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걸프국 통항회의 연기
▶ 사우디·바레인 반발에 무산
▶ 사우디 해상수출 13년래 최저
▶ 송유관 복구엔 최장 5~6주

이라크발 드론 공격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 동서 파이프라인 피해 구간을 위성으로 촬영한 사진. [로이터]
중동 석유 우회로인 홍해와 사우디아라비아 송유관이 모두 막힌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합의하기 위한 이란과 걸프국 간 고위급 회의가 돌연 연기됐다. 사우디 송유관의 가동 중단으로 세계 원유 공급량의 4%가 줄어들 위기에 처한 가운데 이란 남부에서 폭발음이 들리고 친이란 후티 반군은 사우디의 칼리드 공군기지를 공습하는 등 공격이 재개됐다.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과 그 대리 세력(프록시)들의 전방위적 공세에 최악의 안보 위기에 몰린 모양새다. 역내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핵심 수출로마저 차단될 위기에 처했지만, 뾰족한 대응 카드마저 마땅치 않아 사우디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은 13일 오후 11시(현지 시각)께 X(옛 트위터)를 통해 “합의 도출을 위해 14일 살랄라에서 열릴 예정이던 역내 회의가 연기됐다”고 밝혔다. 그는 회의가 언제 개최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란과 걸프협력회의(GCC) 소속 6개국 간 호르무즈해협 통항 합의는 미국과 이란의 교전이 격화한 가운데 중동 원유가 호르무즈해협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을지를 가르는 주요 변수로 꼽혔다. 그러나 회의 개최 자체가 미뤄지며 합의 여부도 불투명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란 파르스뉴스는 이란 당국자를 인용해 일부 걸프 국가들의 요청에 따라 회의가 연기됐다고 전했으며 이란과 오만이 마련한 합의안 초안을 사우디가 수용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라는 걸프뉴스의 보도도 나왔다.
이란과 걸프국 회의가 연기된 직후 호르무즈해협 인근인 이란 남부 시리크 지역에서 폭발음이 여러 차례 들렸다.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면서 해협을 지나는 선박 통행량도 하루 7척으로 대폭 줄었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통항 관리를 위해 설립한 페르시아만 해협청(PGSA)은 14일 호르무즈 해협 통항 규정 위반으로 제재 대상에 오른 선박이 기존 45척에서 77척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에는 한국의 장금상선 소유 운영 선박도 다수 포함됐다.
홍해를 위협하고 있는 친이란 세력인 예멘 후티 반군은 14일 사우디의 칼리드 공군기지에 수십 발의 탄도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대규모 특수작전을 수행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홍해 남부의 주요 섬인 하니시섬과 소하니시섬을 장악해 바브엘만데브해협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했다고 주장했다. 후티 반군의 발표 직후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제다에서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관을 만났다는 소식도 나왔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빈 살만 왕세자가 지난 1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후티에 대한 직접 공격을 요청한 것을 감안하면 후티에 대한 무력 대응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편 하루 5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송하는 사우디 동서 파이프라인이 며칠 내로 재개되지 않으면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4%가 줄어들 위기에 처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로이터는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동서 송유관 복구에 최장 5∼6주가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고 전했다. 해양 정보 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이란 전쟁으로 사우디의 해상 원유 수출량이 급감하며 지난달 하루 320만 배럴에 그쳐 13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중동발 에너지 공급 충격 우려가 커지며 14일 거래가 재개된 브렌트유는 장중 최고 108달러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03달러대로 오르는 등 상승세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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