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강은 스위스 알프스에서 발원해 독일·프랑스 등 6개국을 거쳐 북해로 이어지는 유럽 최대의 물류 수로다. 매년 3억 톤가량의 화물이 라인강을 따라 이동하는 등 독일 내륙 수상 운송의 80%가량이 라인강을 따라 이뤄진다. 세계 최대 화학 기업 바스프(BASF)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을 대표하는 제조 기업들도 상당수 라인강을 중심으로 생산 기지를 구축했다.
■유럽 물류의 대동맥인 라인강 일부 구간의 수위가 최근 역대 최저인 24㎝까지 떨어지면서 독일은 물론 주변 국가에 비상이 걸렸다. 선박 항행이 가능한 라인강 수위는 78㎝ 이상인데 가뭄으로 수위가 낮아지자 라인강을 이용한 물류 운송이 차질을 빚고 있다. 독일 철강 업체 티센크루프는 라인강의 바지선 운항이 힘들어지자 철강 생산량을 줄였다.
■다른 유럽 주요 하천들도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유량 부족에 몸살을 앓고 있다. 유럽 10개국을 가로지르는 다뉴브강이 대표적이다. 루마니아는 다뉴브강 수위가 체르나보다 원전 냉각수의 취수구보다 낮아지자 강물 흐름을 바꾸기 위해 암반을 폭파하는 극단적 조치를 취했다. 다뉴브강을 냉각수로 사용하는 헝가리의 팍스 원전은 일부 원자로 가동을 멈췄다. 세르비아의 데르다프 수력발전소는 동력원인 다뉴브강 수위가 낮아지자 가동을 기존 20% 수준으로 줄였다.
■기록적인 가뭄으로 강물이 마르면서 라인강 등 유럽의 강 곳곳에 잠겨 있던 ‘헝거 스톤(Hunger Stone)’들도 다시 드러나고 있다. 헝거 스톤이 노출되면 흉작, 식량 부족, 물가 급등을 동반하는 탓에 ‘배고픔의 돌’ ‘슬픔의 돌’이라고 불린다. 체코에서 독일로 흐르는 엘베강의 헝거 스톤이 가장 유명한데 ‘나를 보면 울어라’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우리나라도 유례없는 폭염으로 농수축산물 피해가 커지면서 식료품 물가 급등이 우려되고 있다. 지금부터 수자원 확보 계획을 정교하게 짜지 않으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등 국가 전략이 차질을 빚고 미래 세대들이 실생활에서 더 큰 고통을 받게 된다.
<홍병문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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