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이다 싶더니 어느새 하순으로 접어들었다. 신록(新綠)의 계절이라고 부르기엔 이미 녹음(綠陰)이 짙어졌다. 올 한 해도 허리가 반으로 접혔다. 바야흐로 초하(初夏)의 계절이다. 그런데 들려오는 소식들은 흉흉하기만 하다.
투표용지 무더기 증발사태로 대한민국 전역이 들끓고 있다. 그 사이 중국의 시진핑이 7년 만에 북한을 방문했다. 뒤이어 평양 발로 전해지는 뉴스들은 하나같이 살벌하기 짝이 없다. ‘핵보유국 지위는 불퇴의 한계선’이라는 으름장과 함께 적대세력, 그러니까 대한민국에 핵 공격을 마다하지 않을 기세다.
남과 북의 이 대조적 풍경. 때문인가. 꽤 오랜 망각의 세월을 지내왔다. 그 6,25의 기억이 새삼 과거가 아닌 현실의 주변을 맴돈다. 그러면서 떠오른 게 이름 모를 들꽃에 붙인 ‘그 때의 6월’에 대한 한 시인의 회상이다.
“포화 속에 고개 떨군 시든 꽃잎 / 산산이 찢겨 땅속에 묻혀버린 그 날 / 멈춰버린 시간 속에 / 선혈로 갓 피어난 이름 모를 들꽃 / 외로이 산야를 지키네”
2026년 6월 3일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열렸다. 그런데 곳곳에서 투표용지가 무더기로 증발됐다. 참정권이 박탈됐다. 민주주의도 멈췄다. 이 말도 안 되는 사태에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면서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 선거 수개표’의 함성이 대한민국 전역에 메아리치고 있다.
그 사이, 사이 정말이지 어이없다고 할까. 그런 해프닝이 연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그 1탄은 황당하기 짝이 없는 항미원조(抗美援朝)논란이다.
6.25는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시작된 전쟁이다. 국제 사회도 인정하는 엄연한 사실이다. 이 6.25전쟁을 정치적 목적으로 왜곡, 날조한 것이 시진핑 체제의 항미원조 서사다. 중국이 조선(북한)을 도와 침략자 미국과 싸워 나라를 구했다는 거다.
이 서사를 대한민국 국방부 산하 전쟁기념관이 그것도 유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교육 프로그램에 사용키로 한 것이다. 그 방침에 따라 전쟁기념관은 초등학생 대상으로 한 ‘6.25 전쟁 서로 다른 해석’ 교육 프로그램 홍보 포스터에 태극기와 중국 오성홍기를 나란히 넣고 ‘항미원조’란 문구로 넣었다.
뿐만이 아니다. 전쟁기념관은 초중고 교사 해외 프로그램에 중국 항미원조 기념관 탐방을 일정에 넣었다. 전쟁기년관의 이 항미원조 프로젝트는 들끓는 여론에 일단 중단됐다.
그런 가운데 중국공산당은 창당 105주년 기념일(7월 1일)을 앞두고 지난 17일 6.25전쟁을 신중국을 지켜낸 전쟁으로 규정하면서 또 다시 ‘항미원조’의 깃발을 높이 치켜들었다. 뭔가 신호를 보내는 것인지….
이 황당한 항미원조 논란은 어쩌다가의 해프닝으로 보이지 않는다. 사전에 타이밍까지 계산해 정교하게 준비된 각본에 따른 사건이라는 의심이 든다.
통일부 장관은 북한을 ‘조선’으로 부른다고 하던가. 보훈부 장관은 ‘인민공화국’이라고 부르고. 또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북한 방문 17회 경력을 자랑하면서 처음 방문했을 당시 자신의 SNS에 ‘땅에 엎드려 입맞춤하고 싶을 정도로 감격했다’는 글을 올렸고.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대장동 사건은 차치하고도 선거전에 북한에 800만 달러를 불법 송금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 그가 권좌에 오르자 이 사건을 권력으로 덮으려 들고 있다.
이게 이 정권의 진면목(?)이다. 그러니….
상상조차 어려운, 황당한 논란, 그 제 2탄은 사관학교 통폐합과 육군사관학교 지방이전 계획이다. 현 육사 자리는 국군의 성지나 다름이 없다. 이런 상징성을 지닌 그 자리에 고작 아파트를 건설하겠다며 육사를 지방으로 보내고 각 군 사관학교를 통폐합하겠는 거다.
‘(그들이 보기에)못마땅한 조직은 무조건 없애 버리고 본다.’ 이게 이 정부의 방침이라고 하던가. 그래서 사관학교통폐합 뿐이 아니다. 유일한 대공 수사기관인 국군방첩사령부도 곧 해체 될 운명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에 등을 돌리며 극좌화 되고 있다.’ 급기야 미국에서 나온 경고성의 반응이다.
월 스트리트 저널이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니컬러스 에버스타트와 북한자유연합회(NKFC)의 로런스 펙의 공동기고 칼럼을 통해 한 지적으로, 특히 우려의 시선을 보이고 있는 부문은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을 사실상 일당 독재국가로 변모시킬 가능성이다.
이는 다른 말이 아니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경각(頃刻)을 다투는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선거 수개표’- 폭양 아래에서나, 폭우가 몰아치는 상황에서나 3주가 넘게 대한민국 전역에 메아리치고 있는 구호다.
그 뒤로 들려오는 것이 있다. 것이 있다. ‘빈사상태의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구하라’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좌익 전체주의에 가까운 세력이 사회 전 영역을 지배하면서 제도권 안에서 친북종중의 색채가 날로 짙어가고 있다. 이에 대한 경각심과 분노의 표출이 일파만파 번져가는 청년 세대가 앞장선 참정권 운동의 본질로 보여 하는 말이다.
6.25는 형태만 달라졌을 뿐 여전히 진행 중인 전쟁이 아닐까. 문득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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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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