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론조사 수요 급증·유권자도 조사에 지쳐…대표성 있는 응답자 찾기 어려워
▶ 적극 투표층 과대표집 ‘무응답 편향’도 문제… “민주엔 골칫거리, 공화엔 희망”
미국의 주요 여론조사 기관들은 지난 2024년 대선에서 다시 한번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대다수가 선거 전날까지 '초박빙', '예측불허'라는 전망을 내놓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압도적 승리를 거둔 것이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6일 '급속히 확대되는 정치 지도의 또 다른 신호 : 여론조사 기관들이 따라잡지 못한다'는 제하 기사에서 여론조사 기관들의 여론 파악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짚었다.
보도에 따르면 우선 이번 선거에서 접전지가 늘면서 여론조사 수요가 급증했고, 조사를 수행하는 콜센터에 업무 부담이 가중돼 안 그래도 어려웠던 정확한 여론 파악이 더 복잡해졌다고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털어놓고 있다.
공화당 여론조사 전문가이자 여론조사 업체 '그레이하우스' 창립자인 랜던 월은 "마치 최후의 심판일 같다"며 자기 업체가 조사 수행 능력 제약에 따라 3곳의 다른 콜센터를 돌아가며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 계열 여론조사기관 '사이그널'의 브렌트 뷰캐넌 최고경영자(CEO)도 "원래는 없어야 할 선거전이 등장하고 있다"며 "민주당에는 더 많은 기회이고, 공화당에는 더 많은 방어전"이라고 했다.
WP는 한 조사 기관은 여론조사 의뢰를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하면서, "특정 지역의 여론조사를 정확하게 수행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조사 과정이 길어지고 인건비 역시 상승하고 있다"고 짚었다.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대표성 있는 유권자를 찾아내기 어려워진 것도 문제다.
뷰캐넌은 "조사 역량을 늘린다고 해도 전화 조사 1시간당 얻을 수 있는 응답률은 2년 전보다 낮아졌다"며 "일부는 격분하고 화가 나 어떤 전화에도 기꺼이 응답하면서도 전체 유권자를 대표하지 못하고, 많은 사람은 의욕을 잃어 전화를 받고 선거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주목도가 올라간 주(州)에서는 유권자들이 여론조사에 지쳐서 전화 받기를 점점 꺼리고 있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응답자의 시간을 덜 빼앗는 문자메시지를 통한 조사조차 어려움이 따른다고 한다.
WP가 입수한 한 문서에 따르면 미 최대 규모의 여론조사 데이터 수집 업체는 고객들에게 '적어도 한 지역에서는 많은 조사원이 교대 근무 당 단 한 건의 인터뷰를 완료하고, 때로는 이보다 적다'고 전했다.
연방 상원의원 선거 접전지 중 한 곳이 알래스카의 경우 인구 밀도가 낮은 탓에 조사가 특히나 어려운 상황이며, 투표율이 유난히 낮은 곳으로 유명한 텍사스 남부 역시 수많은 여론조사가 진행되면서 응답자 찾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공화당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여론조사가 후보들의 지지율을 정확히 잡아내고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레이하우스의 월은 "여론조사의 정확성을 우려해야 하나? 물론이다"라며 "현재 여론조사의 질이 정말 낮다는 신호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선거 투표에 적극적인 유권자가 의욕을 잃은 유권자보다 여론조사에 더 적극적으로 답한다는 '무응답 편향'(non-response bias) 문제도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적극 투표층인 민주당 지지자들이 과대 표집되고 있을 가능성은 좌파 진영에는 골칫거리이지만, 공화당에는 남아있는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여론조사에 응답할 의욕마저 잃은 유권자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까지 남은 기간 지지층의 투표를 독려하는 것을 핵심 전략으로 삼은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접전지를 돌며 순회 유세를 펼치고 있으며, 그의 외부 정치 조직도 광고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미디어 추적업체 애드임팩트 자료에 따르면 이 조직은 미 노동절(9월 7일) 이후 약 9천660만 달러(약 1천300억원)를 지출했고, 선거일까지 추가 사용 자금 8천900만 달러를 확보해놓았다.
일부 공화당 전략가들은 자당이 상·하원을 모두 내줄 수 있다는 현재 여론조사에도 특정 주에서 지지율 하락세가 주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오와주의 데이비드 코첼 공화당 전략가는 "더 이상 지지율 하락세는 보이지 않는다. 공화당 입장에서는 꽤 불편한 지점에서 안정화된 것"이라며 "더는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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