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고채 3년물 금리 4% 돌파
▶ 미국채금리 상승에 유가 치솟으며 국고채 연중 최고… 물가불안 고조
▶ 한은 물가·환율 부담, 긴축 불가피
▶ 금융시장 충격엔 ‘선별 재정’ 부각
한국 국고채 금리가 약 3년 만에 최고치로 상승한 것은 ①미국 등 주요국 국채금리 상승 ②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③미국 재정적자 속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확산과 이에 따른 정책 신뢰 상실 등 다층적인 원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다.
한국는 반도체 초호황을 등에 업고 이 같은 흐름에서 한발 벗어나 있지만 다음 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일본은행 통화정책회의 등에서 시장 전망과 다른 결과가 나올 경우 혼란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미 FOMC와 일본 통화정책회의는 15~16일, 17~18일 각각 개최된다. 금융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11일 “다음 주 ‘금리 빅위크’에서 시장 전망과 동떨어진 결정이 나온다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위기로 이어져 상당한 혼선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4.014%, 10년물은 4.540%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를 새로 썼다. 3년물 금리가 4%를 넘어선 것은 2023년 11월 이후 2년 10개월 만이다. 10년물 역시 연중 고점을 갈아치우며 시장이 사실상 상단으로 여겨온 금리 수준을 잇따라 돌파했다. 급등 진원지는 미국이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0.125%포인트 오른 4.965%까지 치솟았다.
중동발 충격도 겹쳤다. 이란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서 두바이유와 브렌트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등 3대 유종이 모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유가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물가에도 다시 상방 압력이 가해질 수 있어 통화정책의 긴축 경계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외생 변수 속에서 금리 부담을 낮추면서도 물가와 환율을 모두 잡아야 하는 난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장기금리 인상이 무섭다고 통화정책의 긴축 강도를 낮출 수는 없다고 진단한다.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를 내린다고 국채가격이 올라가는 게 아니다”라며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더 커지면서 채권 매도 수요가 몰려 국채금리가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환율 흐름을 감안하면 통화정책의 고삐를 풀기도 어렵다. 원·달러 환율이 두 달 새 200원 넘게 하락하며 빠르게 정상화되는 상황에서 긴축 기조를 완화할 경우 환율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시장의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은 재정정책이 맡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재정 확대 역시 국채 발행 증가로 이어질 경우 채권 공급 부담을 키워 시장금리를 다시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전방위적인 재정 확대보다는 충격이 집중되는 부문에 재원을 선별적으로 투입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대응기금이 주목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는 내년 162조3,000억원 규모로 조성되는 미래대응기금 가운데 12조5,000억원을 일반회계에 투입해 신규 국채 발행을 줄이기로 했다. 사업 지출 등을 제외한 104조 4,000억원은 여유 자금으로 적립해 향후 경기 충격에 대응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적인 국채 상환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재정 여력을 비축하는 동시에 국채 발행 부담을 낮춰 금융시장 불안을 완충하는 장치인 셈이다.
기금의 일부를 금융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조달 비용보다 투자수익률이 낮을 경우 오히려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국채를 상환해 이자 부담을 줄이는 방식은 재정 건전성과 금융시장 안정 측면에서 보다 확실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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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김혜란·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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