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링톤 국립묘지에 있는 케네디 메모리얼에는 정교하게 설계된 영원한 불꽃(Eternal Flame)이 타오른다. 재키가 불을 붙였다. 이것이 인공적인 불꽃이라면, 자연적으로 타오르는 ‘영원한 불꽃’도 있다.
뉴욕 이리 카운티의 체스넛 리지 파크에서 볼 수 있다. (뉴욕 시에서 6-7시간 거리) 트레일을 올라가면 작은 폭포가 흐르고, 그 뒤 조그만 동굴 안에서 천연 불꽃이 타오른다. 바위 언덕에 눈이 하얗게 쌓여도 마찬가지다.
지하의 가스가 스며 나와 타는 이 신비로운 석굴 안 불꽃은 거센 바람에 꺼지기도 한다. 그러면 방문객들이 불꽃을 살려낸다. 스스로는 점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이 지역은 그렇게 오랫동안 불꽃을 일으킬 만한 가스가 매장된 지형이 아니란다.)
자연 점화가 아니라면 누군가 최초로 이 불꽃을 일으킨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는 누구였을까? 궁금하지만 기록은 없다. 1926년대 공원이 조성되던 시기의 누군가였을 것이다.
이 지역이 위치한 오차드 파크(Orchard Park) 시에는 1803년 10월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 1809년에는 옹기장이(Potter)라는 성을 가진 퀘이커(Quaker)가 자리를 잡고 150그루의 사과나무 농장을 시작했다.
그래서 이 지역을 처음에는 옹기장이 코너(Potter’s Corners)로 부르다가, 1880년대부터 과수원(Orchard Park)으로 바꾸어 불렀다. 이 지역이 포함된 시는 이스트 햄버그(East Hamburg)였지만, 햄버그 시와 너무도 귀찮은 우편시스템 상의 분쟁이 발생하자 1935년 아예 시 이름을 오차드 파크로 바꿨다.
이름이 말해주듯이, 체스넛 리지 언덕에는 밤나무가 지천이었다고 한다. 한인들이 있었다면 무척 유용한 곳이었을 텐데, 지금은 병충해를 비롯한 여러가지 이유로 밤나무가 많이 사라졌다.
오스트레일리아에도 꺼지지 않는 불꽃이 있다. ‘불타는 산(Burning Mountain)’이라고 불리는 Mount Wingen이 그 곳. 규모가 크고, 가스가 아니라 매장된 석탄이 타는 것이 특징이다.
처음에는 아마도 번개가 불꽃을 당겼을 터고, 이렇게 당겨진 불꽃이 6000년을 타고 있는 것이다. 이 지역엔 지표면 곳곳에 불꽃이 보이기도 하고, 연기가 솟고, 불꽃이 없는 곳에도 둘레길을 걷다 땅을 만지면 따뜻하다고 한다.
지하에서는 끊임없이 매장된 석탄을 따라 불길이 1년이면 1미터쯤 남쪽으로 타 들어간다. (지난 번 오스트레일리아에 갔을 때 이곳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유타나 콜로라도에도 지하에 타고 있는 석탄이 있어서, 이것이 가끔 지표의 갈라진 틈을 타고 나와 산불로 번지기도 한다.
오스트레일리아 이웃 뉴질랜드에도 20세기 담뱃불 같은 걸로 시작된 가스 불꽃이 타오르고, 인도네시아에는 15세기부터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불꽃이 존재한다.
타이완에 있는 불꽃은 동굴 안에 샘과 함께 있어서 물과 불이 결합한 신비로움을 자아내고, ‘살아있는 불(Living Fire)”로 불리는 로마니아의 불꽃은 그 크기가 환경에 따라 변화해 살아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터키에는 2500년을 타고 있는 메탄 가스 불꽃이 있고, 이라크에도 몇 천 년을 타고 있는 들판의 불꽃이 있다.
현란하지만 먹을 것 없는 케이크처럼, 요란한 미국의 생일잔치를 보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정말 꺼지지 않는 우리들의 불꽃은 어디에 있을까? 어렵게 이룩한 가치들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는 요즘, 누가, 어디에, 그 꺼지지 않는 등불을 가지고 있을까?
<
한영국/소설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