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시 전문가 6인 긴급 진단
▶ 코스피 고점 대비 20% 가까이 하락
▶ AI 피크론·지정학 변수로 투심 위축
▶ 반도체 쏠림·레버리지에 변동성 확대
▶ 개인 매도는 차익실현·손절 복합작용
코스피가 급등락을 반복하며 고점 대비 20% 가까이 하락하자 투자자들의 피로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두세 달 전만 해도 코스피가 급락하면 이내 다음 날 하락분을 만회했지만 이제는 소폭 상승하거나 연이틀 떨어지는 날이 많아지면서다. 올해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인공지능(AI) 투자와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가 재검증 국면에 접어들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변동성을 키우면서 투자심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서울경제신문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코스피 7000선을 심리적 지지선으로 제시했다. 향후 증시 방향은 미국 빅테크들의 설비투자(CAPEX) 확대 기조와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좌우할 것으로 짚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5.12포인트(0.62%) 오른 7291.91에 거래를 마쳤다. 6일(-0.46%), 7일(-4.91%), 8일(-5.35%)에 이어 4거래일 만에 반등했지만 동력이 떨어졌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 코스피 상승과 함께했던 개인은 1조 2673억 원을 순매도하며 신뢰가 약해졌음을 보여줬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조정을 AI 투자 모멘텀에 대한 재검증 과정으로 해석했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잦은 변동성으로 투자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시장 상승을 지탱했던 AI 설비투자 지속성과 반도체 이익 성장률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차익실현 욕구가 확대됐고 여기에 각종 거시경제 변수까지 겹치며 변동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하락은 AI와 반도체 투자에 대한 의구심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며 “낙폭 과대에 따른 반등이 나왔지만 이란 관련 지정학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다시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쏠림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도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혔다. 최현재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ETF 거래대금이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과 맞먹는 수준까지 늘면서 ETF 매매가 기초자산 가격을 움직이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산업 의존도가 높은 시장 구조에 레버리지 상품까지 더해지며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개인투자자의 순매도에 대해서는 시장 이탈로 해석하기는 이르다는 의견이 많았다. 차익 실현과 손절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급락으로 투자자들의 피로감이 커지면서 반등 시 손실을 줄이려는 심리가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급등락 과정에서 발생한 반대매매와 일부 비중을 줄이는 수요라는 해석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코스피 7000선을 심리적 지지선으로 제시했다. 윤 센터장은 “7000선은 심리적 지지선이며 100일 이동평균선인 6840선이 남아 있다”며 “수급과 심리에 따른 투매가 나타날 경우 일시적인 언더슈팅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이종형 센터장도 “7000선에서는 역사적으로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금융위기 수준까지 내려오는 구간”이라며 “장기간 추가 하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전략으로는 리스크 관리가 우선이라는 조언이 이어졌다. 또 변동성 장세에서 레버리지 투자는 리스크 관리가 힘들다는 설명도 더해졌다.
정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삼성전자처럼 펀더멘털 훼손이 없는데도 주가가 하락한다는 것은 웬만한 모멘텀으로는 흐름을 바꾸기 어렵다는 의미”라며 현금 비중 확대를 권했다.
김 센터장은 “단기 가격은 언제든 크게 흔들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실적과 산업의 방향성이 주가를 결정한다”고 했다. 한두 달 전만 해도 반도체라는 주도주 탑승과 타 업종으로의 순환매를 제시했던 답변이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실제 조선·전력·증권 등 대부분의 업종이 한두 달 새 고점 대비 30% 이상 추락한 상황이다. 그나마 일부 전문가는 현금 여력이 있다면 반도체 등을 분할 매수하며 대응하라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증시 반등의 계기가 될 향후 이벤트로 미국 빅테크와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꼽았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센터장은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과 미국 빅테크들의 실적 발표를 통해 AI 투자 수요가 여전히 살아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며 “시장이 기대 이상의 미래 모멘텀을 확인하면 회복도 다시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센터장도 “7월 말 반도체와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서 자유현금흐름(FCF)과 설비투자 가이던스가 다시 상향된다면 최근 반도체를 둘러싼 노이즈도 상당 부분 진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결정,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주요 변수로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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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박신원·정유민·장문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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