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희 측 피격 관여 가능성 제기
▶ 명예훼손 여부 관람객 인식 중요
▶ 여운형 암살에 이승만 관여 묘사
▶ ‘서울1945’는 대법서 무죄 확정
▶ 민사상 책임은 형사처벌과 별개
▶ ‘그때 그 사람들’ 1심 1억배상 판결
▶ 항소심서 ‘자막 수정’ 조정 매듭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법적 공방으로번질 조짐이다. 정치권에서 상영금지 가처분이나 사자명예훼손등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시사한 것인데, 이 경우 영화가 제기한 ‘가설’을 영화적 상상으로 볼 것인지 혹은 ‘사실의 적시’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육 여사 피격 사건을 기자와 형사가 추적하는 내용이다. 극 중 박정희 전 대통령 측이나 중앙정보부의 사건 관여 가능성 제기를 두고 야권 등을 중심으로 ‘역사 왜곡’ 등 반발이 일고 있다. 제작진은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지목하거나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제시하려는 작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법적 다툼은 우선 영화 속 ‘의혹’이나 ‘가설’을 명예훼손죄에서 말하는 ‘사실의 적시’로 볼 것인지 여부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일단 단순한 의견이나 평가는 사실 적시에 해당하지 않는다. 특히 허구가 가미된 창작물인 경우 특정한 역사적 사실을 단정하지 않는 이상 등장인물 또는 제작진의 의혹 제기를 곧바로 사실 적시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의견이다.
다만 김태연 법률사무소 태연 변호사는 “대다수 관객이 픽션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창작물을 사실 적시로 인정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다”면서 “결국 관람객이 해당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작품 전체의 형식과 내용, 표현 방식 등을 종합해 관객이 이를 영화적 상상으로 받아 들였는지, 실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주
장으로 인식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영화 도입부에 ‘일부 각색된 창작물’이라고 알린 점도 주요한 판단 요소 중 하나다. 다만 이 같은 고지만으로 법적 책임을 완전히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김 변호사는 “고지는 관객이 창작물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역시나 작품 전체의
내용과 표현 방식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했다.
형사처벌로까지 이어지려면 넘어야 할 문턱은 더 있다. 고인에게 형법상 사자명예훼손죄가 문제 될 수 있는데, 이 경우 허위사실을 적시했다는 점 등이 인정돼야 한다. 사자명예훼손죄는 친고죄인 만큼 유족 등 고소권자의 고소도 필요하다.
비슷한 전례도 있다. KBS 드라마 ‘서울 1945’ 제작진은 이승만 전 대통령과 장택상 전 국무총리가 여운형 암살에 관여한 것처럼 묘사했다는 이유 등으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실존 인물보다 가상 인물이 많이 등장하고 허구적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된 작품이라는 점 등이 고려된 결과다.
민사상 책임은 형사처벌 여부와는 별개다. 10·26 사건을 다룬 임상수 감독의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박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씨가 제작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은 1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상영금지 가처분에서는 영화 자체의 상영을 막지는 않았지만 일부 다큐멘터리 자료화면을 삭제하도록 했다. 이후 항소심에서 양측이 조정에 합의하면서 박씨가 1억 원을 돌려주고, 제작사는 영화가 상상력에 기초한 작품이라는 취지의 자막을 수정하는 등의 조건으로 분쟁을 마무리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암살자(들)의 경우 남편(박 전 대통령)이 정권 유지를 위해 아내(육 여사)의 죽음에 관여했다는 취지라면 개인의 인격이나 인품을 직접 훼손하는 표현으로 볼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공적 행적을 각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인의 인격적·도덕적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라면 유족이 인격권 침해등의 민사소송을 제기할 경우 인용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유족 등이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손해배상뿐 아니라 상영금지 가처분을 신청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법원은 실존인물의 인격권 보호와 영화의 창작·표현의 자유를 함께 따져 판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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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진·이서현·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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