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길어서 AOC란 이니셜로 불리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lexandria Ocasio-Cortez) 하원의원이 요즘 정치권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AOC는 지난 8월9일, 자신의 난자를 동결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했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호르몬분비 촉진주사를 12일 동안 투여한 후 난자채취 시술을 받기까지, 2주에 걸친 과정을 매일 영상으로 업로드했다.
배에 직접 호르몬주사를 놓는 모습, 자신의 몸에 나타나는 변화, 병원방문, 시술과 동결, 전체 비용에 관한 설명을 자세히 들려주었다. 공인이 그토록 사적이고 어쩌면 비밀스러운 순간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모습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960만명의 팔로어를 가진 그녀의 막대한 대중적 영향력을 생각하면 더더욱 놀랍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주목하는 것은 단지 한 정치인의 사생활 공개가 아니다. 그보다는 2028년 대선출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정치적 연출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AOC는 난자동결 영상을 밝힌 같은 날, ABC 시사프로그램 ‘디스 위크’에 출연해 2028년 대선출마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정확히 말하면 출마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고, 동시에 상원의원 선거에 도전할 수도 있다고 했다. 바로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난자동결과 2028 대선 가능성을 하나의 서사로 묶어서 떠들고 있는 것이다.
AOC는 민주당 내 떠오르는 스타의 한명이다. 29세이던 2018년, 미국 역사상 최연소 여성 연방하원의원으로 선출됐을 때부터 스타였다. 그것도 당내 서열 4위인 현역 10선 위원을 누르고 당선된 파란이었다.
짙은 눈썹과 큰 눈에 매력적인 미모를 가진 36세의 젊은 여성, 새빨간 립스틱이 트레이드마크인 AOC는 민주당 내 진보파의 대표이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유력한 후계자로 꼽힌다.
이번 난자동결 영상 공개에 대해 그녀는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있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고 밝혔다. 즉 여성은 남성과 달리 선거나 취업 과정에서 출산계획에 대해 질문 받곤 하는데, 여성의 생식과 출산 문제는 변명하거나 비난받을 필요 없이 스스로 내릴 수 있는 선택이므로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2022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힌 후, 미국 보수파가 낙태, 피임, 체외수정 시술을 전방위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AOC가 난자동결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한 것은 여성들이 갈망하던 리더십의 표본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그동안 여성 정치인들의 선거운동을 괴롭혀온 가족, 성별, 권력에 관한 기존의 담론과는 확연히 다른 메시지다.
지금까지의 여성 대통령 후보들(엘리자베스 워런, 에이미 클로버샤, 힐러리 클린턴, 카말라 해리스)은 모두 가임기가 지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남성 정치인들과 비슷한 외모와 행보를 택했다. 거의 언제나 바지와 정장 재킷, 기껏해야 진주목걸이 정도를 하고 헤어와 메이크업은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함으로써 그 어떤 것도 화제에 오르지 않게 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AOC는 이러한 관행을 거부한다. 큼직한 귀걸이, 빨간 립스틱, 파격적인 드레스, 다양한 헤어스타일 등 다채롭게 치장함으로써 인간적이고 여성다운 힘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준다. 남성들의 불편함을 달래기 위해 자신의 모습을 바꾸는 대신, 정면 돌파를 택한 것이다.
남성과 여성에 대한 이중기준은 미국 정가에서 유독 심하다. 남성 정치인이 36세이고 미혼이면 “젊고 야심찬 정치인”이라고 하지만, 여성 정치인이 36세 미혼이면 “왜 결혼하지 않았지?”란 질문부터 던진다. 또 아이를 가지면 “대통령직과 육아를 어떻게 병행할 것인가?” 아이가 없으면 “가족을 원하지 않는가?” 난자를 동결하면 “정치 때문에 출산을 미루는가?”라고 묻는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질문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AOC는 아예 그 질문을 자기 방식으로 선점해버린 것 같다.
새로운 시대의 서막에 서있는 AOC는 최근 대선을 의식해서인지 도발적이고 급진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기성세력과 대립했던 초기의 그녀는 같은 여자가 봐도 부담스러운 저돌성으로 똘똘 뭉친 전사 같았다. 하지만 요즘 들어 그는 더 넓은 민주당의 유권자 층을 포용하며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지도자로 성장하고 있다고 정치권에서는 분석한다.
만일 AOC가 2028년에 실제로 출마한다면 민주당 내에서 개빈 뉴섬, 조시 샤피로, 피트 부티지지, 그레첸 위트머, 마크 켈리, JB 프리츠커 등과 겨루게 된다. 현 상황에서 이들과 비교하여 AOC가 당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 추측이 틀리기를 바란다.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이 붙었던 2008 대선 때, 사람들은 모두 클린턴이 승리할 거라고 확신했다. 미국에서 흑인대통령이 나온다는 건 여성대통령이 나오는 것보다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나. 그런 놀라운 사건이 또 한번 벌어지지 않으리란 법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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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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