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화합할 줄 모르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최근 들어 갑자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 내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싼 ‘극렬반대’ 즉 ‘님비’현상이 그것이다.
어디 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 하면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쌍수를 들어 반대하고 나서는데, 마치 바로 내 집 옆에 노숙자셸터나 쓰레기매립지, 원자력발전소를 짓는 것처럼 학을 떼는 모습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의 쟁점은 경제도 이민도 아닌, 데이터센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민주당에서는 한달 전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가 1년간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건설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11일 브랜던 존슨 시카고 시장도 데이터센터 건설 일시중단을 요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사실 미 전국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을 금지한 최초의 도시는 이곳 남가주의 몬터리 팍으로, 지난 6월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이를 금지했다.
공화당에서는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와 플로리다의 론 드샌티스 주지사가 신규 데이터센터 시설의 전력망 접속중단, 에너지감사 요구, 공공요금 부담과 재생수 사용 요구 법안 등의 조치를 취하고 나섰다. 작년 11월, 구글이 400억 달러를 투자해 텍사스 주에 3개 데이터센터를 신설한다고 했을 때 반색하며 환영했던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원래 AI와 빅테크에 비판적인 쪽은 민주당 진보파였으나, 지금은 공화당 지역에서도 반대가 심하고, ‘AI 전도사’를 자처하는 트럼프의 지지자들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 지난 5월 갤럽조사에서는 민주당원의 75%, 공화당원의 63%가 자기지역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오는 것을 반대했다.
이처럼 혐오시설이 된 이유는 잘 알려진 대로 데이터센터의 과도한 전력과 물 소비, 그리고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 때문이다. 데이터센터는 AI를 구동하기 위해 방대한 수학적 연산을 처리하느라 엄청난 전력을 사용한다. 말하자면 챗GPT가 신속한 답을 내놓기 위해서는 모든 칩과 서버를 연동해 초고속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데, 이런 작업이 24시간 전력 구동되면서 수십만 개의 GPU와 서버가 뜨겁게 달궈지고, 이를 식히느라 거대한 냉각설비에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필요한 것이다.
거기에다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할 발전소는 대부분 화력 기반이라 여기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엄청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한 기관이 아마존, MS, 구글, 메타가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 60곳을 분석한 결과, 이 시설들이 연간 1억15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되는데 이는 지난해 미국 전력부문 탄소 배출량의 약 7%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현재 미국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센터가 있다. 현재 가동 중인 곳만 4,000여개, 건설 중인 곳도 2,000여개라고 한다. 버지니아, 텍사스, 캘리포니아 주에 많이 몰려있고, 이어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아이오와, 일리노이, 애리조나 순이다.
AI 수요가 급증하면서 데이터센터의 수요도 폭증하고 있으며, 개발사들은 인적이 드문 지역들을 후보지로 선정하고 있지만, 인근 주민들은 비싼 전기료가 조금이라도 일반가정으로 분산될까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1년전 설문조사에서는 10명 중 약 4명이 인근의 데이터센터 건립에 반대했으나, 올해는 10명 중 7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6개월 사이에 반대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지난달에는 42개 주에서 합동 반대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 극심한 우려와 반대에는 과장된 면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AI 빅테크들은 데이터센터를 지을 때 전력시설을 자체적으로 만들고, 일반가정에는 전기요금을 부담시키지 않겠다는 사실을 계약에 명시한다. 또한 새로운 데이터센터들은 대부분 물을 재활용하는 폐쇄루프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골프장들보다 물을 훨씬 적게 사용하게 된다.
또한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세수를 창출한다. 위스콘신주에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지은 마이크로소프트는 2026년에 1,960만 달러의 재산세를 납부할 예정이다. 인구 3만명도 안 되는 작은 마을에는 상당한 혜택이 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데이터센터라 하면 눈에 불을 켜는 이유는 전력과 물과 소음 외에도 보이지 않는 정서, 즉 IT기업들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AI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매우 복잡 미묘하다. 이것이 우리 삶에서 정말 필요한가 하는 질문이 있다. 또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무기로 건설하는 새로운 세계의 질서에서는 일종의 강제성이 느껴진다. 여기에 이것이 ‘거품’일 수 있다는 우려, 빅테크와 정부의 결탁이 일반서민들에게는 의심스럽게 여겨지는 것이다.
하지만 데이터센터를 모두 거부하는 것만이 수는 아니다. 데이터센터는 AI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구글 검색과 챗GPT, 아이클라우드와 넷플릭스, 은행, 병원, 온라인쇼핑 서비스 등의 기반시설에 필수적이다. 또한 AI 경쟁에서 미국이 중국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상당한 데이터센터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AI가 우리 삶에 들어온 지 이제 4년, 기업들도, 정부도, 사람들도 갈팡질팡한다. IT시대에도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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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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