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동구매 자제 대안
▶ 실제 주문 과정 동일
▶ 결제와 배달은 없어
▶ 근본원인 해결 못해

최근 한국에 개발된‘도파민 사이트’가 인기다. 이 사이트는 온라인 샤핑 과정을 실제와 똑같이 체험하면서도 결제는 하지 않는 가상 방식으로 샤핑 욕구를 해소하고 충동구매를 자제하는 대안으로 사용되는 서비스다. [로이터]
한국에서 시작된 이른바 ‘도파민 사이트’(Dopamine Websites)가 해외에서도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도파민 사이트는 온라인 샤핑이나 음식 배달 주문 과정을 실제와 똑같이 체험하면서도 아무것도 결제하지 않는 방식으로 샤핑 욕구를 해소하는 서비스다. 심리 및 마케팅 전문가들은 이들 사이트가 충동구매를 줄이는 데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소비 습관 개선을 위해서는 한계도 있다고 지적했다.
■ 실제 온라인 샤핑 과정과 똑같아
‘리테일 테라피’(Retail Therapy·금융 치료)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샤핑은 일시적인 행복감을 준다. 상품을 둘러보고, 장바구니를 채우고, 새 물건을 손에 넣는 경험이 짧지만 강한 만족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만족감을 계속 느끼려면 과소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온라인 샤핑은 클릭 몇 번으로 하루 만에 상품을 받아볼 수 있어 충동구매를 더욱 부추긴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 소개된 도파민 사이트가 충동구매를 줄여줄 대안으로 관심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이트인 ‘음식만 안 와요’(음식만안와요.com)에서는 실제 배달앱처럼 메뉴를 고르고 토핑을 추가하며 이용 후기까지 확인할 수 있다. 주문을 마친 뒤에는 배달이 진행되는 과정도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식당도, 음식도 모두 가상이며 실제 배달은 이뤄지지 않는다.
이처럼 가상의 소비가 만족감을 주는 이유는 사람의 뇌가 ‘물건을 사는 상상’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현재 음식만 안 와요 외에도 ‘Food Never Comes’, ‘Fake Eats’, ‘dopahaul’ 등과 같은 비슷한 사이트에서 음식은 물론 의류, 가전제품, 화장품 등 다양한 상품을 실제 샤핑몰처럼 둘러보고 가상 구매를 할 수 있다.
■ 가상 샤핑만으로 스트레스 일시 완화
연구에 따르면 새 물건을 보거나 새로운 경험을 접하면 뇌의 보상 시스템이 활성화되면서 행복감과 쾌감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된다. 이처럼 어떤 행동이 즐거운 감정을 만들어내면 사람은 그 경험을 반복하려는 동기를 갖게 되고, 실제 보상을 얻기 전부터 그 순간을 기대하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휴가를 떠나기 전 설레는 시간이 여행만큼 즐겁게 느껴지거나, 음식점 메뉴를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식욕이 살아나는 이유와 같다.
온라인 샤핑 역시 같은 원리로 도파민을 끌어낸다. 미시간대학교 로스경영대학원 마케팅학과 스콧 릭 교수는 “샤핑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보상감”이라며 “샤핑을 하면 좋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는 경험에 익숙해진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것은 힘든 하루를 위로받고 싶은 마음일 수 있고, 새 러닝화를 사는 것은 ‘이번에는 정말 운동을 시작하는 나’를 기대하는 심리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샤핑을 통한 만족감은 단순한 기대감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 캔자스주립대 개인재무설계학과 메건 맥코이 교수는 금융 치료가 ‘내가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착각을 제공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색상을 고르거나 가격을 비교하는 작은 선택만으로도 스스로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이러한 과정은 불안감과 우울감, 스트레스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 충동구매 근본 원인 해결은 못 해
심리학 전문가들은 도파민 사이트가 샤핑 욕구를 없애기보다는, 샤핑에서 즐기는 경험을 제공하고 동시에 실제 지출은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다만 도파민 사이트가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장기적으로 충동구매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지 입증한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
행동과학 이론에 따르면 나쁜 습관을 다른 행동으로 대체하면 욕구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대체 행동 역시 충분한 만족감을 제공해야만 사람들이 계속 선택하게 된다. 캔자스주립대의 맥코이 교수는 바로 이 점을 도파민 사이트의 약점으로 꼽았다.
맥코이 교수는 “도파민 사이트의 신선함이 사라지면 이용자들은 금세 흥미를 잃고 스트레스나 외로움, 지루함을 느낄 때 다시 실제 샤핑 앱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도파민 사이트를 통한 가상 샤핑이 충동구매를 일으키는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도 지적된다. 맥코이 교수는 “샤핑이 채워주고 있는 감정적 욕구가 무엇인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라며 “그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도파민 사이트는 결국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 충동구매 줄이려면 ‘심리적 방지턱’ 설정해야
전문가들은 도파민 사이트가 샤핑 욕구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이용해도 괜찮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 사이트를 사용할 경우 개인정보 보호 수준이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개인정보는 입력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심리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충동구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검증된 방법이 다양하다. 미시간대 로스경영대학원 스콧 릭 교수는 기업들이 소비자가 가능한 한 쉽게 결제하도록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이에 맞서 소비자도 ‘심리적 방지턱’을 만들어 충동구매를 늦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광고성 이메일을 구독 취소하거나, 자동 입력된 신용카드 정보를 삭제하고, 샤핑 앱을 휴대전화 첫 화면에서 없애는 방법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밖에도 배달앱이나 샤핑몰 앱을 열 때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위로가 필요한 것인지, 무료함을 달래고 싶은 것인지, 즐거움이나 통제감을 원하는 것인지 감정의 원인을 파악하면 샤핑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전화를 하거나, 산책을 하거나,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만약 자신의 충동 소비를 유발하는 감정의 원인을 스스로 파악하기 어렵다면 상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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