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 11일. 지금으로부터 꼭 25년 전이다. 그날 뉴욕에서는 시장을 비롯한 주요 지방공직자를 뽑는 예비선거가 예정돼 있었다. 당시 한인유권자센터에는 투표에 관한 문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오전부터 이상한 소식이 들려왔다.
월드트레이드센터에 비행기가 충돌했다는 뉴스였다. 처음에는 작은 사고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두 번째 비행기가 다른 쌍둥이 빌딩에 충돌했다. 이어 펜타곤도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뉴욕은 순식간에 선거의 도시에서 공포의 도시로 변했다. 그날 예정됐던 뉴욕시 예비선거는 중단됐고, 결국 9월 25일로 연기됐다. 투표를 준비하던 시민들에게는 선거보다 생존이 먼저인 날이 됐다.
미국 본토가 외부의 대규모 공격을 받아 수천 명의 목숨을 잃은 충격은 너무나 컸다. 9·11 테러로 모두 2,977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날 이후 미국은 이전과 같은 미국이 아니었다. 1991년 소련이 무너지면서 냉전이 끝났다. 미국과 소련이 세계를 둘로 나누어 대립하던 시대도 막을 내렸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세계의 보편적인 질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말한 ‘역사의 종말’이라는 표현이 유행했던 것도 그런 시대 분위기 속에서였다. 그리고 국가 간 군사적 대결보다 세계화와 무역, 경제성장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10년 뒤 9·11이 일어났다. 세계는 다시 안보와 국경, 테러와 전쟁의 시대로 들어갔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했고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으로 이어졌다. 국가가 아닌 테러조직이 미국의 새로운 안보 위협으로 떠올랐다.
미국 국내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9·11 직후 제정된 USA PATRIOT Act는 테러 수사를 위해 정부의 감시와 정보수집 권한을 크게 확대했다. 전화와 전자통신 감청, 금융 및 사업 기록에 대한 접근 등 여러 수사 권한이 강화됐다. 공항 검색은 훨씬 엄격해졌다. 여행할 때 신분과 보안검색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우리가 편리함과 자유라고 생각했던 일상의 많은 부분이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설계되기 시작한 것이다.
9·11은 미국인의 마음에도 깊은 흔적을 남겼다. 테러에 대한 두려움은 애국심을 강화했다. 동시에 이슬람권과 중동계 사람들에 대한 경계와 편견도 커졌고 ‘내셔널리즘’과 ‘타자에 대한 경계심’이 깊이 자리 잡게 되었다.
정치도 변했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토론하고 타협하는 것보다 상대방을 위험한 적으로 보는 정치가 점점 힘을 얻었다. 오늘날 미국 사회의 심각한 정치적 양극화를 모두 9·11 하나의 결과라고 말할 수는 없다. 경제적 불평등, 이민 문제, 인종 문제, 소셜미디어, 문화적 갈등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했다. 그러나 9·11이 미국 사회의 방향을 크게 바꾼 중요한 역사적 분기점이었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하기 어렵다.
25년전의 충격이 낳은 안보 중심주의와 최근의 정치 사회적 양극화를 넘어, 시시각각 변화하는 미국 사회를 직시하고 순발력 있게 능동적인 대처를 해야 폭풍우 몰아치는 이 시대를 잘 해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주류 사회의 정치, 법률, 언론, 행정분야로 적극 진출하고 그 안에서 리더로 자리메김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세대에 대한 커뮤티 차원의 교육과 훈련에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미국 사회의 중추적 인물이 되고 한인 사회의 권익도 대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타민족과 민주주의 그리고 인권과 평등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함께 공유하고 연대하고 목소리를 내는 한인 커뮤니티를 모습을 정립하여 미국 사회 전체의 건강한 발전에 한인들도 적극 기여하는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생존하는 이민자에서 참여하는 시민으로.
침묵하는 소수에서 목소리를 내는 공동체로.
미국에서 살아가는 사람에서 미국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시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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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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