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사회는 전례 없는 거대한 변화를 겪고 있다, 조선(북한)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고 중국이 핵심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취하는 정책과 입장을 확고히 지지할 것이다.’ 6월 8일 7년 만에 이루어진 시진핑의 평양방문을 맞아 김정은이 한 말이다.
북-중 전략공조를 특별히 강조한 이 발언이 그렇다. 대만 유사시 북중 군사적 공동전선과 북한의 ‘제2 전선 시나리오’를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고 할까.
같은 시각 서울의 잠실 올림픽 공원 핸드볼 경기장 일대에는 수많은 인파가 집결했다. 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무더기실종 사태와 관련, 닷새째 이어진 항의 모임으로 2030 청년층이 대다수인 그들은 ‘재선거’를 외치고 있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라고 했던가. 때문에 투표용지 한 장은 국가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간의 계약서로 주권자의 희망, 열정, 신뢰와 권리, 그리고 소중한 시간이 담겨 있다.
그런데 그 투표용지가 무더기로 증발됐다. 한류(K-wave)의 나라, 민주선진국임을 자랑하는 나라에서 100개가 넘는 선거구에서 수많은 유권자들이 졸지에 참정권을 박탈당하고 만 것이다.
이 사태가 발생하자 일각에서 바로 나온 게 ‘부실선거’란 용어다. 선거관리위의 단순한 행정착오가 빚은 사태라는 거다. 그런데 공교로워도 더 이상 공교로울 수 없는 것은 투표지 실종사태가 하필이면 서울의 강남을 비롯한 대부분 야당 강세지역 선거구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그러니 총체적 부정선거의 악취가 진동한다고 할까. 이와 함께 잠실 현장의 구호도 달라져가고 있다. 처음 시위자들이 외친 구호는 단순한 ‘재선거’였다. 그러던 것이 ‘부정선거 재선거’로 바뀌더니 거기에다가 ‘당일 투표 수개표’가 덧붙여졌다.
시위는 계속 확산, 6.10 민주항쟁 39주년 기념일을 맞아 전국의 대학가로 번진데 이어 세 주째를 맞으면서 잠실현장에서 많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보도다. 처음에는 태극기만 보였다. 그러다가 등장한 것이 성조기이고 이와 함께 ‘국제수사, 한미공조’구호도 등장한 것.
2030 청년층 중심의 시위군중, 태극기와 성조기, 그리고 애국가가 흔연히 하나가 되어 어우러진 시위현장. 무엇을 말하고 있나. 한동안 ‘잃어버린 세대’로 불렸다. 그 2030 청년세대가 ‘깨어나는 세대’로 각성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자유민주주의가 빈사상태에 빠져들었다. 다른 말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존립이 위태로워진 것이다. 단순한 행정착오인 것처럼 위장된 투표용지 무더기 실종사태, 다른 말로 하면 교묘한 참정권 박탈사태에서 그 위기를 감지한 것이다.
그 같은 경각심은 서울대 트루스포럼 시국 선언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국민들의 주권은 철저히 유린당했다. 이와 함께 선거에 대한 신뢰도 다시 한 번 무너졌다. 선거에 대해 너무나도 무수한 의혹들이 제기된다. 자유 세계를 향한 중공의 은밀한 침투는 이제 노골적인 수준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중국 모욕금지법, 선관위의심금지법까지 만들어 국민들의 입을 틀어막겠다고 벼른다… 이런 상황에서 중공의 침투를 우려하고 선거를 못 믿겠다는 국민이 음모자들인가?”
‘부실선거가 아닌 부정선거로 보인다’- 투표용지 무더기실종 사태에 면죄부를 주는 듯 한 이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면서 동시에 전개된 게 극우, 음모론 몰이다. 부실이 아닌 부정선거이고 해외 카르텔과의 연계도 의심된다는 지적만 나오면 바로 씌우는 게 바로 이 프레임으로 트루스포럼 시국선언은 바로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군사 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도 비슷한 경계의 시각으로 중국을 바라보고 있다. 중국공산당 중앙위 산하의 3대 권력부서의 하나인 중앙통일선전공작부(United Front)의 미국에서의 암약상을 파헤치면서 연방정부는 물론, 주, 시 단위의 지방선거에도 개입하고 있다고 폭로한 것.
미국뿐이 아니다. 캐나다, 호주, 영국, 대만 등 전 서방 세계를 대상으로 중국공산당의 통일선전공작부는 선거에 개입해왔고 2025년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사임을 둘러싼 정치적 위기에서도 중국의 개입 스캔들은 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주요 질문이 제기된다. 제 1도련선 내에 존재하고 있다. 말하자면 중국의 인후(咽喉)를 겨냥하고 있는 형세다. 그 대한민국을 중국공산당 통일선전공작부는 손을 놓고 바라보고만 있을까. 아니 그 정반대로 보아야 한다.
한국의 정치부문은 중공의 통일선전공작의 최전선이다. 그 정황 증거의 하나는 2017년 통일선전공작부 산하조직인 차하얼학회 주석 한팡밍이 문재인에게 무제한 선거자금을 재안했다는 ‘월간조선’의 보도다. 2023년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단체로 그 한팡밍을 알현(?)했고 더불어민주당의 민주연구원과 중국공산당 간부 양성기관인 중앙당교는 정책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래서인가, 트럼프행정부는 2025년 6월 이재명 정부 출범과 관련해 ‘중국의 영향력 행사를 우려 한다’는 지극히 이례적 논평을 내기까지 했다.
이런 정황에서 중국의 선거개입 의혹은 음모론이 아니라 합리적 추론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계속 이어지고 있는 2030세대의 참정권 운동, 이는 다름 아닌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지키기 운동으로 어쩌면 한국 판 젠지 혁명(Gen-Z Revolution- 아시아 지역 Z세대가 주도하는 반부패·반정부 시위 및 개혁 운동)으로 확산될 것 같은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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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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