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금리 정책이 새로운 갈림길에 섰다. 월가에서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계획이 당초 예상보다 복잡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 부양과 주택시장 회복을 위해 보다 빠른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 경제 핵심 지표들은 연준이 쉽게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이 통화정책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지에 금융시장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 의장이 보다 적극적인 금리 인하 정책을 펼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연준의 가장 중요한 책무인 물가 안정과 금융시장 신뢰 유지라는 현실적 제약이 존재한다. 결국 앞으로의 금리 정책은 ‘경기를 살리기 위한 금리 인하’와 ‘인플레이션 재상승을 막기 위한 신중한 접근’ 사이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연준이 금리를 낮추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인플레이션 위험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급망 혼란, 정부 재정 지출 확대, 노동시장 강세 등으로 높은 물가 상승을 경험했다. 연준은 이를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렸고, 고금리는 소비와 기업 투자를 둔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현재 경제 상황 역시 연준 입장에서 매우 복잡하다. 한쪽에서는 소비 증가세 둔화와 기업 투자 부담 확대,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침체 위험 증가
등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월가는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이 미국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미국 달러가 세계 금융 시스템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연준의 금리 결정은 단순히 미국 내 문제가 아니다. 금리가 낮아지면 글로벌 기업과 투자자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줄어든다.
특히 기술 기업, 성장주, 부동산과 소비 관련 기업들은 금리 인하 기대감에 강하게 반응한다. 낮은 금리는 미래 기업 이익의 현재 가치를 높여 주식시장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채권시장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면 기존에 발행된 높은 금리의 채권 가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전 세계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를 안전자산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연준 정책 변화는 글로벌 채권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달러 가치 영향도 변수다. 미국 금리가 내려가면 다른 국가와의 금리 차이가 줄어들면서 달러 가치가 약세를 보일 수 있다. 달러 움직임은 국제 원자재 가격, 신흥국 금융시장, 수입 물가 등에도 영향을 준다. 1,500원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도 낮아질 여력이 생기게 된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높은 서비스 물가, 임금 상승 압력 지속, 강한 고용시장, 예상보다 견조한 소비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며 연준의 신중한 태도를 요구하고 있다. 금리를 너무 빨리 내릴 경우 시장에 다시 돈이 풀리면서 물가가 재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 연준의 우려다.
물론 낮은 금리는 여러 장점이 있다. 주택 구매자의 모기지 부담 감소를 비롯, 기업 투자 확대, 주식시장 상승 가능성, 경기 성장률 개선 등 거시적인 이유 말고도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크레딧카드와 자동차 대출 이자율이 낮아지면 월 페이먼트 부담이 낮아진다.
특히 주택시장은 금리에 매우 민감하다.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많은 예비 구매자들은 높은 월 상환액 때문에 시장 진입을 미루고 있다. 절대 다수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낮은 금리 인하를 선호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지난 4번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금리 인하를 하기 전 금리 인상을 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분석한다.
결국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은 ‘경제를 얼마나 빨리 살릴 것인가’가 아니라 ‘물가 안정이라는 신뢰를 유지하면서 얼마나 안전하게 금리를 낮출 수 있는가’라는 균형의 문제가 될 전망이다.
결국 시장이 기다리는 것은 단순한 금리 인하가 아니다. 연준이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언제 공식적으로 보여줄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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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편집기획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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