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5’
▶ 제시로 주인공 교체·나이 든 우디 변화
▶ 악당 아닌 ‘거울’ 같은 존재 릴리 패드

애니메이션‘토이스토리 5’에서는 50정의 버즈 라이트이어(팀 앨런 목소리 연기)가 하이브 마인드(집단 지성)로 움직이는 통제 불능의 상황이 펼쳐진다. [사진 제공=디즈니/픽사]
“시대는 변해도, 친구들은 영원하다.” 픽사 메가 히트작 ‘토이 스토리’ 시리즈를 관통하는 메세지다. 애니메이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서사시로 꼽히는 이 시리즈가 다섯 번째 이야기로 돌아왔다. 이미 3편에서 완벽한 이별을 고했고, 4편에서는 우디의 주체적인 독립을 통해 서사의 마침표를 찍었다. 여기서 더 무슨 이야기가 있지?라는 기우는 “시대는 변해도, 상상력은 영원하다”라는 확인을 하게 한다.
‘토이스토리’ 5편의 과감한 선택은 주인공의 세대교체다. 30년 가까이 시리즈의 정신적 지주이자 영웅이었던 우디가 한발 물러서고, 그 자리를 ‘제시’가 채운다. 4편에서 우디가 제시의 가슴에 보안관 배지를 달아줄 때만 해도 그것이 이토록 거대한 서사의 밑그림이었을 줄은 몰랐다. 리더가 된 제시는 방 안의 장난감들을 책임지며 전작들보다 훨씬 단단하고 성숙한 면모를 보여준다.
제시를 전면에 내세운 서사는 올드 팬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그녀의 근원적 아픔, 즉 ‘버려짐의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돌파한다. 보니의 관심이 스마트 태블릿으로 옮겨가면서 장난감들이 서랍 속으로 밀려나는 위기가 찾아왔을 때, 제시가 느끼는 공포와 책임감은 스크린을 뚫고 마음에 와닿는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에서 제시의 내면적 상처와 진화가 폭발하는 순간은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반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맞은 ‘우디’의 등장은 눈물겹도록 반갑고 유쾌하다. 야외에서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며 ‘뱃살’과 ‘정수리 탈모’를 장착한 우디의 비주얼은 웃음을 자아낸다. 시간이 흘러도 늙지 않는 장난감들이지만, 삶의 풍파를 겪으며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가디언의 모습을 투영한 제작진의 위트가 빛을 발한다. 톰 행크스의 능청스러운 “아이고, 고관절이야” 같은 애드립과 더불어, 극 중 50정의 버즈 라이트이어가 하이브 마인드(집단 지성)로 움직이며 벌어지는 통제 불능의 에피소드는 ‘토이 스토리’ 특유의 재미를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보니의 일상을 장악한 첨단 태블릿 ‘릴리패드’(그레타 리 목소리 연기)를 대하는 태도다. 할리웃의 흔한 서사라면 이 최첨단 기기를 부숴야 할 악당으로 규정했겠지만, 영화는 놀라울 정도로 입체적이고 세련된 접근을 취한다.
릴리패드는 장난감들을 밀어내지만 결코 ‘사악한 존재’가 아니다. 그저 ‘아이에게 무조건 최선을 다하도록 설계된 기기’일 뿐이다. 스마트폰 하나가 방 안의 모든 장난감을 이겨버리는 잔인한 현실 속에서, 릴리패드는 흡사 “지금 당장 하버드 입시 준비를 해야 해”라고 다그치는 헬리콥터 부모나 철두철미한 개인 비서처럼 행동한다. 기기 자체의 서사에 뉘앙스와 입체감을 부여하면서, 영화는 디지털 기기를 흑백논리로 재단하지 않는다.
여기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과거의 유산과도 같은 ‘신규 캐릭터’들이다. 특히 2000년대 초반에 출시되어 기술적 한계가 뚜렷했던 초창기 전자 장난감인 ‘테크 트리오’의 등장은 이 영화의 숨은 백미다. 수십 년을 버티는 카우보이 인형과 달리, 소비 주기가 고작 한두 달에 불과해 금방 잊혀졌던 이 ‘과거의 기술 덕후’들이 현재의 초고도화된 스마트 기기들과 연결되려고 애쓰는 모습은 짠하면서도 엄청난 웃음을 유발한다. 이 외에도 변기 훈련 도우미 장난감인 ‘스마티 팬츠’와 뚱한 돼지 ‘지미 딘’, 하마 모양의 ‘아틀라스’ 등은 시종일관 스크린을 풍성하게 채우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영화는 ‘포스트 팬데믹 시대 아이들의 고립과 외로움’이라는 묵직한 현실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영화는 장난감들의 수난 시대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 이면에서 진짜 외로움과 싸우고 있는 아이 ‘보니’의 사회적 투쟁을 깊숙이 파고든다. 스마트 기기를 통한 온라인 세계는 언뜻 전 세계 아이들을 하나로 연결해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실상은 차가운 화면 뒤의 철저한 고립이다. 또래 무리에 끼기 위해 디지털 세계로 도피하지만 오히려 진정한 관계를 맺지 못해 겉도는 보니의 모습은 현대 우리 아이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멈춰있던 장난감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때”, 우리의 멈춰있던 동심과 상상력도 함께 요동친다. 극장을 나서는 길, 주머니 속 스마트폰의 차가운 감촉 대신 어린 시절 나만의 비밀을 공유했던 옛 장난감들의 이름을 가만히 읊조리게 만든다.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5’는 오는 19일 미 전역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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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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