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포스트 특약 ‘전문의에게 물어보세요’
▶ 건강·피트니스 업계서 새로운 ‘만능 치료제’처럼 급부상
▶ 일부 의약품 효과 입증에도 상당수 안전성·효능 미확인
▶ 장기간 사용 부작용도 아직 몰라… 무분별한 사용 경계

[클립아트 코리아]
워싱턴포스트 건강 칼럼 기고자로 뉴욕 특수외과병원의 스포츠의학 전문의이자 아이언스트렝스 피트니스 커뮤니티의 설립자인 조던 D. 메츨 박사는 한 환자의 “건강과 피트니스 목표를 위해 펩타이드(peptide)를 복용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제가 펩타이드를 복용해야 할까요?”
그는 부상에 관해 묻는 것이 아니었다.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으려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단지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 상태를 더 좋게 유지하고, 더 빨리 회복하며, 건강하게 지낼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는 친구들과 팟캐스트, 소셜미디어를 통해 펩타이드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펩타이드가 가져다준다는 효과는 거의 끝이 없어 보였다. 근육은 더 늘리고, 지방은 줄이고, 회복은 더 빠르게 하며, 잠은 더 잘 자게 하고, 여기저기 쑤시고 아픈 증상은 줄여준다는 것이었다.
펩타이드는 단백질의 구성 요소 역할을 하는 분자인 아미노산이 짧게 연결된 사슬이다. 그러나 이제 ‘펩타이드’라는 단어에는 거의 마법과도 같은 이미지가 따라붙는 듯하다.
스포츠의학 전문의로서 나는 점점 더 불편한 입장에 놓이고 있음을 느낀다. 나는 의사로 일해온 대부분의 기간 동안 환자들에게 더 건강한 몸을 만드는 일에는 놀랄 만큼 화려한 비법이 없으며, 지름길도 거의 없고 꾸준함이 필요하다고 말해왔다. 더 많이 움직여라. 더 강해져라. 잠을 자라. 잘 먹어라. 계속할 수 있을 만큼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찾아라. 아플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신의 몸을 돌보기 시작하지 마라.
하지만 나는 또한 의학이 사람들이 이런 일들을 실천하도록 돕는 데 항상 능숙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의학이라는 분야는 질병을 치료하는 데는 매우 뛰어났지만, 질병을 예방하는 데는 그만큼 성공적이지 못했다. 바쁜 의료 전문가 대부분에게는 환자가 기존의 질병을 갖게 된 데 영향을 미친 행동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지도하는 것보다, 이미 생긴 의학적 문제를 치료하기 위해 약을 처방하는 것이 더 쉬운 경우가 많다.
미국은 질병 치료에 연간 약 5조 달러라는 규모로 다른 어떤 나라보다 훨씬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지만, 질병 예방에는 훨씬 적은 돈을 쓰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이 하나의 틈새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현대의 장수 운동이 점점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펩타이드가 바로 그 틈새를 파고들었다.
■일부 펩타이드는 효과 입증
모든 펩타이드가 똑같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것은 수십 년에 걸친 인체 연구가 뒷받침된 인슐린 같은 의약품이다. 반면 다른 것들은 생쥐나 실험실의 세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흥미로운 결과를 만들어냈지만, 사람을 대상으로는 거의 연구되지 않은 실험적 화합물이다.
GLP-1 수용체 작용제인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를 생각해보자. 세마글루타이드는 펩타이드 기반 의약품이며, 현재 웰니스 클리닉과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 많은 화합물과 달리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을 통해 연구됐다.
2024년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비만이면서 통증을 동반한 무릎 골관절염을 앓는 사람들이 68주 동안 세마글루타이드 또는 위약을 복용했다. 세마글루타이드를 복용한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체중의 13.7%를 감량한 반면, 위약을 투여받은 그룹의 체중 감소율은 3.2%였다. 세마글루타이드를 복용한 사람들은 무릎 통증도 훨씬 크게 감소했으며 신체 기능도 향상됐다.
이 연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수치는 사실 체중계에 나타난 숫자조차 아니었다. 사람들이 움직일 수 있는 능력에 어떤 변화가 생겼느냐가 더 중요했다. 체중이 줄어들면서 통증이 감소했고, 통증이 줄어들자 더 많이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스포츠의학 전문의에게 이는 중요한 문제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무릎 관절염이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이 움직이라고 권해왔다. 하지만 무릎이 아픈 상태에서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 이번 GLP-1 연구는 체중 감량을 나중에 생각할 부수적인 문제가 아니라 초기 치료의 한 부분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GLP-1과 같은 펩타이드의 경우에는 세마글루타이드뿐 아니라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 리라글루타이드(liraglutide), 둘라글루타이드(dulaglutide) 같은 약물도 있으며, 이런 약물들은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환자들을 도울 수 있게 해줄 가능성이 있다.
■펩타이드 열풍 또 다른 측면
대부분의 펩타이드는 연구가 부족하고 규제되지 않으며 장기적 안전성도 알려지지 않았다.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거의 모든 것을 위한 펩타이드가 홍보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힘줄 치유를 위한 BPC-157, 빠른 회복을 위한 TB-500, 근육 증가와 성장호르몬 효과를 위한 CJC-1295와 이파모렐린(ipamorelin) 등이 있다. 그 밖에도 염증, 노화, 체지방 감소, 운동 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며 판매되는 제품들이 있다.
이들 화합물의 과학적 근거는 세마글루타이드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와 결코 같은 수준이 아니다.
가장 인기 있는 일부 회복용 펩타이드의 경우, 이에 대한 기대감은 대부분 동물실험이나 실험실 연구 또는 극히 소규모의 인체 연구에서 비롯됐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이러한 치료법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누가 사용해야 하는지, 적절한 용량은 얼마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수년간 사용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판단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양질의 인체 연구 증거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이러한 화합물 상당수에 대해 이용 가능한 안전성 정보가 제한적이라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이는 사람에게 실제로 사용된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확실성 때문에 규제 당국은 과거 많은 펩타이드 치료법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취해왔다.
그러나 최근 규제를 둘러싼 논의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 행정부는 BPC-157과 TB-500을 포함한 특정 실험적 펩타이드를 관련 연방 규정에 따라 조제약국이 제조할 수 있는지를 재검토하려는 움직임을 장려해왔다. 조제약국은 이미 표준화된 FDA 승인 형태로 대량생산된 의약품을 판매하는 대신, 의약품의 원료를 확보해 최종 제품을 직접 제조한다. 본질적으로 이들은 FDA를 우회하는 것이다.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사람들이 이미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른바 ‘그레이 마켓’을 통해 이러한 물질을 구매하고 있다면, 의사의 감독 아래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안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동시에 인체에서 나타나는 결과를 연구하자는 생각이다.
이는 합리적인 제안이다. 하지만 약국이 어떤 약물을 조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과 FDA가 수년에 걸친 임상시험을 거쳐 그 약물을 승인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조제가 허용됐다고 해서 해당 펩타이드가 힘줄을 치유하거나, 회복 속도를 높이거나, 수명을 연장한다는 사실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FDA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화합물에는 승인된 의약품과 같은 수준의 엄격한 안전성과 효능 관련 데이터가 결코 존재하지 않으며, 승인 의약품에 요구되는 엄격한 제조 규정과 검사 아래 생산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나의 결론
내가 고민하는 지점은 바로 이것이다. 펩타이드는 정밀한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생쥐의 조직을 회복시킬 수도 있다. 실험용 배양접시 속 세포가 다르게 행동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인터넷에서 수백 건의 사용 후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그것을 5년 또는 10년 동안 복용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말해주지는 않는다.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그럴듯하다는 것과 의학적 증거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이러한 치료법에 대한 연구를 중단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우리는 더 많이 연구해야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치료법에 대한 접근을 보다 자유롭게 허용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기대감이어서는 안 된다. 그 기준은 증거여야 한다.
펩타이드 시대는 궁극적으로 예방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발전 가운데 하나가 될 수도 있다. 펩타이드는 비만을 치료하고, 근육을 보존하고, 통증을 줄이며,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활동적인 생활을 유지하도록 돕는 새로운 방법을 우리에게 제공할지도 모른다.
아직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래도 괜찮다. 나는 환자들에게 그들의 건강과 이동 능력, 체력을 향상시키도록 돕고 싶다고 말한다. 나는 그들이 움직이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적절한 인체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거나 엄격한 안전 기준 아래 제조되지 않은 물질을 가지고 스스로 실험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점도 말해준다.
내 역할은 환자들에게 펩타이드가 좋다거나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내 역할은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증거를 토대로 그들이 가능한 한 가장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고 있는 펩타이드 시대에 스포츠의학 전문의로 일한다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다.
<
By Jordan D. Metzl, MD>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