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중순에 시작한 미국·캐나다·멕시코가 공동 개최하는 월드컵이 북중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전 세계 6대주를 대표하는 48개국이 참가하여 예선을 거쳐 32강에서 열전을 벌이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서아프리카의 카보 베르데(Cabo Verde)의 월드컵 첫 출전이다. 이 나라는 제주도보다 작은 섬안의 인구 53만명과 타국에 있는 그들의 디아스포라(이민공동체) 100여만명이 후원하고 있다는 보도이다. 축구 강대국인 스페인, 우루과이,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를 각각 무승부로 이끌고 32강에 안착했다. 그런가하면 인구 대국이란 중국과 인도는 48강에도 들어오지 못했다.
각 나라를 대표하여 출전 선수들은 언어와 문화, 피부색과 종교가 다르지만 경기장 안에서는 하나의 규칙과 규율을 따른다. 심판은 반칙이 있으면 즉시 제지하고, 파울을 선언하며, 필요할 때는 경고나 퇴장을 준다. 세계적인 스타 선수라 해도 규칙을 어기면 예외가 없다. 이것이 축구를 공정한 경기로 만들고, 선수들이 마음 놓고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하는 힘이다.
이 카보베르데의 조별리그 승리는 힘의 축구가 아니라, 세계 축구연맹(FIFA)이 정한 규칙과 규율이 축구장 안에서는 나라의 크기나 경제력, 인구가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큰 나라들과 동등하게 경쟁하여 따낸 것이다. 나는 이번 월드컵을 보면서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의미와 국가의 법의 정신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7월 17일은 대한민국 제헌절이다. 제헌절은 1948년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된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헌법은 국가의 기본 질서이며 모든 법의 근본이다. 월드컵에서 규칙이 없으면 경기가 싸움판이 되듯이, 국가에서도 법이 없거나 법이 공정하게 집행되지 않으면 사회는 혼란에 빠진다.
법치주의란 단순히 법이 있다는 뜻이 아니다.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고, 법이 공정하게 적용되는 것을 말한다.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재벌도, 일반 시민도 법 앞에서는 예외가 적용되지 않는다.
축구장에서 심판이 특정 팀을 봐주지 않아야 하듯, 국가의 사법기관도 특정 세력이나 계층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권리와 질서를 지켜야 한다. 특히 작은 나라 선수들이 강대국을 상대로 당당하게 경기하는 모습은 큰 감동을 준다.
그들이 자신 있게 뛸 수 있는 이유는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법과 규칙은 약자를 보호하고 강자의 횡포를 막아 주는 울타리이다. 공정한 규칙이 있을 때 작은 나라도 큰 나라와 당당히 겨룰 수 있고, 평범한 시민도 권력자 앞에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국격도 법치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국격은 경제력이나 군사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국민이 법을 존중하고, 공공질서를 지키며, 서로를 배려할 때 높아진다. 신호를 지키고, 줄을 서고, 약속을 지키며, 다른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는 태도부터 시작되는 것이 선진국 품격의 출발점이다.
반대로 아무리 부유한 나라라도 부정부패가 심하고 법이 무시된다면 진정한 선진국이라 할 수 없다. 대한민국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자랑스러운 나라이다.
그러나 이제는 경제 성장만이 아니라 법과 원칙을 존중하는 성숙한 선진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고 서로를 적으로 여기거나, 법보다 감정과 진영논리를 앞세운다면 사회는 분열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법과 질서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제도이다. 법의 정신은 처벌만이 아니다. 법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공동체의 안전과 질서를 세우기 위해 존재한다. 국가의 법은 국민 모두가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도록 돕는다.
따라서 법을 지키는 것은 억압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책임 있는 행동이다. 월드컵 선수들처럼 위반하면 퇴장을 당한다. 국가와 사회도 마찬가지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고, 권력에는 더 큰 책임이 따른다. 책임 없는 자유는 방종이 되고, 원칙 없는 권력은 부패가 된다.
헌법은 대한민국이 지켜야 할 가치의 선언이다. 자유, 평등, 인권, 민주주의, 법치주의는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기둥이다.
이번 월드컵을 보며 우리는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법과 원칙이 바로 설 때 국민은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고, 국가는 세계 속에서 존경받을 수 있다. 공정한 규칙이 좋은 경기를 만들듯, 바른 법치가 품격 있는 나라를 만든다. 제헌절을 앞두고 대한민국이 헌법 정신 위에 더욱 굳건히 서서 법치와 국격을 갖춘 성숙한 선진 민주국가로 나아가기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
<
노재화/전성결대학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