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2년 스코틀랜드의 경제학자 조지프 로는 여러 상품을 한 바구니에 담아 시간 경과에 따른 가격 변동을 추적하는 ‘장바구니’ 개념을 고안했다. 이전에도 여러 상품을 묶어 가격 비교를 시도했지만 단순 평균이 아닌 가중치를 부여한 것은 로가 처음이었다. 그의 아이디어는 이후 물가를 가중산술평균으로 측정하는 ‘라스파이레스지수’와 ‘파셰지수’로 발전했다.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국가 통계로 제도화된 것은 1차 세계대전 전후의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계기가 됐다. 19세기 말~20세기 초 산업화와 도시화로 임금 근로자가 늘면서 노사 갈등의 중심은 명목임금에서 실질임금으로 옮겨갔다. 여기에 전쟁과 대공황으로 물가가 급등하자 체계적인 물가지수를 만들어 임금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미국에서는 노동통계국(BLS)이 1913년부터 CPI를 발표했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에 활용하면서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지표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는 1936년 경성상공회의소가 소매물가를 처음 조사했다. 1945년 조선은행으로 업무가 이관됐고 1947년 ‘서울소매물가지수’가 발표됐다. 이후 경제기획원이 1965년 ‘전 도시 소비자물가지수’를 산출하면서 공식 물가지수 체계가 갖춰졌다. 국가데이터처는 5년마다 경제·사회 구조와 소비 패턴 변화를 반영해 CPI 품목을 교체한다. 오는 개편에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구독료와 마라탕 등 10개 품목이 편입되고 땅콩·도라지·고사리 등 7개 품목이 제외된다.
■하지만 고물가가 이어지며 CPI와 체감물가의 괴리가 커지는 데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득계층별 소비 구조의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전체 가구의 평균 가중치를 적용하는 데다 미국·영국·일본 등 주요국과 달리 자가주거비를 보조지표로만 활용하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CPI는 시대를 담는 장바구니다. 정부가 장관급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려 물가 관리에 총력전을 펴는 만큼 서민 장바구니의 무게를 덜어주려면 현실을 정확히 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김정곤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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