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포스트 특약 건강ㆍ의학 리포트
▶ 바질·라즈베리·샐러드·고수 등 농산물 오염 의심
▶ 올여름 수천명 감염… 가주 등 30여개주 확산
▶ 심한 설사·복통… 항생제 치료 안하면 수주 지속
▶ 철저한 세척·손 씻기 필수… 채소 익혀 먹어야
올 여름 미 전국에서 2,000명 이상이 신선 농산물을 오염시키고 수일간 설사를 유발할 수 있는 미세한 기생충에 감염됐다. 공중보건 당국자들은 이번 유행이 이례적으로 큰 규모이며, 역설적으로 조사관들에게 오염원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는 최선의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이클로스포라(Cyclospora)는 원인을 추적하기 가장 어려운 식품매개 병원체 중 하나다. 감염을 일으키는 기생충을 섭취한 시점과 증상이 나타나는 시점 사이에 시간차가 있어 감염자들이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해 문제의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다. 보건 당국은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일부 감염자는 의료기관을 찾지 않고 회복하거나, 아예 검사를 받지 않기 때문에 실제 환자 수는 집계된 것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당국은 지금까지 80명 이상이 입원한 이번 유행의 원인으로 특정 농산물 재배업체, 공급업체 또는 특정 농산물 종류를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 30개 이상의 주에서 보고되고 있는 이번 시즌의 이례적으로 많은 환자 수는 조사에 도움이 되는 더 많은 정보와 환자들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감염자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소비한 식품, 샤핑 습관, 식당 방문 기록 등을 분석해 오염원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방 식품의약국(FDA) 전 식품정책 및 대응 담당 부국장 프랭크 이아나스는 “전국적으로 보고되는 환자 수를 고려하면, 이번 질병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는 식품 매개체가 무엇인지에 대해 상당히 좋은 단서를 얻게 되기를, 그리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정부 역학조사관들을 대표하는 미국역학자협의회(CSTE)의 재닛 해밀턴 사무총장은 “이처럼 많은 환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사람들이 노출되고 있는 오염원, 즉 오염된 식품이나 제품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의미”라며 “사람 간 전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해밀턴은 이어 “환자 수가 이렇게 빠르게 증가하는 것을 보면 오염원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이클로스포리아증은 미국에서 연중 보고되지만, 주로 봄과 여름철에 많이 발생하며 일반적으로 5월1일부터 8월31일까지가 유행 기간이다. 미국에서는 과거 바질, 라즈베리, 샐러드 믹스, 실란트로 스노우피(완두꼬투리) 등 다양한 신선 농산물이 집단감염의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전국적인 환자 증가세는 주로 일부 주에서 평균보다 훨씬 많은 환자가 보고되면서 나타나고 있으며, 다른 주들은 여전히 계절 평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한 곳은 미시간주와 오하이오주다. 미시간에서는 환자 수가 1,500명을 넘어섰는데, 이는 이 주가 통상 1년 동안 기록하는 환자 수의 약 30배에 해당한다. 미시간주는 현재 오염원을 찾기 위해 조사 중이며 매일 상황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최소 44명이 입원했으며 대부분 탈수 증세 때문이었다.
지난달 미시간주 남동부 지역에서는 오하이오주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9일 동안 170건이 넘는 환자 신고가 접수됐다. 이에 따라 주정부는 의료기관들에 경보를 발령하며 당국이 불과 일주일 남짓한 기간 동안 확인한 ‘비정상적으로 많은 환자 수’를 알렸다.
미시간주의 최고 의료책임자인 나타샤 바그다사리안은 “이번 사태가 알려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증상을 주시하고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며 “사이클로스포라는 위장관 증상이 있을 때 일반적으로 검사하는 항목이 아니기 때문에 그 결과 더 많은 사례를 발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하이오주에서는 최소 28명이 입원했다고 주 보건당국이 밝혔다. 7월9일 기준으로 오하이오주와 카운티 당국은 약 400건의 환자를 보고하고 있으며, 대부분은 6월20일 이후 발생했다.
오하이오 보건국장 브루스 밴더호프는 “이 질병은 탈수를 유발하고 응급 치료를 받게 만들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며, 매우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이클로스포리아증이란
사이클로스포리아증은 소장을 감염시키는 사이클로스포라 기생충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이다. 일반적으로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잦은 설사를 일으킨다. 사람들은 이 기생충이 포함된 음식이나 물을 섭취함으로써 감염될 수 있다. 사람 간 전파는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감염된 사람 모두가 증상을 겪는 것은 아니다.
이 기생충이 특정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열대 또는 아열대 지역에 거주하거나 여행하는 사람들은 감염 위험이 더 높을 수 있다. 그러나 바그다사리안에 따르면, 구토가 주된 증상인 다른 위장관 질환과 달리 이 감염은 설사, 특히 묽은 설사가 주된 특징이다. 그 외에도 복부 경련, 메스꺼움, 미열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다른 위장관 질환은 며칠 내에 호전될 수 있지만, 사이클로스포리아증의 증상은 치료받지 않을 경우 수 주 동안 지속될 수 있다. 바그다사리안은 “환자들이 어느 정도 좋아진 것 같다가도 다시 매우 아프다고 느낄 수 있으며, 이런 상태가 몇 주 동안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진단이 늦어질수록 의료기관을 찾는 시기도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질병은 일반적으로 박트림, 셉트라, 코트림 등의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는 트리메토프림-설파메톡사졸이라는 항생제로 치료한다.
■감염 위험을 줄이려면
최근 환자 급증의 원인이 된 식품이나 제품이 확인될 때까지 보건 당국은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고 말한다. ▲생과일과 채소를 다루거나 조리하기 전후에 비누와 물로 손을 씻는다. ▲모든 과일과 채소는 먹기 전, 자르기 전, 조리하기 전에 흐르는 물로 철저히 씻는다. ▲멜론이나 오이처럼 단단한 과일과 채소는 깨끗한 채소용 브러시로 문질러 씻는다.
미시간주는 대부분의 환자가 발생한 남동부 지역을 대상으로 보다 구체적인 권고사항도 발표했다. 당국은 대부분의 식품이 익혀 먹을 때 가장 안전하다고 강조한다.
▲상추·잎채소: 미리 세척된 봉지 상추나 샐러드 믹스 대신 통상추를 구입하고, 바깥쪽 잎 2~3겹은 버린 뒤 안쪽 잎을 흐르는 물에 씻는다.
▲고수·바질: 잎을 분리한 뒤 흐르는 물에 철저히 씻는다.
▲파: 뿌리 부분을 잘라내고 겉껍질을 제거한 뒤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는다.
▲라즈베리: 울퉁불퉁한 표면 때문에 특히 세척이 어렵고 기생충이 작은 틈에 숨어 있을 수 있다. 대안으로 냉동 라즈베리를 고려할 수 있으며, 냉동은 기생충을 줄일 수는 있지만 완전히 제거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스노우피: 흐르는 물에 씻고 표면을 문질러 닦는다.
■왜 이번 유행의 원인을 찾기 어려운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실제로 감염됐는지 전체 규모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CDC 웹사이트의 환자 수는 일부 주정부 자료보다 수주 늦게 반영된다. 이는 일부 주가 추정 사례와 확진 사례를 함께 보고하기 때문이며, 일부 주는 역학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자료 제출을 미루기도 한다.
CDC 기생충질환 부서장 대행 디애나 블라우는 현재 2주마다 업데이트되는 CDC 자료는 주로 확진 사례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CDC에 따르면 7월9일 기준 최신 통계에서는 미국 내에서 음식을 먹고 발병했으며 발병 전 14일 동안 해외여행 이력이 없는 사람들 가운데 843건이 보고됐다.
그러나 CDC는 미국 내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추가 분석이 필요한 사례가 1,500건 이상 더 있다는 사실도 파악하고 있다. CDC는 여러 주에서 최근 2주 동안 2025년 같은 기간보다 환자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환자 수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집단감염의 원인을 추적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이 기생충은 잠복기가 길어 증상이 늦게 나타나며 최대 2주 동안 환자를 아프게 할 수 있다. 또한 진단을 위해서는 특정 검사가 필요하지만, 이는 의사들이 위장관 질환 환자에게 일반적으로 처방하는 검사가 아니다.
블라우는 “다른 식품매개 질환 유행과 비교하면 증상은 노출 후 2일에서 2주 사이에 나타난다”며 “보다 흔한 식품매개 질환의 경우 노출과 발병 사이의 기간은 보통 하루나 이틀 정도”라고 말했다.
노동집약적인 역학조사는 환자들의 기억에 크게 의존한다. 환자들은 최대 2주 전까지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해야 한다. 어떤 식료품을 구입했는지(구체적인 브랜드 포함), 농산물을 어떻게 취급했는지, 어떤 식당이나 패스트푸드점을 이용했는지 등을 떠올려야 한다. 미시간주 당국은 조사를 돕기 위해 수퍼마켓 멤버십 카드에 기록된 구매 내역도 분석하고 있다.
병원체의 유전자 분석도 더 어렵다. 보다 흔한 식품매개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유행의 경우 과학자들은 완전한 유전적 지문을 확보해 환자들이 동일한 병원체에 감염됐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공통 오염원을 추적할 수 있다.
그러나 블라우에 따르면 사이클로스포라의 유전물질은 훨씬 더 크며, 현재의 유전자 지문 분석은 그 일부만 포착할 수 있다. 그는 “정보가 적을수록 전체 그림을 파악하기는 당연히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식품매개 감염의 원인 추적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미국의 식품 유통 시스템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공급업체가 식당, 패스트푸드 체인, 식료품점에 서로 다른 종류의 농산물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다.
바그다사리안은 “몇 주 전 오염된 제품이 진열대에 있었다면 그것이 다양한 장소로 공급됐을 수 있다”며 “따라서 하나의 결정적 증거를 찾는 문제라기보다 여러 개의 단서를 찾아야 하는 문제일 수 있다. 이런 모든 요소가 조사를 특히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또한 특정 식재료가 단독으로 소비된 것이 아니라 여러 음식에 재료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환자들이 기억하기가 더욱 어렵다. 블라우에 따르면 지난해 수십 명을 감염시킨 사이클로스포라 집단 감염은 샐러드에 들어간 파슬리와 관련된 것으로 밝혀졌다.
<
By Lena H. Sun>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