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어들 서두를 것’ 오해 버려야
▶ ‘일단 비싸게 내놓자’ 이젠 안 통해
▶ 매물 급증에 주도권 바이어 쪽으로

최근 매물 수가 급증한 것도 시장 변화의 원인이다. 2022년 34만6,514채까지 감소했던 매물은 현재 100만 채 이상으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로이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의 주택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부동산 분석업체 ‘애톰’(ATTOM)에 따르면 2022년 주택 매매 수익률은 무려 63.5%로 정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당시 시장은 정상적인 상황으로 볼 수 없다. 팬데믹에 따른 공급망 차질, 재택근무 확산, 사상 최저 수준 모기지 금리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리면서 주택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현재 주택 시장 환경은 180도 달라졌다. 주택 매매 수익률은 5년 만에 처음으로 45% 아래로 떨어졌다. 팬데믹발 호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했다가는 집을 팔기가 어려워지기 쉽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춰 가격 책정과 마케팅 전략을 조정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 ‘바이어들 서두를 것’ 오해 버려야
2022년에는 매물 부족과 사상 최저 수준 모기지 금리가 맞물리면서 바이어들 사이에서 일종의 조급함이 퍼졌다.
매물이 등록된 지 며칠, 심지어 몇 시간 만에 거래가 이뤄졌고, 입찰 경쟁이 벌어지면서 집값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중간 주택 매매가격은 2022년 44만2,600달러를 넘어섰으며, 불과 2년 만에 무려 약 30%나 상승했다.
하지만 현재 시장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매물 수급 균형이 회복되면서 팬데믹 당시와 같은 조급한 분위기는 사라진 지 오래다. 주택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2026년 1분기 중간 주택 가격은 40만3,200달러로 팬데믹 시기 정점보다 낮아졌다.
매물 수도 크게 늘었다. 2022년 34만6,514채까지 감소했던 매물은 현재 100만 채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 나온 주택이 거래되기까지 걸리는 기간도 2022년 평균 30일에서 2026년 52일로 늘어났다.
이 같은 상황은 바이어들이 서둘러 구매 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음을 의미한다. 바이어들이 여러 매물을 비교하고 협상할 시간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적정 가격을 책정하는 판매 전략이 더 높은 가격에, 더 빨리 매각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조언한다.
■ ‘일단 비싸게 내놓자’ 이젠 안 통해
팬데믹 호황기에는 일단 높은 가격으로 매물을 내놓은 뒤 시장 반응을 살피는 전략이 주효했다. 그러나 현재 시장 상황에서는 이런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 초기 리스팅 가격을 높게 책정한 뒤 몇 주 후 가격을 내리겠다는 전략은 자칫 매물이 예상보다 오래 시장에 남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매물 시장 대기 기간이 길어질수록 바이어들은 해당 매물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게 되고, 결국 셀러가 당초 예상보다 더 큰 폭의 가격 인하를 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주택 가격이 팬데믹 시기의 정점에서는 다소 떨어졌지만, 바이어들에게 주택 구입 부담은 여전히 큰 문제다. 모기지 금리는 당시 사상 최저 수준인 2.65%에서 2026년 현재 6~7%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집값이 일부 하락했음에도 평균 월 상환액은 수백 달러 증가했다. 이 때문에 바이어들은 예산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단순한 가격 인하만으로는 거래를 성사시키기 어려운 경우도 많아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시장 상황에 맞는 전략적 가격을 설정하고 협상 과정에서는 유연성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자율 인하 지원’(Rate Buydown), 수리 비용 크레딧 제공, 기타 셀러 양보 조건 등을 활용하면 셀러의 수익을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바이어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 가격만큼 집 상태도 중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오래된 마감재나 수리가 덜 된 매물도 높은 관심을 받았다. 팬데믹 시기에는 바이어들이 매물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면서 ‘홈 인스펙션’(Home Inspection) 절차를 생략하거나 외관상의 결함도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매물이 큰 폭으로 증가해 바이어들의 선택 폭이 넓어졌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여러 매물을 비교할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많은 지역에서 주택의 상태와 홈 스테이징, ‘커브 어필’(외관 첫인상)이 주택 매매 속도와 거래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따라서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을 내놓기 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물이 새는 수도꼭지를 수리하거나 잘 닫히지 않는 문을 손보고, 벗겨진 페인트를 보수하는 등 비교적 간단한 수리만으로도 바이어들에게 좋은 첫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 상태 반영해 가격 책정
리스팅 가격을 책정할 때 주택 상태를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바이어들은 가격 대비 가치를 꼼꼼하게 따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집 상태가 가격에 비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하면 구매 대상에서 제외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경험 많은 부동산 에이전트와 함께 지역 시장을 철저히 분석하고, 바이어의 기대 수준에 맞춘 적정 가격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장 주도권이 바이어 쪽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는 상황을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택을 시장에 내놓기 전에 인근 유사 매물의 거래 조건과 지역 시장 동향, 수요 상황 등을 면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또, 현실적인 가격을 책정하고, 집 상태를 보여주기에 적합하게 수리하는 것은 물론 협상 과정에서는 유연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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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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