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보 산행가이드 10년 연재 정진옥 작가
▶ 2천여 봉우리 20년 산행 경험 두 권의 책으로 발간
▶ 칼럼 중 엄선한 남가주 지역 80여 명산 길잡이 담아
▶ “46년 함께한 아내 응원으로 완성, 아내 영전에 바쳐”
![[인터뷰] “50대에 만난 산에서 제2의 인생… 그 행복 나누고 싶어” [인터뷰] “50대에 만난 산에서 제2의 인생… 그 행복 나누고 싶어”](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26/09/10/202609102203076a1.jpg)
본보에 10년간 연재했던 산행가이드를 바탕으로 최근 2권의 등산 책을 펴낸 정진옥 작가가 책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쉰넷이라는 늦은 나이에 처음 오른 산에서 그는 삶의 제2막을 만났다. 지난 2006년 지인을 따라간 마운트 볼디에서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던 초보 등산가는 어느덧 남가주 전역 400여 산과 2,000여 봉우리를 누빈 베테런 산악인이 됐다. 본보에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산행가이드’ 칼럼을 연재하며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정진옥(74) 작가가 최근 그간의 기록을 두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정진옥 작가가 펴낸 ‘LA와 인근 지역 등산 안내’는 본보에 10년 동안 게재된 총 400여 회의 글 중 한인들이 자주 찾을 만한 산 80여 곳을 추려 엮은 책이다. 또 다른 한 권에는 저자가 직접 다닌 산들의 산행기와 함께 2016년 2주간 방북해 답사한 금강산과 구월산 등 산과 사찰, 문화유적에 대한 기록을 담았다.
정 작가는 “남들이 쉽게 가기 힘든 코스나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산길을 직접 걸으며 기록을 남겼다”며 “산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이 글을 통해 새로운 산길을 꿈꾸고 도전해 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1952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난 정 작가는 전북대 상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공군 복무 후 선경합섬주식회사에서 근무했다. 1993년 41세의 나이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뒤 한의학 석·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마켓과 리커스토어 등 여러 비즈니스를 운영하며 가장으로서 치열한 이민생활을 이어갔지만, 2005년 운영하던 가게에서 강도 사건을 겪으면서 삶을 돌아보게 됐다. 이후 가게들을 정리하고 LA 한인타운에서 타이어샵(박스타이어·1632 Venice Blvd.)을 인수해 운영하며 새로운 삶을 이어갔다.
그가 등산에 입문한 것은 2006년이었다. 한 고객의 권유로 따라나선 첫 산행지가 마운트 볼디였다. 정 작가는 “그 해 4월에 볼디를 갔는데 너무 힘들었다”며 “중간 대피소까지 가서는 도저히 못 가겠다 싶었지만 이를 악물고 끝까지 따라갔다”고 회상했다.
삶의 피로를 짊어지고 오른 산에서 만난 해방감은 그를 빠르게 매료시켰다. 주중에도 시간을 내 일주일에 두 번씩 산을 찾았고, 한국을 방문하는 기간을 제외하면 산행을 거르지 않았다. 정 작가는 “등산할 생각만 하면 아플 겨를도 없었다”며 “서로 끌어주고 도와줘야 하는 산행이 행복했고, 산행이 끝난 뒤 느껴지는 성취감도 좋았다”고 회상했다.
정 작가는 130년 넘는 역사를 지닌 미국 대표 환경·산악 단체 시에라클럽에 지난 2014년 가입하면서 산행 경험을 한층 넓혔다.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고봉부터 사막 지대까지 다양한 산을 오간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책에는 남가주 해발 5,000피트 이상의 봉우리를 중심으로 한인들이 찾아가기 좋은 80여 개 코스를 담았다. 새벽에 출발해 하루 안에 다녀올 수 있고 거리가 너무 멀지 않은 산들을 중심으로 골랐다. 정 작가는 “한인들이 많이 찾을 법하면서도 너무 멀지 않고 인근에서 즐기기 좋은 산들을 추려 엮었다”고 설명했다.
책에는 단순한 등산로 정보뿐 아니라 직접 기록한 시간·거리·고도와 향토사학자들의 문헌을 바탕으로 정리한 산의 역사와 식물 이야기, 고사성어 등을 함께 담았다. 지역과 봉우리별 7개 챕터로 나눠 코스를 안내하고, 곳곳에 등산에 재미를 붙인 후배들을 챙기는 리더의 마음으로 산행 경험에서 얻은 조언도 덧붙였다.
초창기 지도만 보고 산에 올라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던 그는 시에라클럽 활동을 통해 체계적인 안전 산행 방식을 배웠다. 현재 시에라클럽 리더로도 활동 중인 그는 장비보다 대열 유지와 일행 간의 호흡을 중시한다. 정 작가는 “워키토키 등 장비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면 일행이 멀어질 수 있어 경험 많은 리더를 중심으로 함께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사로운 승부욕이나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고, 체력과 능력이 비슷한 사람끼리 동행하는 것이 안전의 첫 번째 조건”이라고 짚었다. 이어 “미국의 산은 가드레일도 없는 100% 자연 상태라 늘 겸손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보와의 인연은 재미한인산악회 등반대장 시절 시작돼 2년만 쓰려던 칼럼은 10년 연재로 이어졌고, 400여 편의 글은 이번 책의 바탕이 됐다. 그 긴 여정에는 46년을 함께한 아내의 응원도 있었다. 아내는 남편의 글쓰기를 자랑스러워하며 원고를 챙기고 출판을 독려했지만, 책 출간을 보지 못한 채 2024년 세상을 떠났다. 정 작가는 책을 아내의 영전에 바쳤다.
정 작가는 “산에 다니면서 힘들 때도 많았지만 그만큼 행복했다”며 “내가 걸어온 산길을 다른 이들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쉰넷에 시작한 산행은 20년의 기록이 되어 두 권의 책으로 남았다. 그리고 오는 13일, 그는 20년 전 처음 산의 매력을 알려주었던 그 곳, 마운트 볼디의 정상으로 100번째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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