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1일 위스콘신 민주당 주지사 예비선거에서 한국계 프란체스카 홍 주 하원의원이 거센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 이름이 홍윤정인 홍 의원은 매디슨에서 태어나 성장한 한국계 미국인으로, 2020년 위스콘신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계 주의원으로 당선됐다. 전직 요리사이자 식당 노동자였던 그의 정치적 이력은 기존 정치인의 경력과 상당히 다르다.
이 현상을 단순히 ‘민주사회주의 열풍’이라고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홍 후보의 경쟁력은 이념보다 생활의 언어에 있다. 보육비, 의료비, 주거비, 교육비, 임금과 노동시간처럼 유권자가 매일 부딪히는 문제를 정치의 중심에 놓는다.
보편적 보육과 유급휴가, 의료보장 확대, 공교육 투자, 노동자와 중산층의 생활비 부담 완화 등을 강조하고, 급속하게 늘어나는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해서도 지역사회와 자원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거대한 정치철학을 설명하기보다 “내 가족의 생활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오늘 미국 정치의 중요한 변화가 보인다. 과거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자유시장과 국가통제 같은 거대한 이념의 언어로 전개됐다. 그러나 오늘 미국에서 성장하는 민주사회주의 정치세력은 반드시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보육비가 너무 비싸다”, “집세와 의료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왜 대기업의 이익보다 전기료가 뒤로 밀려야 하는가”라는 구체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뉴욕의 조란 맘다니 현상이나 최근 여러 지역에서 나타나는 진보 후보들의 약진과 위스콘신의 홍 후보 현상은 서로 연결해서 볼 필요가 있다.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함께, 생활비 상승과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을 정치적 에너지로 바꾸는 능력이다. 최근 미국 민주사회주의 운동이 과거와 다른 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홍 후보가 8월11일 민주당 후보가 된다고 해서 11월3일 본선 승리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위스콘신은 대표적인 경합주이고, 민주당 후보에게는 진보적 민주당원뿐 아니라 중도층과 무당파 유권자에게도 자신의 정책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한 후보의 승패만이 아니다. 민주사회주의를 표방하거나 DSA와 연결된 선출직 정치인들이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기존 민주당 주류 정치와 다른 정치적 상상력이 확산되고 있다. DSA 측 자료에는 전국적으로 250명 이상의 민주사회주의 성향 선출직 인사·조직을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언급되고 있다.
공화당에서는 트럼프의 MAGA가 기존 공화당의 정치문법을 바꾸었고, 민주당에서는 버니 샌더스 이후 민주사회주의·진보주의 세력이 기존 민주당의 문법에 도전하고 있다. 두 흐름은 이념적으로 정반대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과 반기성 정치 정서다.
그렇다면 한인사회는 이 변화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우리는 미국 정치의 변화를 단순히 민주당과 공화당 중 어느 쪽이 유리한가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이 무엇에 분노하고 무엇을 원하지를 읽는 것이다. 특히 한인사회 역시 주거비, 의료비, 교육비, 소상공인의 어려움, 자녀들의 미래와 같은 똑같은 생활 문제를 안고 있다.
프란체스카 홍의 ‘돌풍’이 정말 새로운 정치의 시작인지, 아니면 한 번의 선거에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미국 정치에서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설명하지 못하는 이념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오늘 미국 유권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정치의 언어는 거창한 구호보다 “그래서 내 삶이 어떻게 좋아지는가”에 가까워지고 있다. 위스콘신의 프란체스카 홍이 만든 작은 돌풍 하나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도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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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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