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구부러진 길’ - 이준관
팔자를 고치듯 구부러진 길을 폈다. 반듯한 신작로를 내고, 고속도로를 깔았다. 산이 막으면 터널을 뚫고, 강이 막으면 다리를 놓았다. 골골샅샅 산이 높아서 못 가거나 물이 깊어서 못 가는 곳이 없어졌다. 새벽길을 나서도 바짓가랑이에 이슬 채이지 않고, 한낮에 나서도 구두에 흙 한 점 묻지 않는다. 한 번뿐인 인생 헤매지 말라고 이정표 바투 세우고, 내비게이션 수시로 업데이트한다. 이제 아무도 길을 잃지 않으나 왜 여기 도착했는지 알지 못한다. 삶이 살아가는 게 아니라 통과하는 것이 되어버린 사람들이 차창 밖으로 멀어지는 구부러진 길을 본다. [시인 반칠환]
<이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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