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y Yun 부동산 칼럼] 제 2의 플러싱을 찾아서 [Jay Yun 부동산 칼럼] 제 2의 플러싱을 찾아서](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26/07/31/202607310747556a1.jpg)
Jay Yun(윤지준)
한때 플러싱은 뉴욕 한인 이민자들의 대표적인 정착지였다. 영어가 익숙하지 않아도 한국어로 장을 보고, 식사하고, 병원과 은행을 이용할 수 있었다. 식품점과 식당, 세탁소, 여행사, 부동산 회사가 모인 메인스트릿 일대는 낯선 미국 땅에서 고향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많은 한인 가정이 이곳에서 첫 직장을 얻고 작은 사업을 시작했다. 집을 사고 자녀를 키우며 미국사회에 뿌리를 내렸다. 플러싱은 단순한 상권이 아니라 한인 이민자들의 땀과 희망이 쌓인 삶의 터전이었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해 준 든든한 공동체였다.
그러나 도시는 추억을 보존하는 곳만은 아니다. 사람과 자본이 움직이면 거리의 주인도 달라진다. 1980년대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중국계 이민자들은 199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플러싱에 자리 잡았다.
한인들의 생활권이 머레이힐과 베이사이드, 롱아일랜드와 뉴저지로 넓어지는 사이, 그 자리에는 중국계 식당과 마켓, 은행과 병원, 부동산 회사와 전문 서비스 업종이 들어섰다. 처음에는 간판의 글자만 바뀌는 듯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인구와 소비층이 달라지고 상권의 규모와 건물의 높이까지 변했다.
오늘날 플러싱에는 대형 복합건물과 고층 콘도, 호텔과 쇼핑시설이 들어서 있다.
중국계 이민자들은 기존 상권을 단순히 이어받는 데 머물지 않았다. 언어와 문화, 소비력과 자본, 인적 네트워크를 모아 거대한 생활권으로 키워 냈다. 식당과 마켓이 생기고, 이어 병원과 약국, 은행과 학원, 변호사와 회계사 사무실이 들어섰다. 사업에서 얻은 수익은 다시 건물 매입과 개발로 이어졌다.
상점은 하루의 매출을 만들지만, 부동산은 세대의 기반을 만든다. 오늘의 장사가 내일의 자산으로 이어질 때 상권은 굳게 자리를 잡는다. 지금의 플러싱은 그 단순하면서도 깊은 사실을 보여 준다.
물론 한인들이 남긴 발자취도 결코 작지 않다. 아무런 기반도 없던 시절 새로운 상권을 일구고, 낯선 땅에서 서로 의지하며 삶의 터전을 세운 개척 정신은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
오늘날 플러싱의 성장 역시 한인 이민자들이 먼저 닦아 놓은 기반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다만 먼저 시작했다는 사실이 끝까지 중심으로 남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도시에는 영원한 중심도, 영원한 변두리도 없다. 기회는 늘 움직이고, 그것을 먼저 알아보고 붙잡는 커뮤니티가 새로운 중심이 된다.
어느 지역에 젊은 가정이 늘고, 주말마다 식당이 붐비며, 새로운 마켓과 병원, 학원이 들어선다면 그곳에서는 이미 다음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직 건물값이 높지 않고 거리도 화려하지 않을 때가 오히려 미래를 준비할 시간이다.
제2의 플러싱은 어느 날 완성된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작은 식당 하나, 첫 마켓 하나, 한 가족의 주택 구입과 한 사업자의 건물 매입을 통해 조용히 시작될 것이다.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잘잘못을 따지기 위해서가 아니다. 지나간 성공에서는 다시 나아갈 용기를 얻고, 놓친 기회에서는 더 나은 선택을 위한 지혜를 얻기 위해서다.
제2의 플러싱은 한글 간판을 다시 세우는 일이 아니다. 한인들이 장사만 하는 곳이 아니라, 집과 건물을 소유하고 사업을 키우며 다음 세대의 기반까지 만드는 곳을 세우는 일이다.
사람은 떠날수 있지만 자산은 남는다. 결국 상권의 미래는 누가 먼저 장사를 시작했느냐보다 누가 오래 정착하고, 땅과 건물을 지키며 다음 세대까지 이어 가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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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y Yun(윤지준)/재미부동산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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