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전쟁 재격화에 AI 투자 비상
▶ 10년물 장중 4.711%까지 치솟아
▶ 역대급 실적에도 알파벳 채권 매도
▶ 오라클 등 회사채 수익률 6% 돌파
▶ 메타 신규 채권은 금리 7%대 거론
종전 양해각서(MOU) 백지화로 다시 고조되고 있는 중동 전쟁 위기가 인공지능(AI) 투자가 급한 빅테크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회사채 금리가 높아지며 가뜩이나 천문학적 규모인 투자금의 조달 비용까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4.711%까지 올랐다. 미국 10년물 금리는 최근 4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2025년 1월 이후 1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해 5월 이란과의 전쟁 국면에서 기록한 종전 고점(4.69%)도 넘어섰다. 채권금리가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채권가격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국채 매도를 이끄는 직접적인 요인은 중동 정세 악화다.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고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국채금리를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날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연안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을 공격했다고 밝힌 데 이어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란에 대한 공격 확대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시장에서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조만간 5%를 상회할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10년물 금리 5%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중요한 심리적 분기점으로 여겨진다.
금리가 이 수준을 넘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증시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마지막으로 5%를 기록한 것은 2023년 10월(장중 5.021%)이다.
채권금리 상승으로 당장 타격을 받는 쪽은 2분기 실적 시즌을 맞아 AI 인프라 투자 확대를 발표한 빅테크다. 이들의 자금 조달 창구인 회사채의 발행금리는 국채금리에 각 회사 신용 스프레드를 더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현재 현금이 바닥난 빅테크들에 지정학적 악재까지 덮친 셈이다. 실제로 이날 알파벳의 2046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은 장중 6.11%로 껑충 뛰었다.
전날 올 2분기 클라우드 부문 매출이 1년 전보다 82% 급증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음에도 올해 투자를 빅테크 중 최대치인 2,050억달러로 높이자 채권 매도세가 이어진 것이다. 또 대형 클라우드 기업 오라클의 2030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도 6.09%로 0.17%포인트 올랐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손잡고 미국 텍사스에 1GW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설에 나선 메타플랫폼(옛 페이스북) 역시 차입 비용 상승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FT는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특수목적법인(SPV)이 12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기 위한 초기 협상 단계에서 7% 넘는 금리가 거론되고 있다고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루이지애나주 하이페리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서 적용된 조달금리에 비해 0.4%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투자등급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한 투자자는 “수백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때 금리가 0.1%포인트만 올라도 발행 기업은 연간 수천만 달러의 추가 이자비용을 내야 한다”면서 “우량채 시장에서는 그 영향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발빠른 월가에서는 빅테크 회사채에 투자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위험 헤지 상품까지 내놓았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는 이번 주 이른바 ‘AI 회사채 바스켓’ 상품을 출시했다. 엔비디아를 포함해 빅테크 16곳이 발행한 채권 중 수익별로 한데 묶어 사고팔 수 있게 한 상품이다. 블룸버그는 “빅테크 회사채에 투자한 투자자들 사이에서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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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조양준·이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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