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시(Assisi)의 성자 프란치스코가 세운 탁발 수도회의 장기금식훈련의 규례는 엄중하다. 한번은 4주간 금식을 선포하고 스승과 제자들이 함께 마을 전도에 나섰다. 아침 무렵, 죽 파는 시장 노점을 지나갈 때다.
한 제자가 갑자기 김이 무럭무럭 올라오는 죽 그릇 앞에 서서 “나 죽어요 나 죽어요” 소리치더니 단숨에 죽 한 그릇을 정신없이 퍼먹기 시작했다. 동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수도회의 큰 규율을 어기다니... 파문을 면할 수 없을게야.” 죽을 먹은 제자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순간 프란치스코가 죽 파는 노점으로 가더니만 “나도 배가 고파서 못 견디겠다.”라고 하면서 죽을 퍼먹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다정하게 한편 단호하게 말했다. “애들아 너희들도 배고프지 어서 오라. 우리 함께 먹자. 이번 금식은 오늘로 끝이다.” (안드레 브체스의 ‘Francis of Assisi' 중에서)
수도회 무리가 죽을 다 먹은 후 프란치스코는 제자들에게 강론했다. “우리가 먹을 것 앞에서 영혼을 해치는 지나친 탐욕을 경계해야 하는 것처럼 율법에 얽매인 과도한 육체의 절제는 더욱 더 경계해야 할 일이다. 주님은 형식적인 제사보다 자비의 제사를 원하신다.”
프란치스코의 의외의 포용과 관용 안에는 두 가지의 의도가 의미심장하게 배열되어 있다. 연약한 제자의 실수를 사랑으로 감싸 안고 포용하려는 선행은총의 의도와 함께 공동체의 단결과 화목을 깨트리지 않으려는 공의의 배려가 담겨있다. 이와 같은 프란치스코의 이중 의도는 탁월한 공동체 리더십의 중추(中樞)가 된다.
예수는 탁월한 이중 의도로 제자들을 놀라게 했다. 예수의 이중 의도를 통한 넓은 포용과 은혜행위는 구원사건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스승을 배반하고 도망갔던 비겁한 제자들을 찾아가 다시 포용하고 새로운 사명을 맡겨줌으로 예수의 이중 의도는 인류의 구원의 문을 활짝 열었다.
예수의 이중 의도는 제자들의 인격회복과 신앙회복에만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다. 예수가 갈릴리 호숫가에서 제자들에게 베푸신 이중 의도로 말미암아 세상은 예전보다 더 확실하게 구원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누가복음에 등장하는 탕자와 아버지를 보라. 아버지의 유산을 탕진하고 집으로 돌아 온 둘째 아들을 대하는 아버지와 첫째 아들의 태도는 확연히 달랐다. 아버지는 돌아온 아들을 용서하고 포용한다.
첫째 아들은 동생이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옴을 거부하고 아버지에게 돌연 화를 낸다. 탕자를 받아들이고 잔치를 베푼 아버지의 포용은 공의롭지 못한 일이라고 첫째 아들은 항변한다. 첫째 아들은 아버지의 이중의도를 이해하지 못했으므로 선행은총을 모른 채 율법주의자로 살았다.
미로슬라브 볼프는 말한다. “포용하려는 사랑의 의지가 없으면 정의도 있을 수 없다.” 라인홀드 니버는 말한다. “실제적 포용에 이르지 못한 사랑은 완전한 정의가 아니다.” 하시디즘의 선구자 랍비 코츠커는 말했다. “진리는 진리를 아는데 있지 않고 진리가 되는 데 있다. 깨달은 진리를 자신과 이웃의 삶속에 과감하게 실천하라. 그때 진정한 포용력이 불꽃 같이 타오른다.”
당신은 리더인가. 돌아오는 자, 소외된 자를 외면하지 말라. 당신이 받은바 선행은총을 이웃의 삶속에까지 삼투시키라. 이중 의도의 시각으로 그들을 파격적으로 포용하라. 이 시대는 실수하고 넘어진 사람을 자비와 믿음으로 포용하면서 동시에 견고한 공동체를 중건(重建)하는 이중의도의 리더를 학수고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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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목사·AG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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