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개사 기자 출입증 박탈
▶ “가짜뉴스”라며 취재제한
▶ NYT·WP 등 추가금지 시사
▶ 언론사들 법적 대응 예고

백악관 출입을 금지당한 CNN의 베치 클라인 기자가 19일 백악관 앞 도로변에서 리포트를 하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부와 공화당에 비판적인 보도를 해온 CNN 방송 등의 백악관 출입을 금지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해당 언론사 기자들이 실제 출입을 거부당했다. 19일 뉴욕타임스(NYT),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CNN과 MS나우, 폴리티코는 이날 오전 자사 기자들이 백악관에 들어가려 했으나 출입이 막혔다고 밝혔다.
백악관 담당 기자인 CNN의 베치 클라인과 MS나우의 아케일라 가드너, 폴리티코의 샤이엔 헤이즐럿 등의 출입증은 비활성화됐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매체의 백악관 출입을 금지한다고 밝힌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들 매체가 ‘가짜뉴스’를 보도해왔다며 “공화당과 공화당 행정부의 위상을 떨어뜨리려고 일부러 부정적인 기사를 쓴다”고 주장하며 출입 금지 조처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언론사 외에 다른 언론사도 출입 금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전날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NYT와 워싱턴포스트(WP)도 “가짜뉴스”라고 비난하면서 백악관에 이들 신문을 더는 비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CNN은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불법”이라며 “백악관과 다른 정부 시설에 대한 물리적 접근을 제한하려는 시도나 우리의 취재 활동을 방해하려는 그 어떤 시도와 상관없이” 미국 정부에 대한 보도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MS나우도 성명에서 “수정헌법 제1조의 권리와 민주주의에서 독립 언론이 수행하는 필수적인 역할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주류 언론 간의 갈등이 실제 취재 제한으로 이어지면서 언론 자유와 수정헌법 1조를 둘러싼 논란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출입 금지 조치를 해당 언론사들의 보도 내용과 직접 연계한 만큼 법적 다툼이 벌어질 경우 이를 방어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수정헌법 1조 전문가들이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인 2018년 당시에도 CNN 백악관 출입 기자였던 짐 아코스타에 대해 백악관 출입을 금지했다. 그러나 이후 CNN의 소송으로 법원이 제동을 걸자, 해당 조치를 풀어야 했다. 백악관은 지난해 AP통신이 멕시코만을 미국만으로 표기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침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통령 집무실과 전용기에서 AP의 취재를 금지했고, AP의 소송 제기로 법적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백악관 출입을 금지당한 CNN, MS나우, 폴리티코 등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CNN은 20일 ‘지난 12일간 트럼프의 기이한 행적’이라는 제목의 홈페이지 머리기사에서 “트럼프의 정치적 상황이 악화한 이유 중 가장 과소평가되는 것은 미국인들이 그 지도자로서 능력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라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행적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비판했다.
가장 먼저 지난 9∼10일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면 모든 성인 시민에게 5,000달러씩 지급하겠다는 발표는 “분명히 대가성 거래”라면서 등록 유권자의 66%가 부적절하다고 응답(‘적절하다’는 18%)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지난 16일 노스캐롤라이나주를 방문, 그곳에서 민주당 상원의원이 선출되면 재난 지원을 보류하겠다고 ‘농담조’로 위협한 것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며 “전혀 재미도 없었다”고 혹평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대미 무역흑자국과의 교역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이는 미국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한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 논리”라고 짚었다. 또 워싱턴 DC의 대표적 공연장인 케네디센터에 자신의 이름을 병기하도록 강제하는 시도는 “명백히 불법”인데도 이 방법을 모색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들였다고 전했다.
CNN은 “그의 당이 권력을 계속 장악할 수 있을지가 걸려 있고, 유권자들이 지도자로서 그의 안정성에 실질적 의구심을 품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면 이런 행동들은 자제하고 싶어 할 것들”인데도 “트럼프는 기행의 수위를 높이며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MS나우는 “언론을 제한하는 대통령들은 대개 안보, 공간 부족, 예절 문제 같은 다른 명분들을 제시해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명분마저 모두 벗어던졌다”고 백악관 출입금지 조치를 비판했다. MS나우는 트럼프 대통령이 출입금지 조치의 근거로 “허구와 거짓말을 끊임없이 쓰거나 보도”한다는 점을 들었지만, 어떤 기사가 거짓인지 단 한 개도 제시하지 않았다면서 “자신이 싫어하는 발언을 처벌하기 위해 백악관 출입 권한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입증을 압수당한 MS나우 기자는 별도 칼럼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이번 조치가 “언론 자유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고 언론이 국가의 통제를 받는 권위주의 국가의 지도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는가”라고 물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공지능(AI) 속도조절론을 ‘사기극’이라고 폄하하며 AI 문제를 총괄할 ‘AI 차르’를 두겠다고 전날 발표한 것은 “민간 기관을 통해 AI를 규제하기보다는 국방부를 이용해 이를 장악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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