조건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결국 상반기 2,313억 달러라는 기록은 미국인들이 어뉴이티를 많이 샀다는 사실 이상을 말해준다. 은퇴자들이 모든 돈을 같은 방식으로 두지 않고, 지켜야 할 돈과 성장시킬 돈을 구분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에 가깝다. 남들이 많이 한다는 이유로 가입할 일도 아니고,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배제할 일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 은퇴자산 가운데 어떤 돈을 지키고, 어떤 돈을 성장시키며, 어떤 돈을 평생소득으로 바꿀 것인지부터 정하는 일이다. 그 구분이 되어 있다면, 지금의 어뉴이티 시장은 한 번쯤 차분하게 들여다볼 가치가 있다.
문의 (626)456-1256
garden@blueanchor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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