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대은행 잔액의 60% 이상 차지
▶ 개인자산관리 31년 노하우 접목
60대 후반인 A씨는 평소 상속과 관련해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되 일부는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기부를 하려고 했다. 다만 생전에 기부를 하는 것은 부담이었고 사후에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뜻이 제대로 전달될지 걱정이었다. 하나은행을 찾은 그는 유언대용신탁이 있다는 것을 들었다. 해당 상품을 통해 자녀에게 물려줄 재산과 사회에 환원할 재산을 구분하고 사후 기부도 확실히 할 수 있게 됐다.
전통의 프라이빗뱅킹(PB) 명가인 하나은행이 맞춤형 상품을 무기로 유언대용신탁 시장에서 경쟁 은행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8월 말 현재 약 5조 원으로 5대 은행(7조 6711억 원)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압도적인 1위다.
하나은행은 유언대용신탁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던 2010년 ‘하나 리빙트러스트’를 출시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6년에는 성년후견지원신탁과 치매안심신탁, 2019년엔 가업승계신탁·퍼펙트증여신탁·상조신탁을 잇달아 내놓았다. 2020년에는 대중형 상품을 선보이며 고객층을 넓혔다.
신탁의 기능도 단순한 상속 집행을 넘어섰다. 부동산과 금전·유가증권 등 재산별로 상속받을 사람을 달리 지정하고 생전에는 지급청구대리인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정해진 용도로 사용하도록 설계할 수 있게 했다. 가족 구성과 재산 형태에 따른 맞춤 설계도 가능하다.
실제 계약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나타난다. 하나은행의 맞춤형 유언대용신탁 계약 금액을 가입 목적별로 분석한 결과 ‘치매 등 판단력 저하 대비’가 49%로 가장 많았다. ‘상속 분쟁 대비’가 41%로 뒤를 이었고 ‘미성년·장애인 보호(6%)’ ‘유산 기부(4%)’ 순이었다.
자녀가 모두 해외에 거주하는 80대 1인 가구 고객은 치매 등으로 직접 재산을 관리하기 어려워질 때를 대비해 금융자산을 신탁했다. 인지능력이 저하되면 지급청구대리인이 병원비와 간병비를 청구하고 금융자산이 부족하면 보유 아파트를 매각해 노후 비용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사후 남은 재산은 해외 거주 자녀에게 이전하게끔 설계했다.
재산을 물려주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부모가 갑작스럽게 사망해 미성년 자녀가 홀로 남을 경우 생활비와 교육비를 지급하고 성년 이후 재산을 단계적으로 이전할 수 있다. 자녀가 사전에 정한 목표를 달성하면 약속한 금액을 지급하는 ‘자녀교육신탁’도 제공하고 있다.
하나은행이 신탁을 고객별로 세분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PB 중심의 자산관리 인프라가 있다. 올해 PB 사업 출범 31주년을 맞은 하나은행은 리빙트러스트컨설팅부 산하에 리빙트러스트컨설팅센터·상속증여센터·부동산투자자문센터·패밀리오피스센터 등 4개 전문 센터를 두고 있다.
고객의 필요에 따라 최대 4개 팀이 함께 신탁, 상속·증여, 부동산 등을 상담한다. 이들 센터의 상담은 매주 약 450건에 달한다. 특히 리빙트러스트컨설팅센터는 365일 24시간 비대면 상담 신청 접수를 운영하고 있다. 상속증여센터는 최적의 상속·증여 계획을 컨설팅해주고 부동산투자자문센터는 해외 실거주부터 투자 수요까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패밀리오피스센터는 초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기업 매각과 해외 이주 등을 상담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유언대용신탁이 단순히 사후 상속을 집행하는 수단에서 생애 전반의 자산관리 수단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가입 연령대도 기존 70~80대 고령층 중심에서 젊은 층으로 점차 넓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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