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순 체류기한 초과자까지 체포 사례 잇달아
▶ ICE 요원 기장에 “승객정보 넘겨라” 요구도
미국 내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하는 승객들에 대한 이민 단속이 대폭 강화되면서 체류기한을 넘긴 단순 이민법 위반자들까지 공항에서 체포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항공기 기장에게 승객 정보를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연방 교통안전청(TSA)이 확보한 항공 승객 정보를 ICE에 제공해 수백 명이 체포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ICE 내부 자료에 따르면 TSA는 항공 보안 검색 과정에서 확보한 국내선 승객 정보를 ICE와 공유했으며, 이를 토대로 800명 이상이 공항이나 항공 여행 과정에서 체포됐다. 자료에는 2026년 2월까지의 단속 사례가 포함돼 있다.
TSA는 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승객의 이름과 생년월일 등 여행 정보를 정부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하는 과정에서 이민 당국의 관심 대상자로 분류된 경우 관련 정보를 ICE에 전달했다. 로이터가 검토한 자료에는 TSA가 3만1,000건이 넘는 여행객 기록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정보 공유를 통해 자녀와 함께 국내선을 이용하던 부모가 공항에서 체포되거나, 영주권 신청 절차가 진행 중인 이민자가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 갔다가 구금되는 사례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에는 중범죄 전력자 중심이던 공항 단속이 이제는 단순 체류기한 초과자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인을 비롯한 이민자 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한 승무원이 공개한 경험담도 논란에 불을 지폈다. 승무원 아잘리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ICE 요원들이 비행기에 올라와 기장에게 모든 승객의 정보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고 온라인 매체 뉴스 브레이크가 전했다.
아잘리아에 따르면 기장은 영장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고, ICE 요원들이 “명령은 있지만 영장은 없다”고 답하자 “그렇다면 영장이 없는 것 아니냐”며 승객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어 승무원들에게도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법원이 발부한 사법영장과 국토안보부(DHS) 내부에서 발부하는 행정영장의 법적 효력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행정영장만으로는 비공개 구역에 들어가거나 개인정보 제출을 강제할 권한은 없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만 해당 사례는 독립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며 ICE와 해당 항공사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 13일에는 라스베가스 해리 리드 국제공항에서 사복 차림의 ICE 요원들이 호주 국적의 베트남계 남성 푸 응우옌(57)을 체포하려다 주변 승객들의 항의를 받고 철수하는 장면이 영상으로 공개돼 큰 파장을 일으켰다.
영상에는 신분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요원들이 남성을 바닥에 눕혀 수갑을 채우는 모습과 이를 본 여행객들이 “당신들이 누구냐”고 항의하는 장면이 담겼다. 현장에 있던 TSA 직원이 군중을 통제하는 사이 ICE 요원들은 결국 현장을 떠났고, 경찰은 체포영장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남성의 수갑을 풀어줬다.
그러나 DHS는 다음 날인 14일 이 남성이 LA국제공항(LAX)에서 다시 체포됐다고 밝혔다. DHS는 응우옌이 2015년 만료된 비자를 초과해 미국에 체류해 왔으며 현재 애덜랜토 ICE 구금시설에서 추방 절차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국적인 이민 단속 강화가 강력범죄자와 불법체류자 추방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공항 단속은 중범죄 혐의가 없는 단순 체류기한 초과자나 이민 절차 진행 중인 외국인까지 대상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비판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과 이민자 권익단체들은 공항이 사실상 이민 단속 현장으로 변하면서 여행객들에게 불안과 공포를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바다주의 재키 로젠 연방 상원의원은 “사복 차림, 신분 표시도 없고 바디캠도 없는 요원들이 공항에서 활동하는 것은 관광객과 지역사회에 불안을 주는 행위”라며 투명한 단속 기준 공개를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 국내선 이용 시에는 유효한 신분증뿐 아니라 영주권이나 취업비자 등 자신의 합법적 체류 자격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함께 휴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민 당국의 요구를 받을 경우 자신의 권리와 법적 절차를 충분히 확인한 뒤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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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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