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그랬느냐 싶게 조용한 거리. 숙소도 5개의 방은 만실이라는데, 조용하기만 하다. 조심스레 아침을 준비하는 부엌. 아침 8시에 나간다고 하자, 7시40분에 식사를 준비해 준단다. 막지은 밥에, 정성이 가득한 정갈한 3찬과 된장국. 이게 웬 호사인가 싶다. 며칠만에 느긋한 아침이다. 도심을 깨우는 소리에 창을 열고 그동안 묵었던 숙소를 떠날 채비를 한다. 가방을 확인하고, 미소가 아름다운 두 젊은이의 배웅을 받으며 떠난다.
언제 또 올지 알 수 없는 곳이지만, 마드리드 하면 제일 먼저 떠 오를 곳, ‘써니 마드리드’. 처음 경험한 한인민박의 인상이 여행 중 가장 오래 남는 좋은 기억일 것 같다. 친절한 안내, 정갈한 아침 식사, 동전을 놓고 맥주 캔을 딸 수 있고, 신라면이 선반위에서 밤참을 유혹하는 곳. 청결이 숙소 곳곳에서 진심으로 배어 있고, 아기자기한 손 글씨로 써 놓은 주의 사항도, 기차와 버스 안내도, 그림 엽서 등의 후기, 잠시 쉬는 시간에 들쳐 볼 수 있는 책. 무엇이든 문의만 하면 10초안에 답이 오는 신속함. 더구나 한국말. 탁월한 선택이였다는 한 마디로 가름해 둔다.
11시 체크 아웃을 하고 택시를 탔다. 아토차(Atocha)역으로 향한다. 기차 출발 시간은 12:22. 시간이 많이 남았다. 기차역에는 주말 여행객들이 꽤 많다. 두리번 거리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을 때 “카톡”이 왔다. 열어보니 숙소의 젊은이. ‘지은님. 방 벽장에 자켓등 옷 4벌이 걸려 있어요. 청소를 하다 지금 발견했어요’. ‘아뿔사’ 크루즈 승선을 하면 입으려던 남편의 여름 자켓과 내 여름 자켓 등. 구겨질까봐 짐을 풀면서 걸어 놨던 것인데, 까맣게 잊고 있었다. 백퍼 내 잘못. 기차 승선15분 전이다. 택시를 타고 숙소 까지 돌아갔다가 다시 기차역으로는 돌아 올 수는 없는 시간이다.
카톡 전화를 걸어, 혹시 바르셀로나 숙소로 우편으로 부쳐 줄 수 없는지? 속달 택배 같은 것은 없는지 물었지만 주말이고, 우편 시스템이 좋지 않아 거의 불가능 할 것 같단다. 미국집으로, 우편으로 보내 달라는 부탁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벽장에 걸어 놓았던 것을 어쩌면 그렇게 까맣게 잊고 있었을까? 자신의 기억력을 믿고 자만 했던 나에게 ‘정신차려’라는 말처럼 들렸다.
미국집 주소와 전번등을 알려주고 기차에 올랐다. 그래도 한인숙소에 물건을 두고 왔으니 망정이지 스페인 마드리드의 어떤 호텔이었더라면 어쩔 뻔했을까? 나는 스페인어가 안되고 상대는 영어와 한국말이 안되고. 고스란히 잃어버리지 않았을까?
25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미국집에 돌아 온 시간. 소포가 도착해 있다. 박스를 열어보니 옷은 얌전히 개어 깨끗한 비닐에 넣어 져 있다. 바로 ‘써니 마드리드’에 카톡을 한다. 잘 받았고, 너무 감사하다고. 송금 받을 은행 계좌를 묻고, 바로 이체. 잘 받았다는, 답이 즉시 온다. 예기치못한 상황에서도 친절하게, 끝까지 책임을 다해 주었던 그들의 마음. 잠시 다녀가는 길손이지만 손님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는 진심, 그 자체였다. 처음 경험해 보는 한인민박은 기대보다 훨씬 더 친절하고 따스하게 스페인의 한 부분이 된다. 추억의 한 매듭은 단단히 묶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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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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