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력은 전쟁을 막기 위해 군사적·외교적·경제적·기술적·정치적 수단을 동원한다. 억지가 실패한 횟수는 대략 인류 역사에서 벌어진 전쟁의 횟수와 맞먹는다.
억지력은 우크라이나를 침략으로부터 지켜내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그로 인한 결과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을 침공하거나, 또는 전쟁에는 미치지 않는 수준으로 의도된 조치들을 통해 대만의 항복을 강요하려는 것을 억지하는 데 실패했을 경우 뒤따를 결과와 비교하면 미미하다.
시 주석은 중국군에 2027년까지 대만을 장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라고 지시했다. 이를 억지한다는 것은 결국 한 사람, 시진핑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 얽혀 있는 수많은 변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루빅스 큐브를 세제곱한 것과 같은 복잡성을 상상해 보라.
아니면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펠로인 아이크 프라이먼의 <대만 방어>를 읽어보라. 그는 미국이 대만을 포기하는 것은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대만이 베이징에 강제로 굴복할 경우 초래될 “재앙적이고 연쇄적인 결과”에는 미국의 신뢰도 붕괴, 인도·태평양 주변국들에 대한 베이징의 지배력 확대와 그에 따른 이들 국가의 세계 경제 참여에 대한 영향, 그리고 일본과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동기가 커지는 상황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2,300만 명이 살아가는 활기찬 민주주의 사회인 대만은 현대 경제를 움직이는 첨단 반도체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공급처다. 여기에는 인공지능을 구동하는 최첨단 반도체의 90%가 포함된다. 미국의 정책은 양안 긴장을 둘러싼 어떠한 해결책도 강압 없이 이루어져야 하며 대만 주민들이 민주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워싱턴은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현상을 변경할 경우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시 주석이 지속적으로 벌이는 ‘회색지대’ 작전에는 경제·법률·사이버·사회문화적 수단과 함께 대만의 영해와 영공을 침범하는 군사적 활동이 포함된다. 프라이먼은 시 주석이 이러한 활동에 검역 조치를 추가함으로써 대만이 국제사회와 벌이는 경제적 교류에 대해 더 이상 완전한 실질적 통제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인식을 “점진적으로 하나의 규범으로 확립”하기를 바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검역이란 중국이 ‘세관 집행’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대만의 국제 무역을 통제하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주권이 서서히 죽어가는 과정은 봉쇄로 이어질 수 있다. 전쟁 행위에 해당하는 봉쇄가 이뤄지면 대만은 식량과 에너지, 군수품 공급이 끊길 수 있다. 대만에는 통상 거의 100만 명에 달하는 외국 국적자들도 체류하고 있다. 봉쇄를 돌파하려면 전쟁이 필요할 것이며, 여기에는 중국 본토의 목표물을 타격하고 중국 항구에 기뢰를 설치하는 것까지 포함될 수 있다.
20세기 초 등장했던 한 이론은 이후 그 세기에 벌어진 현실에 의해 무너졌다. 복잡한 공급망을 통해 경제 강국들이 서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국가 사이의 전쟁은 불가능하다는 이론이었다. 대만 봉쇄가 현실화하면 미국 대통령은 두 가지 선택지에 직면하게 된다. 하나는 두려운 선택인 군사적 대응이고, 다른 하나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선택인 굴복이다. 광대한 거리를 가로질러 대만에 물자를 재보급하는 작전에 필요한 병참 규모는 15개월 동안 계속됐던 베를린 공수작전(1948년 6월~1949년 9월)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다. 더구나 미국 상선은 200척에도 미치지 못하는 빈약한 규모이고 평균 선령도 50대 중반이다. 베를린 공수작전이 물자를 공급했던 도시의 인구는 오늘날 대만 인구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중국은 전쟁을 위한 동원을 비밀리에 진행할 수 없다. 또한 프라이먼에 따르면 대만 침공은 “현대사에서 가장 복잡한 군사작전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며, 노르망디 상륙작전보다 훨씬 더 어려운 작전이 될 것이다. 프라이먼은 10월부터 3월까지 폭 100마일에 이르는 대만해협의 거친 날씨 때문에 민간 항공기와 여객선 운항이 자주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한다. 겨울에는 파도가 50피트까지 치솟을 수 있다. 6월부터 10월까지는 연평균 6개의 태풍이 발생한다. 상륙작전에 적합한 시기는 4월과 10월뿐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상륙작전을 위해서는 제공권을 장악해야 하는데 중국이 이를 당연히 확보할 수 있다고 전제할 수는 없다. 또한 대만이 설치한 기뢰는 좁은 항로를 통과하는 중국의 병력 수송선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
중국이 오키나와와 괌의 미군기지를 선제 타격하거나, 미국이 중국 본토를 타격하거나, 또는 두 가지가 모두 발생할 경우 전쟁이 촉발될 것이다. 프라이먼은 이렇게 말한다.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가 다른 핵보유국을 상대로 대규모 재래식 무력 공격을 감행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는 또 이렇게 지적한다. “중국의 광범위한 미사일 전력은 중국 해안에서 약 600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이어지는 고위험 지대를 만들어냈다.” 미국이 보유해온 스텔스 잠수함 분야의 우위도 약화되고 있다.
프라이먼은 억지가 성공하려면 미국이 중국 인근에서 벌어지는 “전면적인 공중·해상전”에서 중국을 “결정적으로” 패배시킬 수 있다는 점을 시 주석에게 확신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라이먼은 “병참은 한 국가의 경제와 군사작전을 연결하는 다리”라고 말한다. 우크라이나의 군수 수요와 이란과의 전쟁은 미국이 가진 이 다리가 얼마나 불충분한지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한편 블룸버그는 “대만인의 정체성에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1992년에는 대만 주민 가운데 자신을 오직 대만인이라고 인식하는 비율이 17.6%에 불과했다. 오늘날에는 63.1%다. 반면 자신을 오직 중국인이라고 인식하는 비율은 25.5%에서 2.5%로 급락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문화적 간극은 더욱 벌어지고 있으며, 이는 시 주석이 이끄는 공산당 국가와 대만의 평화적인 ‘통일’을 갈수록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여기서 ‘통일’이라는 표현은 시 주석 측이 사용하는 선전적 용어다.
프라이먼은 시 주석이 대만을 장악함으로써 노년에 자신을 “정적들이 건드릴 수 없는 존재”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놀랍게도 그는 이 주장에 대해 별다른 설명을 덧붙이지 않는다. 다음 주 워싱턴을 방문하는 시 주석이 그처럼 위험 부담이 크고 이해관계가 첨예하며 비문명적인 정치 환경 속에서 성공해왔다는 사실은 이 문제와 관련이 있으며, 동시에 불안감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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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F. 윌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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