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 닛토덴코·JX금속·TDK 증산·개발 속도
▶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독점 공급
▶ LG이노텍·삼성전기·SK하이닉스도 수혜

애플 신제품 ‘아이폰 듀오’. 사진 제공=애플
애플이 첫 접이식(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를 내놓으면서 접히는 화면과 초박형 부품, 고밀도 기판 등 폴더블폰용 소재·부품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과거 ‘가볍고 얇고 짧고 작은’ 이른바 ‘경박단소(輕薄短小)’ 기술을 축적해 온 일본 업체뿐 아니라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메모리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한국 업체들도 수혜권에 들어섰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1일 “애플의 접이식 스마트폰 시장 진출은 관련 부품과 소재에 대한 비즈니스 기회를 열어주었다”며 “고품질 부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여러 기업들은 개발과 생산 증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폴더블폰은 얇은 두 본체를 힌지로 연결하고 그 위에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붙이는 구조다. 일반 스마트폰보다 부품을 넣을 공간이 좁은 데다 화면과 기판, 접착제 등 일부 부품은 수십만 차례 접고 펴는 동작에도 견뎌야 한다. 이에 따라 부품 소형화와 박형화, 내구성 기술의 중요성이 한층 커진다.
일본에서는 2000년대 초반 NEC를 비롯한 휴대전화 업체들이 이른바 ‘가라케’(일본 특유의 피처폰) 경쟁을 벌이면서 얇고 작은 단말기 기술을 발전시켰다. 전자부품 업체들도 고밀도 실장과 휘어지는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등의 기술을 축적했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아졌던 이 기술들이 폴더블폰 확산과 함께 다시 부각되는 모습이다.
닛토덴코는 폴더블 스마트폰용 광학용 투명접착시트(OCA) 생산 확대에 나섰다. 아이치현 도요하시 사업장에 390억 엔(약 52조 4000억 원)을 투자해 새 공장을 짓고 2028년도 가동할 계획이다. OCA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과 커버글라스 등을 접착하는 소재로 폴더블폰에서는 반복적인 개폐에도 접착력과 투명성을 유지해야 해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다.
일본전기초자도 머리카락보다 얇으면서 반복적으로 접을 수 있는 초박형 유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 시장은 미국 코닝과 독일 쇼트가 강세지만 일본전기초자 역시 내구성을 높인 제품으로 중국 스마트폰 업체 등의 수요를 개척하고 있다.
JX금속은 힌지 부위 등에 사용되는 FPC용 동박 수요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폴더블폰은 기존 스마트폰보다 접히는 부위가 많아 얇고 반복 굽힘에 강한 동박 사용 면적이 늘어난다. JSR은 터치패널용 절연막 등 굽힘 내구성을 높인 소재를 개발하고 있으며, TDK는 대화면과 멀티태스킹으로 소비전력이 커지는 폴더블폰을 겨냥해 에너지 밀도를 높인 차세대 배터리를 양산하고 있다.
한국 업체들의 존재감도 크다. 애플은 아이폰 듀오의 핵심인 폴더블 OLED를 삼성디스플레이에서 공급받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애플이 삼성전자가 구축해 온 폴더블 공급망을 활용하고 있으며 삼성디스플레이가 접히는 화면을 공급한다”고 전했다. 국내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아이폰 듀오용 폴더블 OLED의 사실상 독점 공급사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글로벌 폴더블 OLED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매출 기준 점유율은 60%를 넘으며, 애플 공급이 본격화되면서 3분기에는 80%대까지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LG이노텍도 대표적인 수혜 업체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LG이노텍이 아이폰 듀오를 포함한 신형 아이폰용 카메라 모듈과 통신용 주파수 시스템 인 패키지(RF-SiP) 기판을 공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씨티리서치는 LG이노텍이 폴더블을 포함한 신형 아이폰 카메라 물량의 55~60%를 담당할 것으로 추산했다.
삼성전기는 애플 폴더블폰에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용 반도체 기판과 전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공급하는 업체로 거론된다. 폴더블폰은 제한된 내부 공간에 더 많은 부품을 넣어야 하기 때문에 소형·고성능 MLCC와 기판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메모리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혜 대상이다. 두 회사는 아이폰 듀오에 들어가는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망에 참여하고 있다.
폴더블 전문 소재·부품업체도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파인엠텍은 폴더블 OLED 패널 내부에 들어가는 메탈 플레이트와 외장 힌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파인엠텍이 아이폰 듀오에 직접 부품을 공급하는지는 공개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PI첨단소재 역시 폴더블 관련 공급망에서 주목받는 기업이다. 이 회사의 폴리이미드(PI) 필름은 연성인쇄회로기판(FPCB)과 플렉시블 OLED 기판 등에 쓰인다. 올해 2분기 FPCB용 제품 매출도 초극박 필름 등 고부가 제품 수요에 힘입어 전년보다 16.2% 증가했다. 다만 아이폰 듀오에 직접 부품을 공급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아이폰 듀오의 등장으로 스마트폰 완제품 경쟁을 넘어 한·일 소재·부품업체가 축적해 온 초박형·소형화 기술 주도권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 일본 휴대전화가 촉발했던 ‘경박단소’ 경쟁이 20여년 만에 폴더블폰이라는 형태로 다시 살아나는 가운데 한국은 OLED·카메라·메모리, 일본은 접착재·유리·동박·배터리 소재를 앞세워 시장 확대의 수혜를 노리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홍콩의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애플이 올해 아이폰 듀오를 최대 600만대 출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바탕으로 애플이 올해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에서 약 25%의 점유율을 차지해 삼성전자(38%)에 이어 2위에 오르고, 화웨이(22%)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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