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기자 시절, 낯선 단체를 취재하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평소와 달리 존경하는 대선배께서 직접 연락해 “잘 부탁한다”며 당부했던 곳. 여성이 여성을 돕는 공동체 ‘어캄파니 월드와이드(대표 이경미·이사장 이수인, 이하 AW)’와의 첫 만남이었다. 돌이켜보면 그날의 인터뷰는 미숙하기 짝이 없었다. 취재를 위한 질문은 어느새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이어졌고, 임원진이 전해주는 싱글맘들의 현실을 들으며 기자는 결국 눈물을 훔쳐야 했다.
가정폭력에 노출된 엄마들 대부분이 이민 1세라는 사실은 가슴을 더욱 먹먹하게 했다. 언어와 문화가 낯설고 의지할 연고도 없는 타국에서, 신분 문제까지 안고 폭력과 맞닥뜨린 이들이 느꼈을 공포와 막막함은 감히 가늠하기 어려웠다.
절망 끝에 선 한인 싱글맘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온 AW가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AW는 2016년 작은 모임으로 출발해 2년 여간 기반을 다진 뒤 2018년 셸터를 열었다. 팬데믹으로 셸터 운영을 중단하는 위기를 겪었지만 활동을 멈추지는 않았다. 2021년부터 렌트비 지원과 1대1 멘토링으로 방향을 전환했고, 긴급자금 지원과 주거·상담 자원 연계까지 더하며 싱글맘들의 자립을 돕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AW의 도움을 받은 이들은 70여 가정에 달한다. 그중에는 간호사와 소셜워커를 준비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한 여성도 있고, 미용과 메이크업 기술을 배워 자신의 일을 갖게 된 여성도 있다. 전액 장학금을 받고 스탠퍼드대에 진학한 엄마도 있다. 도움을 받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다시 삶을 세워가는 변화가 10년 동안 이어졌다.
몇 년 전 돌쟁이 아이와 작은 캐리어 하나만 들고 셸터를 찾았다는 엄마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타주에서 남편의 폭력을 피해 여러 셸터를 전전하다 LA까지 오게 된 그는 AW의 도움으로 미용 기술을 배웠다. 작은 작업 공간에서 시작한 그의 사업은 이제 예약이 밀릴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한 엄마는 자신을 폭행하던 남편이 체포된 직후 AW에 직접 도움을 요청했다. 소식을 들은 임원들은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아기용품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모습에 엄마와 아이를 셸터로 데려왔고, 당장 필요한 아이 속옷부터 사다 나르며 손길을 보탰다. 엄마는 셸터에서 마음을 추스르고 신분 문제를 해결한 뒤 악착같이 일하며 삶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이제 그는 AW에 기부금을 보내고, 행사 때마다 가장 먼저 찾아와 함께하는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다.
AW가 엄마의 회복만큼이나 무게를 두는 것은 ‘아이들의 삶을 지키는 일’이다. 가정이 무너지면서 아이들이 부모와 분리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엄마의 자립을 돕고 학교와 소통하며 아이들의 교육과 생활도 살핀다. 엄마가 다시 일어서는 과정 자체가 아이에게 안정된 가정을 되찾아주는 길이기 때문이다.
오는 19일 열리는 10주년 갈라는 그 길을 함께 걸어온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자리다. 특히 지난 10년의 기록과 어머니들의 서사 10편을 담아 출간하는 수기집은 의미가 남다르다. 책의 디자인을 담당한 이 역시 AW의 도움으로 자립에 성공한 싱글맘이다.
이제 AW는 다음 10년을 바라보며 활동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LA를 넘어 전국 각지에서 외롭게 버티는 한인 싱글맘들에게 도움을 전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올해 모집에는 타주에서만 80여 가정이 지원했다. 최소한의 한인 네트웍조차 없는 지역에서 홀로 버텨내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AW는 주거비 지원과 온라인 멘토링, 지역 상담 자원 연계를 통해 지역의 한계를 넘어 도움을 이어갈 계획이다.
AW의 지난 10년이 누군가에게 다시 일어설 시간을 마련해줬다면, 앞으로의 10년은 그 기회를 더 많은 곳으로 넓혀가는 시간이 될 것이다. LA에서 시작된 AW의 손길이 더 많은 엄마와 아이들에게 새로운 출발의 기회가 되기를, 마음 깊이 응원한다. www.accompanyww.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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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경 사회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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