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스페이스X의 로켓 잔해가 달 표면에 충돌했다. 충돌 장면은 망원경으로도 관측하기 어려울 만큼 미미했지만, 이로 인해 달 뒤쪽의 아인슈타인 크레이터 부근에 약 30미터 너비의 구덩이가 파였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이 로켓은 2025년 1월에 달 탐사를 위해 발사된 민간 착륙선의 추진체였다. 임무를 마친 후 달에서 멀어져야했으나, 때마침 태양활동과 중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궤도가 달 표면 쪽으로 틀어졌다고 한다. 이후 1년 반 넘게 우주를 떠돌던 잔해는 최근 달에 부딪힐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뒤늦게 추적이 이뤄졌고, 이날 천문학자들의 예측대로 추락한 것이다.
4톤 무게의 로켓잔해가 더해지면서 달에 쌓인 인공파편은 더 늘어나게 됐다. 놀랍게도 인간이 달 표면에 갖다놓은 우주 쓰레기는 무려 209t에 달한다고 한다. 달 탐사가 시작된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고의 또는 사고로 달 표면에 남겨진 지구 물질들이다.
지난 60여 년 동안 미국, 구소련, 중국, 인도, 일본, 유럽 등 여러 나라가 달에 탐사선을 보냈다. 성공한 것도 있지만 달에 충돌하거나 착륙에 실패한 탐사선도 적지 않다. 이로 인해 수백 개의 인공물이 달 표면에 쌓였는데, 대부분 아폴로 프로젝트 당시 남겨진 달착륙선과 각국 우주기관의 추락한 탐사선이다.
미국의 아폴로 계획은 1969년부터 72년까지 6회(아폴로 11, 12, 14, 15, 16, 17호) 유인 착륙했고, 그때마다 수많은 인공물을 달에 남겨두었다. 돌아올 때 달 암석을 최대한 많이 가져와야했던 우주비행사들이 무게를 줄이느라 필요 없어진 물건들을 달에 버려둔 것이다.
NASA에 따르면 달착륙선의 하강부분, 각종 과학실험 장비(지진계, 지열 측정장치, 태양풍 관측장치, 레이저반사경 등), TV카메라와 통신장비, 배터리, 각종 케이블, 달 탐사차량(Lunar Rover), 우주복 및 각종공구, 식품 포장재, 폐기물, 배설물 봉투 등이 버려졌다.
말하자면 지구로 가져온 암석보다 훨씬 많은 물건을 달에 남겨두었고, 지금까지 50년 넘게 그대로 있는 것이다. 달에는 대기가 거의 없고 비도 오지 않으며 바람도 없기 때문에 앞으로 수백만 년 동안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
흥미로운 것은 이 가운데 우주비행사들이 남겨놓은 ‘개인적인 물건’도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다치바나 다카시가 쓴 “우주로부터의 귀환”은 달에 내렸던 12명의 우주비행사들을 인터뷰한 책인데, 그들이 달에 남겨놓은 다양한 물건에 대해서도 기록하고 있다.
이 책과 나사에 의하면 최초의 달착륙선 아폴로 11호의 경우, 달에 미국 국기를 세운 것은 물론 “여기 지구행성에서 온 인간들이 1969년 7월 처음으로 달에 발을 디뎠다.”라고 쓰인 스테인리스 명판과 세계 지도자들의 메시지를 담은 실리콘 디스크를 달에 남겼다.
아울러 첫 걸음을 내디딘 닐 암스트롱은 라이트 형제의 1903년 비행기의 천 조각과 나무 조각 일부를 가져갔다. 인간이 지구에서 최초로 동력비행에 성공한 뒤 66년 만에 달에 착륙했다는 상징성을 위해서였다.
두 번째로 내린 버즈 올드린은 성찬용 잔과 포도주와 빵을 가져가 달 착륙 직후 지상과의 통신이 끊긴 짧은 시간에 홀로 달 표면에서 성찬식을 했다. 다만 두 사람은 이 물건들 대부분을 달에 남겨두지 않고 지구로 가져왔다.
그 이후 달에 간 비행사들은 더 많은 개인적인 물품들을 두고 왔다. 아폴로 14호의 앨런 셰퍼드와 에드가 미첼은 이틀 동안 여러 과학실험을 수행한 후, 떠나기 직전에 짬을 내어 골프와 창던지기를 즐겼다. 셰퍼드는 가져간 골프채 헤드(6번 아이언)를 달 채취도구 손잡이에 끼워서 골프공 2개를 쳤고, 미첼은 태양풍 관측장비 지지대를 창(Javelin)처럼 던지며 달에서 올림픽 놀이를 했다. 6번 아이언헤드는 가져왔지만 골프공 두 개와 지지대는 그대로 달에 남아있다.
아폴로 15호의 데이빗 스캇은 달 표면에 주차된 월면차 위에 세 가지를 놓고 귀환했다. 작은 성경책과 ‘쓰러진 우주비행사’(Fallen Astronaut)란 제목의 소형 인간조각상, 그리고 우주탐사 과정에서 희생된 미국과 소련의 비행사 14명의 이름을 새긴 알루미늄 명판이 그것이다.
또한 스캇과 동료 제임스 어윈은 달 표면에서 유명한 ‘망치와 깃털’ 실험도 해보였다. 갈릴레오의 낙하실험을 달에서 재현한 것으로, 망치와 깃털을 동시에 떨어뜨려도 공기저항이 없기 때문에 두 물체가 동시에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망치와 깃털은 모두 달에 남았다.
또 아폴로 16호의 찰스 듀크는 아내 도로시와 두 아들의 가족사진을 달 표면에 놓고 왔고, 아폴로 17호의 진 서난은 달 표면에 딸의 이니셜(TDC)을 써놓고 왔다.
이외에도 달에 인간이 남긴 물건은 상당히 많다. 하지만 달 표면적이 워낙 넓고 인공물들이 특정 착륙지 주변에 집중돼있다 보니 달 환경 전체를 오염시킨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앞으로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나사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중국의 유인 달 탐사, 인도 일본 한국의 달 탐사, 민간기업들의 달착륙선, 장기적으로 건설될 달기지 등이 이어지면 각종 장비와 폐기물이 계속 늘어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우주장비 폐기와 관련하여 국제적 합의가 하루 빨리 마련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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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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