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이 지역 노인들을 위한 신문 비컨(Beacon)에 실린 기사 하나가 유독 눈에 띄었다. 기사내용의 주인공은 오랫만에 친구를 만났는데 그날따라 그의 그늘진 얼굴에 주름살이 깊게 드리운 것을 보며 “무언가 문제가 있나본데, 괜찮으냐”고 물었다. 그제서야 실토하는 말이, 18살 난 딸에게 운전 교습을 시키는데 딸이 쇼핑센터 주차장에 주차를 하다 차 옆구리(펜다)를 들이받는 것도 모자라, 넓은 도로를 달리다 갑자기 역주행 기어를 넣어 자칫하면 죽을뻔 했노라고…. 그후 딸과 고성으로 심한 말다툼을 한 끝에 운전교습을 그만 두었다는 것이다.
자신은 아버지가 처음 나한테 운전교습시킬 때는 한번도 다툰 적이 없었는데…. 생각끝에 자신의 아버지에게 손녀의 운전교습을 부탁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손녀의 운전교습을 시키는데 크고 작은 실수에도 다그치기는커녕 크게 야단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주의를 시키는 것은 운전에 필수동작만을 알려주었을뿐, 실수를 심하게 나무라기 보다는 그냥 지켜봐주며 조용한 말투로 “운전석 의자가 네몸에 맞느냐? 안전벨트는 매었느나? 이제 시동을 걸고 출발하면 되겠다.” 하는 정도였을 뿐인데 손녀는 일주일 후 운전면허증을 받아 차를 몰고 다닌다는 이야기다. 아버지와 딸사이의 거리는 할아버지와 손녀사이의 거리와는 이처럼 다르다는 사실을 미쳐 알지 못했다는 그의 체험담이다.
그러면 운전교습에서 부부사이는 어떠한가? 십중팔구는 남편이 부인 운전교습을 시키다 부부싸움으로 끝나게 된다. 오래전 한국에서 천신만고 끝에 그 어려운 운전면허증을 손에 쥐고 의기양양 도로를 한바퀴 주행한 후 아파트단지에 주차를 한다는 것이 봄꽃이 탐스럽게 피어있는 화단을 들이받고 말았다. 이후로 내가 차를 몰고 나가는 것 자체를 부담스럽게 생각해 아예 운전대를 놓고 말았다. 그런가하면 약 20년전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남편 친구분이 부인과 함께 뉴욕에서 펜실베니아의 아드모아로 휴양을 떠났는데 운전도중에 조수석(shotgun)에 앉은 부인이 남편이 너무 난폭하게 운전을 한다고 ‘잔소리’를 계속하자 한참을 다툰 후에 고속도로 변에 부인을 내려놓고 혼자 몇 마일을 달렸다고 한다. 지금도 남편의 친구분은 부인의 잔소리가 싫어 항상 부인을 조수석이 아닌 조수석 뒷자리(cobain)에 앉게 한다는 일화이다.
미국사회에서 운전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초고령의 나이를 눈앞에 바라보고 있자니 새삼 염려스러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한국과 미국에서 어렵게 딴 운전 면허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왜 일찍 운전을 포기했을까. 옆에서 운전을 하라고 좀더 적극적으로 밀어주지 않았나. 괜스레 자책반, 남의 탓반으로 돌리며 허송세월을 보냈지만 아직도 의욕과 운동신경은 살아 있어 운전석에 앉으면 곧 도로 위를 생생 달릴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옛날 이야기지만 “고군분투” 끝에 겨우 운전 면허증을 손에 쥔 어느 아주머니가 했던 말, “내가 일평생 잘 한 일 중 하나가 바로 이 ‘운전 면허증’을 받은 것”이라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던 얼굴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이제 반세기가 지난 지금 무인 자율 자동차 시대가 눈앞에 와있다.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되는 웨이모나 테슬러가 도로위를 심심찮게 달린다. 우리동네 어느 연세 지긋하신 분이 평소에 타고 다니던 멀쩡한 차를 처분하고 말로만 듣던 테슬러를 구입했단다. 고령의 나이에 점점 쇠약해지는 자신의 건강을 생각해서 늦지않게 택한 결정이 지금이라도 너무 잘한 선택이라고.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차를 몰고 확트인 도로를 달리다보면 모든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확 날려버리는 통쾌한 기분을 만끽하는데 어찌 가만히 앉아 손하나 까딱하지 않고 달리는 기분과는 비교할 수 있을까”라고. 하지만 인간의 지능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면서 AI의 힘을 빌린 무인자율주행 운전은 먼 미래가 아닌 바로 지금 우리의 일상생활속으로 깊숙히 침투하고 있는데는 어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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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순 메리옷츠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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