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유니트리(Unitree Robotics)가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2016년 창업한 이 회사는 창업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지난해 매출은 약 3,000억 원 수준이지만, 시장은 이 회사를 약 10조 원 규모로 평가하고 있다.
현재의 실적보다 앞으로 어떤 기업이 될 것인가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항저우에서 유니트리를 방문했을 때 가장 궁금했던 것은 로봇의 성능이 아니었다. ‘이 로봇은 앞으로 어디에 쓰일까.’
춤을 추고, 권투를 하고, 계단을 오르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았다.
선전의 또 다른 로봇 기업을 방문했을 때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 로봇은 앞으로 어디에 가장 많이 사용될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돌아온 답은 예상과 달랐다. “우리도 아직 답을 찾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외 기업들과 협력하고 싶습니다.”
세계 시장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라면 이미 명확한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새로운 산업은 그렇지 않았다. 먼저 시장으로 나가고, 고객과 함께 답을 찾고, 그 과정에서 제품도 기업도 계속 바뀐다.
생각해 보면 세계적인 기술기업들은 대부분 같은 길을 걸었다. 넷플릭스는 처음에 DVD를 우편으로 대여하는 회사였다. 지금은 기업가치 약 400조 원의 글로벌 콘텐츠 기업이 되었다. 아마존은 온라인 서점에서 출발했지만 현재는 전자상거래와 클라우드, 인공지능(AI)을 아우르는 약 3,000조 원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애플은 개인용 컴퓨터 회사에서 시작해 약 6,000조 원 규모의 기업이 되었고, 엔비디아는 게임용 그래픽카드 회사에서 출발해 현재 약 7,000조 원 규모의 AI 인프라 기업이 되었다.
이 기업들의 공통점은 창업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사업을 계속 바꾸었다는 점이다. 기술이 바뀌면 사업을 바꾸고, 시장이 바뀌면 고객을 바꾸고, 필요하면 기업의 정체성까지 다시 정의했다. 세계적인 기업들의 역사는 창업의 역사가 아니라 변신의 역사다.
창업은 회사를 만드는 과정이다. 스케일업은 회사를 계속 다시 만드는 과정이다.
여기에서 한국을 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스타트업을 이야기한다. 유니콘 기업의 숫자를 이야기하고, 기업가치 1조 원을 넘으면 성공한 창업기업이라고 평가한다. 스케일업 정책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시장에서 스케일업은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진다. 기업가치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기업 자체를 계속 바꾸는 과정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는 각각 1,000조 원을 훌쩍 넘는다. 두 회사는 세계 반도체 산업의 중심에 있는 기업이다. 그러나 지금의 삼성전자도 처음부터 반도체 회사가 아니었고, SK하이닉스 역시 지금의 사업구조로 출발하지 않았다. 수십 년 동안 사업을 바꾸고 기술을 축적하며 오늘의 위치에 도달했다.
기업가치 10조 원은 끝이 아니다. 그때부터 진짜 경쟁이 시작된다. 10조 원 기업이 100조 원 기업으로, 다시 1,000조 원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지고 국가의 부가 축적된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이 남는다. 최근 20년 사이 창업한 한국 기업 가운데, 앞으로 20년 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세계 산업의 규칙을 바꿀 기업은 지금 어디에서 성장하고 있는가. 한국에도 뛰어난 기술과 창업가는 많다. 앞으로도 유니콘은 계속 등장할 것이다. 그러나 작은 기술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고객과 함께 사업을 바꾸고, 여러 차례의 실패와 변신을 거쳐 산업의 중심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상대적으로 적게 논의된다.
대한민국은 유니콘을 만드는 데는 성공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국가의 경쟁력은 유니콘 너머에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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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석원 서울대 공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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