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달 만에 7000선 붕괴
▶ 단기 급등에 밸류에이션 부담 커져
▶ 삼전닉스 시총 고점대비 1,372조↓
▶ AI 수요·반도체 실적 여전히 견조
▶ “펀더멘털 훼손 해석 단계는 아냐”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13일 코스피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699.01포인트(8.95%) 내린 6806.93으로 거래를 마쳤다. [연합]
불과 채 한 달도 전에 9000선을 돌파하며 ‘1만피’를 꿈꾸던 코스피가 속절없이 무너진 건 반도체 정점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이라는 대형 이벤트가 마무리되면서 재료가 소멸됐고 2분기 영업이익 하향 조정까지 제시되며 하락을 부채질했다. 여기에 이달 들어서만 2일(-7.89%), 7일(-4.91%), 8일(-5.35%) 등 급락장이 반복되면서 개미들의 투자심리도 극도로 약화됐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4개 종목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SK스퀘어·삼성전기의 시가총액은 신고가에 근접했던 지난달 25일 4,574조5,959억원에서 이날 기준 3,052조2,976억원으로 총 1,522조2,983억원 감소했다. 불과 3주 만에 급격한 조정을 받은 것이다.
종목별로는 SK하이닉스의 감소 폭이 가장 컸다.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764조169억원(36.75%) 감소했고 삼성전자도 608조129억원(29.01%) 줄었다. 두 종목에서만 1,372조원이 사라졌다. SK스퀘어와 삼성전기 역시 각각 97조3,853억원(38.86%), 52조8,831억원(35.45%)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주가 하락 폭도 컸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5일 35만8,500원에서 이날 25만4,500원으로 하락했고 SK하이닉스는 291만7,000원에서 184만5,000원으로 떨어졌다. 200만원을 돌파했던 SK스퀘어와 삼성전기 주가도 각각 116만1,000원, 128만9,000원으로 내려왔다. 일본 키옥시아홀딩스도 12.86% 떨어져 시가총액 1위를 내줬다.
이 같은 조정은 빅테크의 인공지능(AI) 투자 정점론과 맥을 같이한다. 지난달 메타가 잉여 AI 컴퓨팅 자원을 외부에 제공하는 클라우드 사업을 검토한다는 발표와 애플의 제품 가격 인상도 본격 불을 붙인 바 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이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이 시장 눈높이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보고서까지 내놓으면서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한층 강해졌다. SK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을 시장 컨센서스(약 65조 원)를 약 8% 밑도는 60조4,000억원으로 제시한 것이다. 경쟁사 대비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 비중이 높아 평균판매가격(ASP) 상승률이 시장 평균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펀더멘털 훼손보다는 AI 산업 서사의 균열, 밸류에이션의 되돌림, 수급(레버리지 청산) 충격의 영향으로 해석했다. 국내 투자심리와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간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면서 코스피는 글로벌 증시 대비 차별적인 약세를 기록하고 있다.
코스피(-8.95%)와 코스닥(-4.55%)의 급락과 달리 닛케이는 1.92% 하락에 그쳤고 홍콩항셍지수와 대만 자취엔지수는 상승했다. 즉 반도체 업황 악화보다 단기간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과 재료 소멸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실적 자체에 대한 의구심보다는 AI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과 단기 급등으로 인한 차익 실현, SK하이닉스 ADR 상장 이후 재료 소멸이 겹치며 조정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적 개선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단기간 급등에 따른 가격 부담이 커진 만큼 당분간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펀더멘털 이슈보다는 수급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를 중심으로 누적된 차익 실현 욕구가 한꺼번에 분출되면서 증시가 크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달 말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기업들의 실적 발표와 하이퍼스케일러의 콘퍼런스콜을 통한 AI 투자 확대 지속 여부 등이 향후 주가 흐름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22일 알파벳을 시작으로 메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이 이달 중 실적을 공개한다.
이경준 키움투자자산운용 ETF본부장은 “이번 하락은 단기간 급등 이후 수급이 꼬이면서 나타난 국지적 버블 붕괴로, AI 수요와 기업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조해 긴 호흡에서 보면 시장이 다시 상승 기반을 다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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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박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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