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재선거, 당일 투표 수개표’-. 6월도 지나, 장마와 함께 시작된 7월에도 대한민국 전역에서 여전히 울려 퍼지고 있는 구호다.
이 시민운동의 발상지, 잠실올림픽 공원은 마치 ‘민주주의 축제의 장’같은 분위기다. 그런 가운데 사람들은 스스로 몰려들고 있고 시위는 40일이 넘도록 이어지면서 계속 확산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시위는 4.19와 양상이 다르다. 6.10 민주항쟁과도 다르다. 이를 그러면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일단 허니문은 끝났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 워싱턴의 한미경제연구소(KEI)의 진단이다.
6.3 지방선거는 전혀 예상치 못한 파장을 불러왔다. 정치적 우파, 아니 그보다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체제 옹호세력의 대대적 결집을 불러왔다.
권력이 독주한다. 오만한데다가 압제적인 모습까지 드러내면서. 이재명과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을 분열시키는 수사를 서슴없이 구사하면서 법과 질서를 침식하고 있는 데서 볼 수 있듯이.
그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에 대한 시민적 자각이 이런 현상을 불러왔다는 게 KEI의 분석이다. 다른 말로 하면 이재명 정권 출범 한 해가 지나면서 허니문은 이제 끝났다는 거다.
이재명지지율은 6.3지방선거를 기점으로 하루하루 무섭게 떨어지면서 데드크로스(dead-cross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를 앞서다가,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역전하여 떨어지는 현상)를 지났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야당인 국민의힘 지지율을 크게 밑돈다. 선거 전만 해도 상상도 못했던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무엇이 이 같은 지지율 하락현상을 가져 왔나. 크게 세 가지 맥락에서 짚어 볼 수 있다는 게 다수 정치 평론가들이 분석으로 정치적 논란, 정책적 갈등, 그리고 부정선거 여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야당시절에서부터 정권을 잡은 이후 현시점까지 더불어민주당이 줄곧 벌여온 것은 ‘이재명 방탄 입법’이다.
이재명이 야당시절 받았던 검찰수사를 아예 ‘정치 검찰의 조작기소’로 규정했다. 그리고는 이를 규명하기 위해 조작기소 특검법 발의를 하는 것도 모자라 국정조사 요구서도 제출했다. 그러니까 검찰수사의 정당성을 정면으로 무력화 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도 모자라 기소권을 독점하던 기존 검찰청을 사실상 폐지 시켰다.
거기에다가 대통령 불소추 특권(헌법 제 84조)을 이미 재판 중인 형사재판에도 적용되어 임기 중에는 재판이 중단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현직 대통령의 재판을 강제로 정지시키는 형사소송법 개정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 작태는 정치적 피로감만 누적시키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 여당이 내세운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이 가중, 특히 2030세대와 중도층의 이탈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정권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잘 못한다’는 응답이 46%로 ‘잘 한다’ 26%를 크게 웃돌았다. 30대의 부정평가는 56%로 가장 높았고 1년 안에 집값이 오른다고 본 응답자는 55%에 이른 것으로 밝혀졌다.
거기에다가 선거를 앞두고 증시를 인위적으로 부양하기위해 정부가 개입, 그 결과 증시가 ‘합법적 도박판’으로 변모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급락에 따른 경제침체 체감도가 높아가면서 이 역시 부정적 여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발생한 것이 6,3지방선거에서의 투표용지 무더기 증발사태다. 이는 단순한 부실 아닌, 부정선거로 여론이 모아지면서 정권책임론으로까지 파급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명의 시선은 다른 한 곳에만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8월의 민주당 전당대회다. 비주류인 정청래가 당권을 쥐게 될 경우 앞으로 남은 임기 4년 내내 이재명은 식물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그의 생각은 온통 여기에 꽂혀 있으면서 마침내 나름의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800조원 규모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광주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이 정책에 성적을 매긴다면 F 학점을 줄 수밖에 없다.’ 호남의 한 지성(知性)의 지적이다.
공정한 경쟁이 아닌 오직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호남 표를 노린, 정략적 결정이라는 이유에서 이 같은 평가를 내린 것이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오히려 ‘호남 대 비호남 대립구도’가 형성되면서 호남은 보이지 않는 고립에 빠져들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보이고 있다.
‘호남 반도체 갬블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이 같은 정치적 책략은 한국 정치의 미래는 물론, 이재명에게도 심각한 해악을 끼칠 것이다.’ KEI의 지적이다.
‘이재명구하기 입법’도 그렇고 호남 반도체 도박 또한 이재명에게는 오이디프스 트랩(Oedipus trap)이 되고 말 것 같다는 게 그 부연의 설명이다.
비극적인 운명을 피하려고 내린 결정과 행동이, 오히려 그 운명을 정확히 실현시키는 모순적인 파멸의 상황으로 빠트린다고 하던가. 그런 날이 예상보다 빨리 올지도 모른다.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 투표 수개표’- 40일 너머 계속 들려오는 이 구호와 함께 문득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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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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